왜 '한화 레전드' 등번호를 '상대팀' SSG 선수들이 달고 뛰었나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5.3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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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사를 하던 중 울먹이는 김태균. /사진=뉴스1
"우리 KBO 리그는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게 항상 아쉬웠다."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을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상대 팀인 SSG 랜더스의 품격이 빛났다.


29일 한화와 SSG가 맞붙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이글스의 심장' 김태균(39)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이 펼쳐졌다. 특별 엔트리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경기 시작 전 익숙한 자리인 1루 베이스 옆에 섰다. 이어 김병주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하자마자 곧바로 경기가 중단됐다. 한화 벤치서 수베로 감독이 직접 나왔고 노시환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마운드 근처로 걸어간 김태균은 팬들에게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모든 모습을 1루 더그아웃에 있는 한화 선수들은 물론, 3루 더그아웃에 위치한 SSG 선수들도 정중하게 도열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김태균이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마치자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SSG 투수 이태양,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 SSG 추신수가 꽃다발을 건넨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김태균이 그라운드를 떠나 더그아웃으로 돌아갈 때까지 SSG 선수들은 더그아웃 밖에서 계속 일렬로 선 채 박수를 치며 예우를 표했다.

이날 SSG는 김태균의 은퇴 경기를 위해 많은 걸 배려했다. 먼저 한화가 빨간색의 올드 유니폼을 착용했는데, 이는 SSG의 원정 팀 유니폼과 같은 색이었다. 이에 SSG는 이날 유니폼 상하의를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SSG 선수들 모두 유니폼 소매에 김태균의 등번호인 '52번'이 적힌 패치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상대 팀이지만 KBO 리그를 대표했던 전설이 떠나는 날, 그의 등번호를 달고 함께 뛰며 은퇴 경기를 더욱 빛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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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오른쪽)과 노시환이 포옹을 나누고 있는 가운데, SSG 선수들이 도열한 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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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유니폼 소매에 김태균의 등번호 52번 패치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SSG 관계자는 "지난주 한화 구단에서 김태균의 은퇴식으로 인해 홈 유니폼을 입어줄 것을 구단에 요청했다"면서 "선수단은 흔쾌히 동의했다. 더 나아가 지난 26일 주장 이재원을 중심으로 고참 선수들(19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와 김강민 및 최정, 정의윤, 김성현 등)이 김태균의 등번호 '52번' 패치를 달고 싶다는 의견을 모아 프런트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주장 이재원은 구단을 통해 "팀에서 은퇴식을 거행할 정도의 선수면 그 팀에 기여한 레전드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KBO 리그가 이런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부분들이 항상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는 "한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은퇴식을 거행하는 날이기에 우리 선수들도 'Respect(존중)'와 앞날의 건승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행사에 동참하고 싶었다. 김태균 선배에게 SSG 선수들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선수들끼리 논의하다가 좋은 의견이 나와 프런트에 뜻을 전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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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마지막 순간, 김태균을 헹가래 치고 있는 한화 선수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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