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팬들의 기립박수 받은 롯데 '투수 전향 2년차'가 있다 [★고척]

고척=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6.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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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투수 나균안./사진=OSEN
나균안(23·롯데)이 완벽하게 선발 투수가 됐다. 원정 팬들도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나균안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서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95개. 그의 호투로 롯데는 3-0으로 승리, 6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실 나균안은 2017년 2차 1라운더로 롯데에 입단할 때는 포지션이 포수였다. 롯데 안방을 지킬 차세대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민호(36·삼성)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그리고 강민호가 팀을 떠난 후 주전 포수로도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캠프 도중 당한 손목 부상 이후 투수 전향에 나섰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결단이었다. 다시 포수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위의 시선에도 빠르게 투수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올 시즌 1군 마운드에서 '투수 나균안'을 선보였다. 지난달 2일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된 나균안은 사흘 후 어린이날인 5일 마침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선발 투수의 임무를 맡았다. 지난달 15일 사직 KT전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나균안은 5이닝 무실점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번 경기 전까지 6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고 있다. 두 차례 선발 등판 성적은 더 좋다. 9⅓이닝을 소화했고, 3실점에 그치면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마침내 데뷔 첫 선발승까지 따냈다. 올 시즌 최고 이닝을 물론,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자책 이하)도 기록했다.

경기 초반 찾아온 위기를 잘 넘긴 것이 호투의 발판이 됐다. 나균안은 1회말 볼넷과 안타로 무사 1, 2루로 몰렸다. 이정후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았고 박동원을 병살타를 유도해 해당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2회에는 선두타자 송우현에게 2루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볼넷까지 나오면서 1사 1, 2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뜬공과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을 하지 않았다.

이후 안정감을 되찾았다.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키움 타선을 묶었다. 타선의 도움으로 3-0으로 앞선 7회에도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1사 후 송우현에게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서건창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나균안은 2사 1루 박병호 타석에서 두 번째 투수 서준원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나균안은 이날 기록한 이닝과 투구 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1군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다. 종전 최다 이닝은 지난달 15일 사직 KT전 5이닝이었고, 직전 경기였던 사직 LG전에서 뿌린 89개가 종전 최다 투구수였다. 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 최고 구속 144km 직구 19개, 포크볼 21개, 투심 22개, 슬라이더17개, 커브 14개, 체인지업 2개 등 6개의 구종을 골고루 뿌리며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경기 후 나균안은 "너무 행복하다. 내가 잘 던진 날 팀이 승리해 더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팀이 6연패 중이라 부담이 컸을 것이다. 나균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팀이 6연패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지난번 등판 이후 다음 경기에서는 잘 던져서 이겨야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더그아웃으로 가는 나균안에게 팀 동료들은 물론 3루 측 관중석에 자리한 롯데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눈에 띄는 장면은 키움 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를 본 나균안은 "소름 돋았다. 야구 하면서 오늘 처음으로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던졌다. 내려오면서 내가 잘 던졌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박수를 받으니깐 '내가 잘 던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동료들도 나균안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 바빴다. 나균안은 "동료들이 '너무 잘 던졌다. 멋있다. 이제 네가 1선발이다'라고 말해줬다. 동의하진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나균안은 "특별한 목표치는 없다. 오늘 좋지 않았던 것을 더 공부해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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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균안./사진=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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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투수 나균안./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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