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대(大)주자의 기습도루 재구성 "경수 형이 눈치챘는데..."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6.0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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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용의가 2일 잠실 KT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동훈 기자
36살 대주자의 3루 도루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이 순간 만큼은 '대신' 들어간 주자가 아니라 '대형' 주자였다.

LG 트윈스 백업 요원 김용의(36)는 2일 잠실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에 5-5로 맞선 8회말 무사 1루에 대주자로 투입됐다. 김민성의 희생번트로 2루까지 간 그는 3루 도루에도 성공했다. 1사 3루에서 3루 땅볼이 나왔지만 김용의가 빠른 발을 앞세워 역전 결승 득점을 만들었다. LG는 6-5로 이겼다.


김용의가 주루플레이로 1점을 그냥 만들었다. 경기 후 김용의는 "초구에 뛰려고 했는데 경수 형이 눈치를 챘다"고 돌아봤다.

5-5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 문보경이 볼넷을 골랐다. 문보경보다 15살 많은 김용의가 대신 1루 주자가 됐다. 김민성이 1루 방면으로 안전하게 희생번트를 댔다. 경험이 풍부한 김용의는 정석적인 스킵 동작을 통해 2루에 여유 있게 안착했다.

1사 2루 유강남 타석이었다. 이날 유강남은 홈런 포함 3타점으로 타격감이 좋았다. KT의 안영명 장성우 배터리는 당연히 유강남과 승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막판 찬스에 2루 주자의 3루 도루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역시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김용의의 움직임을 간파했다. 김용의는 "경수 형이 바로 투수 쪽으로 가더니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 아마 투구 템포를 일정하지 않게 하라는 이야기 같았다"고 설명했다.

초구에 바로 3루에 가려고 했던 김용의는 3구까지 묶였다. 김용의는 "경수 형이 말하고 나서 템포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냥 안 뛰는 모션을 취했다. 4구에 원래 템포가 나왔다. 2스트라이크 1볼이기도 했고 거기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 같지는 않았다"고 복기했다.

김용의의 예상대로 타이밍은 완벽했다. 포수 장성우는 3루에 공을 던지지도 못 했다.

1사 3루에서 안영명은 유강남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3루수 정면 타구였다. 홈에서 접전 타이밍으로 보였다. 하지만 황재균이 공을 한 차례 더듬었다. 다시 공을 집어 든 황재균은 1루에 던지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김용의는 이미 홈을 쓸었다. LG가 6-5로 이기면서 결승 득점이 됐다.

이 모든 것이 김용의의 3루 도루 덕분에 가능했다. 김용의가 2루에 있었다면 2사 2루로 묶이고 끝이다. 황재균은 김용의가 3루에 있었기 때문에 더 서둘렀을지도 모른다.

김용의는 "이런 걸 하지 않으면 내가 나갈 이유가 없다. 사실 그 공을 (유)강남이가 쳤다면 의미가 없는 플레이인데 운도 따랐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머리에 항상 그린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상황이 오면 그대로 펼친다. 준비하지 않으면 대주자 의미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도록 매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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