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러브콜에도 '의리' 택했다, 더 큰 목표 품은 안병준 [★인터뷰]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1.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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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이파크 안병준. /사진=부산아이파크
리그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상, 그리고 베스트11까지. 한 타이틀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은 프로 무대에서, 이 모든 상을 2년 연속 '싹쓸이(3관왕)'한 선수가 있다.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 3세 공격수 안병준(32·부산아이파크)이다.

지난 시즌 K리그2 34경기에 출전해 23골을 터뜨린 안병준은 수원FC 소속이던 2020시즌(26경기 21골)에 이어 2년 연속 K리그2 득점왕에 올랐다.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고, 나아가 리그 MVP의 영예까지 2년 연속으로 품었다. 지난 시즌 부산이 5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그가 MVP로 선정된 건 그만큼 리그 내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는 의미였다.


그런 안병준이 새 시즌에도 K리그2 무대, 그리고 부산에서 뛰기로 결심했다. 개인적으로도 1부 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지만, 자신이 남아주기를 바라는 구단의 뜻을 거스르는 대신 그는 '의리'를 택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줬던 구단인 만큼, 개인적인 도전 의지보다는 한 시즌 더 부산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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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직후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부산아이파크 안병준(가운데). /사진=부산아이파크





1부 도전 의지 컸지만, 부산과의 '의리' 택한 이유





2년 연속 K리그2 최고의 선수가 됐으니, 그 어느 때보다 1부 리그 도전에 대한 의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부산에서 새 시즌 대비 동계훈련 중인 안병준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작년 시즌이 끝난 뒤 구단과 히카르두 페레즈(46·포르투갈) 감독님께는 솔직하게 '1부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그리고 실제 몇몇 1부 리그 구단들로부터 관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 그리고 1부 구단들의 러브콜에도 안병준은 이적을 강력하게 요청하진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잔류를 바라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고 마음을 잡았다. 그는 "부산과 계약이 1년 남아 있고, 구단의 입장도 이해를 했다. 구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선수라면 일단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단 1년 동행했을 뿐인 데다, 원하는 1부 구단의 러브콜까지 받고도 금세 잔류에 대한 결심이 선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산 구단은 지난 시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구단이기 때문이다. 안병준은 수원FC 소속이던 지난 2020시즌이 끝난 뒤 강원FC 이적을 추진했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해 입단이 좌절됐다.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를 품은 게 바로 부산 구단이었다.

지난해 K리그2 시상식에서 MVP에 오른 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 눈물을 쏟았던 것 역시 구단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안병준은 당시 시상식에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주고 믿어준 부산 구단 덕분에 이렇게 잘할 수 있었다. 구단에 대한 감사함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1부 이적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대신 '의리'를 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도 "팀 성적(5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큰 부상 없이 1년을 뛸 수 있었고 골과 어시스트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개인상까지 받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특히 구단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구단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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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이파크 안병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남다른 본능에 노력까지 더해 오른 최고의 자리





지난 시즌 안병준은 정규리그 득점 2위 조나탄(FC안양), 박창준(부천FC·이상 13골)에 무려 10골이나 앞설 정도로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했다. 더구나 1경기에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단 3경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시즌 내내 '꾸준하게' 득점력을 가동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순도도 높았다. 부산의 지난 시즌 12승 중 5경기는 안병준의 골이 결승골이 돼 팀 승리로 이어졌다. 23골 중 절반이 넘는 12골은 귀중한 선제골이었고,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동점골도 5개나 넣었다. 23골 중 70%인 16골이 후반에 몰려 있는 것도 해결사로서 그의 본능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안병준은 "어릴 때부터 비기고 있거나 지고 있는 상황, 특히 후반전 중요한 타이밍, 골을 넣어야 하는 순간에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며 "5-0, 6-0으로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하는 것도 물론 대단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순간에 팀을 위해 한 골을 넣는 게 더 값진 골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집중력은 아버지의 조언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병준은 "아버지께서 '한 경기에 많은 골을 넣는 것보다는 팀이 중요한 순간에 1골을 포워드가 진짜 좋은 포워드'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점점 중요한 순간이 될 때마다 집중력이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비단 득점 기록뿐만 아니라 36경기 중 무려 34경기(선발 31경기)에 출전할 만큼 큰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컨디션을 유지한 것도 그에겐 의미가 큰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결장한 건 경고 누적(5회)에 따른 징계 결장, 그리고 시즌 후반부 피로 누적으로 인한 결장 등 단 2경기가 전부였다.

일본에서 뛸 시절만 하더라도 시즌 중반 이후 부상이나 경기력 저하 등에 시달렸던 만큼 눈에 띄는 '반전'이다. 안병준도 "사실 프로 초반이나 대학생 때만 해도 웨이트나 보강 운동은 기본적인 것만 할 정도였다. 그래서 시즌 중반이 되면 컨디션이 떨어지는 타이밍이 왔고 부상이나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을 통해 반전을 만들었다. 안병준은 "최근 두 시즌은 동계 훈련은 물론 시즌 중에도 꾸준히 웨이트나 보강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물론 좋은 것을 먹고 휴식도 잘해야 하지만, 그만큼 운동 등 꾸준한 노력을 했기 때문에 1년 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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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클럽하우스 강서체육공원에서 전지훈련 중인 안병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불가피한 부담감은 오히려 동기부여로... "올해는 꼭 승격"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지만, 구체적인 공격 포인트 수는 목표로 삼지 않았다. 나름의 '징크스'다. 21골, 23골씩 기록한 최근 두 시즌 역시 안병준은 시즌 전 구체적인 기록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목표를 세우는 게 동기부여가 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그보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노력의 결과가 숫자로 쌓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안병준은 "공격수다 보니 시즌 전만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물어본다. 개인적으로도 '몇 골 몇 어시스트 이상을 하겠다'는 숫자적인 목표를 세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런 목표를 세웠을 때 잘 된 적이 없는 것 같았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눈앞에 일들을 하나하나씩 최선을 다해 나가다 보면, 1년이 끝났을 때 자기가 해왔던 만큼 결과가 숫자로서 쌓여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최전방 공격수라는 포지션 특성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어시스트 수가 마음에 걸린다는 그다. 지난 두 시즌 안병준의 어시스트는 각각 4개씩이었다. 팀 동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골을 넣은 것만큼, 새 시즌엔 골만큼이나 동료들의 골도 돕고 싶다는 바람이다. 두 시즌 연속 K리그2 득점왕이 품고 있는 새로운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이 뛴 동료들이 만들어준 골이 엄청 많았다. 반면 내 어시스트 수는 작년과 재작년 4개씩이었다. 그래서 어시스트 수가 조금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비적인 면이나 공격 전개 과정, 마무리하는 장면 등도 예전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2시즌 여러모로 불가피할 부담감들은 오히려 '동기부여'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년 연속 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득점왕인만큼 상대의 경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고, 팀 역시 지난 시즌 아쉽게 놓친 승격에 재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같은 부담감에 흔들리는 대신 극복해 내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같은 마음가짐은 소속팀 부산의 'K리그1 승격'을 이끌겠다는 더 큰 목표로 귀결된다. 안병준은 "공격수로서 골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기대를 받고, 또 어느 정도 부담감을 갖는 게 선수로서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승격에 대한 부담감 역시 없는 것보다는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면서 뛰는 게 선수들한테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승격에 대한 욕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부산 팬들도 강하게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부산 구단 역사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2부에 있는 게 맞는 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K리그 4년 차가 됐는데, 지난 3년간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역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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