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일 시리아전 승리로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최종전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던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과 달리 2경기를 남겨두고 조기에 진출을 확정한 것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한국은 지난 1일 시리아전 2-0 승리를 통해 최종예선 승점 20점(6승2무)을 쌓으면서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늘 험난했던 최종예선을 조기에 통과한 건 2010년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그 중심엔 한국축구 역대 '최장수 사령탑'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있다. 2018년 8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벤투 감독은 3년 5개월여 동안 2차예선과 최종예선을 모두 거쳐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이끌게 됐다. 외국인 감독이 모든 예선 일정을 통과하고 월드컵 본선까지 나서는 건 벤투 감독이 처음이다. '독이 든 성배'로 불릴 만큼 잔혹했던 대표팀 감독사를 돌아보면 더욱 눈에 띄는 행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
그러나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축구 스타일 완성도를 뚝심 있게 높여갔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황의조(보르도)와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유럽파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내용과 결과 모두 잡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이란 원정 무승부, 중동 원정 3연승 등을 거두면서 월드컵 진출 조기 확정의 결실을 따냈다.
이처럼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감독 교체가 없었던 '낯선 풍경'은 고스란히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기대감으로 이어지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 대신 3년 넘게 벤투 감독이 준비해 온 전술과 전략으로 본선 무대를 준비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대표팀의 연속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전과 다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수 반응도 마찬가지다. 개인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수비수 김영권(32·울산 현대)은 지난달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전 2014, 2018년 월드컵은 감독님들이 갑자기 바뀌면서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 급하게 준비한 뒤 월드컵에 나서야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함께 다 같이 고생해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최종예선을 조기에 통과하는 등 월드컵 본선까지 2년 넘게 항해를 이어갔던 허정무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다. 그때보다 더 오랜 기간 '한 감독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이번 대표팀을 향한 설렘과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아쉬움을 털어내는 건 물론이고, 2010년을 넘어선 또 다른 역사를 향한 벤투호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래픽=이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