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농구선수→마약탐지요원 전보물 "인생 2막, 정말 행복해요" [인터뷰]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02.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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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와 만난 전보물. /사진=이원희 기자
"오랫동안 마약탐지견 핸들러로 일하고 싶어요. 호호."


농구코트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전보물(29)이 환하게 웃었다. 이제 '마약탐지견 핸들러'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의 청량한 웃음소리에 진심이 느껴졌다.

전보물은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미녀선수였다. 인성여고 시절이던 2012년 여고생 최초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뒤 그 해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포워드로서 1군 통산 3시즌 동안 11경기를 뛰고 평균 득점 0.18점, 0.55리바운드, 0.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2015~2016시즌 뒤 프로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성실한 태도와 당찬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인천의 한 스튜디오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전보물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는 "마약탐지견 핸들러(관세청 전문경력관 탐지조사요원)로 대구공항에서 일하고 있다"며 "농구를 그만두고 기로에 서 있다가 운동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것이 강아지였다. 유기견 봉사 등을 하면서 강아지들을 챙기다가 '마약탐지견 핸들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그 직업을 듣자마자 무언가 확 와닿았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 일과 나라를 위한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직업이 너무 멋있었다. 그때부터 목표를 가지고 훈련소에 들어가 강아지 관련 훈련을 배우고,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이 직업에 지원했다.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호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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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탐지견 핸들러'로 일하는 전보물. /사진=전보물 제공
'마약탐지견 핸들러'는 공항이나 항만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입화물 등을 대상으로 탐지견과 함께 마약을 단속하고 적발하는 직업이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와 자격증 공부 등을 병행해야 했던 전보물은 시간을 쪼개가며 '마약탐지견 핸들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2020년 공채에 합격한 전보물은 "운동을 그만두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라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식당부터 카페, 모델뿐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 주말 농구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제빵사 자격증을 획득해 새벽 일찍 출근해 빵을 굽기도 했다"면서도 "제대로 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쪽잠을 자고, 훈련소에 가서 강아지 관련 일을 배웠다. 그 일이 끝나면 또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되돌아봤다. 현재 전보물은 유기견 봉사뿐 아니라 동아리에서 농구도 즐기는 등 여전히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

힘들 때 그에게 힘이 돼준 이는 부모님이었다. 전보물은 "프로에서 체력훈련을 하면 거의 내가 선두권이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뛰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도 제 버팀목이 돼주셨다"며 "현재 프로에 있는 박다정(29·우리은행)도 든든한 친구"라고 고마워했다. 이어 "부모님이 입사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운동을 하다 그만뒀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드린 것 같았는데, 합격 소식을 드릴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또 첫 탐지견 배정을 받아 함께 스타트를 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제일 좋았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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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강아지 포리(왼쪽)와 전보물. /사진=전보물 제공
파트너 강아지인 '포리'에 대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이다. 둘만의 팀워크가 중요한데 항상 포리와 함께 지낸다. 가장 의지가 많이 되고 든든하다"고 자랑했다.

코트에 있을 때나 프로를 떠나서도 응원을 멈추지 않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전보물은 "'운동할 때도 멋있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이뤄내 멋있다'고 얘기해주신 팬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운동을 그만둘 때도 팬들에게 죄송했다. 지금도 팬들이 기억에 남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밝혔다.

전보물은 "제 인생 1막(농구)이 '청춘'이었다면, 인생 2막(마약탐지견 핸들러)은 '행복'인 것 같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탐지견과 열심히 나라를 지키도록 하겠다. 짧게는 마약범을 꼭 잡고 싶고, 이 일을 오랫동안 해서 여자 마약탐지견 핸들러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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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선수 시절 전보물. /사진=전보물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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