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이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수상한 의미..변화의 바람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2.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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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린 제 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한국영화계 변화가 담겼다. 한국영화감독들이 생각하는 영화란, 시네마란, 영상 콘텐츠란, 작품이란, 이런 말들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

제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가 열렸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DGK(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주최하는 영화 시상식이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투표를 통해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 그야말로 영화감독들이 주는 상이다. 이날 시상식은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러지지 못한 2020년과 2021년 개봉작들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고 시상했다.


또한 최근 각광받는 OTT 시리즈물의 인기를 반영해 '시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OTT시리즈물에 대한 저항을 갖고 있던 영화감독들이 백기를 들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동료들이 OTT를 많이 하니 당연히 반영해야 한다는 이도 있고,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시네마에 대한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이번 시상식에는 그런 영화감독들의 고민이 두루 투영된 듯 하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끼리끼리의 산물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특정 감독을 중심으로, 그들과 친한 감독 라인을 챙겨주는 그들만의 시상식이라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그랬던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전성시대, 극장의 위기를 거치면서 영화감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영화감독들이 더욱 치열하게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이준익 감독이 '자산어보'로 영화 부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건 그런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준익 감독은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이날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준익 감독은 "훌륭한 작품을 만든 후배 감독님들도 많은데 내가 타기에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디렉터스컷어워즈와 인연이 별로 없었는데 영화를 많이 찍으니까 지금쯤 (상을) 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디렉터스컷어워즈 수상은 처음이다, 열네 작품 찍으니까 이제서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6부작 시리즈를 작년 말에 촬영을 끝내고 편집 마치고 CG 작업 중"이라며 "올해 10월 공개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현재 OTT서비스 티빙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를 만들고 있다.

60살이 넘은 영화감독이 흑백으로 찍은 영화로 처음으로 상을 받는데, 그 감독은 지금 영화가 아닌 OTT시리즈물을 찍고 있는 것이다. 변화다. 변화는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찾아온다.

이날 시상식 최다 관왕은 '오징어 게임'에 돌아갔다. '오징어 게임'은 시리즈 부문 올해의 각본상, 올해의 감독상, 올해의 배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의 배우상이 영화 부문과 시리즈 부문으로 나뉜 것도 변화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올해의 신인감독상은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에게 돌아갔다. 최근 수년 동안 디렉터스 컷 어워즈를 비롯해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은 대체로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돌아갔다. 상업영화로 신인감독상을 받은 건, '엑시트' 이상근 감독 정도다. '소리도 없이'가 비록 제작비가 적기는 하지만 상업영화인 만큼, 어쩌면 홍의정 감독이 상업영화로 신인감독상을 받은 몇 안되는 감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는 갈수록 상업영화 환경이 어려워지다보니 신인감독들에게 더 기회를 주지 않고 있기도 할 뿐더러, 독립영화 감독들이 과거처럼 상업영화로 데뷔 하지 않고 독립영화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최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상업영화계에 새로운 피가 고갈되가고 있고 독립영화계는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고 있다. OTT시리즈를 영화감독들이 많이 작업하고 있지만, 검증된 기성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갈 뿐 신인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진 않는다. 역시 변화다. 뿌리가 말라가고 있다는 변화.

제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영화감독들 고민의 결과다. 진행형인 고민이다. 이 고민들이 변화를 이끌고, 이 변화가 새로운 환경을 낳을 것이다. 그 환경은 누군가에게는 안락한 시뮬라시옹일테고, 누군가에게는 오르지 못할 절벽일 수도 있다. 부디 변화가 낳을 환경이 더 좋은 곳이길, 제 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를 보며 든 단상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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