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억을 누구 코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뜨거운 피' 개봉지원은 받았지만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3.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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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영화 신작 개봉을 위해 약 82억원을 투입했다. 그 덕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뜨거운 피'가 지원을 받고 3월 개봉하게 됐다. 다만 금액이 각 영화당 10억원 가량이기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영화계에 상당하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3월9일 개봉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3월23일 개봉하는 '뜨거운 피'가 영진위로부터 각각 10억원씩 개봉 지원을 받았다. 이는 영진위가 3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꺼리는 한국영화 개봉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기획전의 일환이다.


지원 대상은 전국 430여개 멀티플렉스와 120여개 중소영화관 등 총 550여개의 상영관이며, 총 8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총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독립·예술영화 개봉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영화관 별로 1500만원 안팎의 특별기획전 운영비가 지급되며, 멀티플렉스는 배급사에 개봉촉진 지원금 50%가 선지급된 뒤 영화관에 대관료 50%가 지급된다. 중소영화관은 적격 여부 확인 뒤 대관료의 100%가 지원된다. 운영비는 전년도 부과금 납부 점유율 기준 및 신청 접수 현황에 따라 균등 배분된다. 이번 지원은 2022년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대상이며 상영작은 극장 자율 선정이다. 단 기획전 전체 상영작 중 1편의 지원금이 전체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이번 기획전은 3월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 여름 한국상영관협회에서 한국영화 개봉을 유도하기 위해 유료방송업계와 협업해 개봉 지원작에 제작비 절반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정부에서 이 같은 직접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시지탄이다.

문제는 금액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또한 좋은 말로는 평등하게, 나쁜 말로는 나눠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상영관협회가 유료방송업계와 손잡고 개봉 지원을 할 때는,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모가디슈'와 '싱크홀' 두 편을 지원했다. 지원을 받고 싶어하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형식으로 사전 심사를 거쳤다. 그 결과 제작비 250억원 이상인 '모가디슈'와 150억 가량인 '싱크홀'이 지원작으로 선정돼 개봉했다. 당초 '싱크홀'은 지난해 추석 시즌 개봉을 검토했으나 여름 개봉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개봉일정을 앞당겼다. 두 영화가 개봉했기에 지난해 여름 극장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여파에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영진위가 이번에 실시하는 개봉 지원은 예산은 적고, 기간은 길다. 지원작 선정도 형평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극장 자율이라며 극장에 떠넘겼다. 지난해 여름 극장들이 지원작을 선정할 때는 영진위가 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율하고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렇다 보니 멀티플렉스들이 지원작 신청을 받았고, 3월 개봉을 추진 중이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뜨거운 피'가 각각 10억원씩 지원을 받게 됐다. 제작비가 얼마든 그나마 개봉하겠다는 한국 상업영화들을 대상으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한 것. 당초 김다미 전소니 주연 영화 '소울메이트'도 3월 개봉작으로 지원금을 받으려 했다가 개봉을 미루면서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영화계 한 인사는 "지원을 안 해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아니고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생색내기용 지원이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업영화 지원 특혜 시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개봉 지원 정책을 하면서 지나치게 쉬쉬하는 것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개봉 지원을 하다보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영화들보다는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개봉 지원을 받으려 개봉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관객들이 기대가 적은 한국영화를 외면하고, 다시 그렇기에 규모가 큰 한국영화들은 개봉을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관객이 극장을 찾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밌는 영화를 개봉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개봉했는데도 753만명을 동원한 것처럼, 한국영화들 중에서도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 수 있는 영화들 개봉 지원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못시키고 있는 한국영화들은 대략 100여편에 달한다. 모든 영화들을 평등하게 지원할 수는 없다. 그럴 돈도, 시간도 없다. 이미 그 전에 극장들은 더 못 견디고 문을 닫는다. 이미 일보 직전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봉을 지원하면 대기업 특혜라는 도식적인 프레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할 만한 한국영화들은 대체로 유명감독의 영화거나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영화들이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대체로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투자한 영화들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275억원이 투입된 쇼박스 투자배급 영화 '비상선언'과 독립영화 개봉 지원을, 지금 시국에서 평등을 내세워 같은 잣대로 봐선 안된다.

바둑용어에 '아생후살타'(我生後殺他)란 말이 있다. 내가 먼저 살고 남을 공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꿔말하면, 본진이 살 만 해야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산업의 본질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서 영화를 즐기는 일이다. 관객이 보고 싶어할 만한 영화 개봉을 지원해야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온다.

실제 극장들 측에선 영진위의 이번 한국영화 개봉 지원을 앞두고, 관련 예산을 배급사와 극장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600억원 가량 예산을 마련해 관객 1인당 인센티브 2000원씩을 배급사에 지원하자는 안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극장 상황은 최악이다. 극장이 망하면 영화산업은 망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영화산업은 넷플릭스 등 OTT회사 하청업체로 전락한다.

위기 상황에는 위기 상황에 맞는 전략을 써야 한다. 수술을 하려 해도 먼저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다간 정말 다 죽는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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