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소녀가장들을 위하여..한소희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3.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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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는 소녀가장이 많다. 소년가장보다 유독 소녀가장이 많다. 남자 연예인들은 사회적인 통념 덕분인지, 비교적 일찍 통장을 자기가 관리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관리하더라도 대체로 아들 몫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

반면 소녀가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여자 연예인들은 통장을 부모님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참 동안 관리하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딸의 돈은 곳감 빼먹듯이 빼먹는 경우가 왕왕 있다. 소녀가장이란 말 자체가 가장 역할을 부모님이 안하거나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니, 외롭게 온 일가 친척 화수분 역할을 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왕왕 있다. 연예인 소년가장이 잘 되면 그 일가가 덕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연예인 소녀가장이 잘 되면 일가친척외가까지 책임지는 경우들이 많다.


기이하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연예인 소녀가장을 외롭게 내모는 건, 그 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연예인 소년가장은 어머니들이 아들을 의지하고 남편처럼 여겨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연예인 소녀가장처럼 외롭게 내모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연예인 소녀가장들이 버는 돈은, 종종 어머니로 인해 다른데로 쓰여지는 경우들이 있다. '다 너 잘 되게 하려고 그런 거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내가 널 위해 어떻게 했는데' 등등으로 가스라이팅되는 경우도 허다 하다.

외부로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도망치듯이 결혼해서 어머니 곁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결혼 직전에야 그 집을 나와서 어머니에게 결혼 사실을 통보한 경우도 봤다. 기자는 어머니가 결혼을 워낙 반대해서 결혼 소식을 기사로 써서 기정사실로 만들어달라는 소녀가장의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빚투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지만, 빚투가 한창 시끄러울 때, 상당수 문제들이 어머니가 연예인 딸의 이름을 도용해서 생긴 것들이었다. 그 문제들이 불거지기까지 연예인 소녀가장들은 빚을 알음알음 갚다가 포기한 경우들이 많았고, 남자 연예인들은 처음부터 단호한 경우들이 많았다.


딸이 아들보다 더 착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어리석어서 그런 게 결코 아니다. 이유들은 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회적인 통념이,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관계가, 그렇게 내몬다. 한국사회가 유달리 여자연예인들에게 더욱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를 엄격하기 들이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수 장윤정과 그 어머니의 갈등이 세상에 불거졌을 때, 시시비비가 명백한데도, 한동안 자기 어머니와 돈 문제로 싸운 딸이라는 이유로 행사들이 크게 줄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외부로 문제가 불거지는 걸 연예인 소녀가장들이 소년가장들보다 더 두려워한다. 그 틈새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한 번 '빚투'랍시고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배우 한소희가 7일 어머니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데 대해 "관련 채무에 책임질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소희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는 "딸의 이름을 돈을 빌리는 데 이용하고, 그 딸이 유명 연예인임을 악용해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일련의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소속사는 "어머니 신씨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한소희 명의로 된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며 "신씨는 한소희가 미성년자일 때 임의로 통장을 개설, 해당 통장을 (한소희 몰래) 돈을 빌리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한 사건이 몇 차례 더 있었다"며 "심지어 사문서위조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민사 재판이 진행됐고, 법원은 한소희와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고 덧붙였다.

소속사는 "엄마와 딸이라는 천륜을 끊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신 분들께 죄송하고, 강경한 대응으로 더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소희는 2020년에도 어머니가 딸의 유명세를 내세워 돈을 빌린 후 변제하지 않았다는 '빚투' 의혹에 휩싸이자 사과했다.

한소희 말대로 천륜을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힘내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는 응원들이 많다면 위로가 될 터다.

여성혐오가 돈이 되고 표가 되는 세상이 기어코 와버렸다. 어쩌면 몇 년간은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다. 원래 옳고 새로운 일이 익숙해지고 이해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어수선한 세상일 수록, 더 위로하고 연대하고 응원해야 한다. 한소희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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