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던져서 미안해요" 직접 감독에게 찾아가 사과한 외인 투수가 있다

대구=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5.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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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반 노바.
이런 외국인 투수가 또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90승을 거둔 대투수지만 새로운 리그에 와서는 겸손함을 보인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고집을 앞세우는데 이 선수는 사과도 잘한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이반 노바(35·SSG)의 이야기다.

노바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네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찍혔다. 다만, 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5-6으로 역전패했다.


3-1로 앞선 7회초 교체된 노바는 불펜이 무너지면서 승리가 불발됐지만, 투구 내용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제구력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6회말 호세 피렐라에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말 리드오프 김지찬에 중전 안타를 맞은 노바는 피렐라, 이원석에 연달아 진루타를 허용해 2사 3루에 몰렸다. 그러나 오재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노바는 2회말 2사 후 김헌곤에 좌전 안타를 맞았으나 이재현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3회부터 안정감을 찾았다. 3, 4회를 연속으로 삼자범퇴로 마친 노바는 5회말 선두타자 김동엽에 우월 2루타를 맞았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헌곤, 이재현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노바는 김현준을 3루 땅볼을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6회에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김지찬을 3루 땅볼로 잡았지만 피렐라에 일격을 맞았다.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피렐라는 노바의 2구째 커터를 노려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장타를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만큼은 막아냈다. 이원석을 좌익수 뜬공, 오재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노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관심을 받았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240경기에서 90승77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하지만 새로운 무대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던 것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팀의 고민거리가 됐다. 앞선 6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5.91로 다소 평범했다. 무엇보다 무실점 경기가 한 차례도 없었다.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수확한 것을 제외하고 5번의 등판에서 매번 3점 이상을 내줬다. 지난달 23일 대전 한화전에선 4⅔이닝 9실점(9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가장 약점으로 꼽힌 부분은 슬라이드 스텝이었다. 상대적으로 킥 동작이 빠르지 않다 보니 쉽게 베이스를 허용한다. 한 경기에서 4개의 도루를 허용한 굴욕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는데 귀를 열었다. 코칭스태프의 이야기를 듣고 개선해나가려 애썼다. 더욱 인상적인 모습도 있다.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원형 감독에 따르면 노바는 지난달 23일 한화전에서 난타를 당한 이후에는 김 감독을 찾아가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속으로만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바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음에 잘 던지겠다고 한다"며 "워낙 성격이 좋은 선수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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