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한국에 '오징어게임법' 도입이 시급하다" [★FULL인터뷰]

"K콘텐츠 감독과 작가들이 해외에서 받아야 할 저작권료를 관련 법이 없어서 못받고 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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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징어 게임법' 도입이 매우 시급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은 기자에게 이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한국영화인들이 창작자로서 공정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하루 빨리 관련법이 만들어지거나 현행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윤제균 감독과 민규동 감독 등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AVACI(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 총회에 참석했다. AVACI는 국제적인 시청각물 저작권 신탁 대행 성격이 강한 단체로, 서울에서 이번에 총회가 열린 건 K-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반면 한국에 제대로 된 관련 법이 없어 창작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이번 총회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은 "프랑스 감독과 작가는, 자신들의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 저작권을 받지만 한국 감독과 작가들은 받지 못한다"면서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게임'이 프랑스와 유럽, 남미 등 해외 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지만 정작 창작자인 황동혁 감독에게 돌아간 몫은 없다"면서 "이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에는 관련 저작권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서비스 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의 방송사에서 한국영화 및 드라마 등이 공개될 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송사에서 방영되려면, 각 방송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CJ ENM으로부터 방영권을 구매한다. 그런 뒤 '기생충'이 프랑스 방송사에서 방영되면, 방영권과는 별개로 감독과 작가에게 광고수입의 0.5%를 줘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남미 등에는 OTT와 방송사 등 콘텐츠를 송출하는 최종 플랫폼이 감독과 작가에게 방영권과는 별개로 저작권료를 주는 법안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대체로 영상물이 방송될 때 붙는 광고 수입의 0.5%를 감독과 작가에게 주고, OTT는 연매출액의 0.5%를 케이스 바이스 케이스로 감독과 작가에게 준다. 글로벌 OTT는 특정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시청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에 연매출액의 0.5%를 개별 작품 창작자들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준다.

미국은 관련 법안은 없지만, 워낙 감독과 작가 조합의 힘이 막강해 계약서상에서 유럽보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더 강력한 조항이 삽입돼 있다.

윤제균 감독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남미 등 관련 법안이 있는 각 나라 방송사와 OTT에서 한국 콘텐츠를 방영하면 한국감독과 작가들에게 그 나라 법에 따라 저작권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에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렇게 각 나라에서 한국 감독과 작가들에게 줄 돈이 수십억원이 쌓여 있다"고 설명했다.

윤제균 감독이 한국에서 속칭 '오징어게임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이유 중 하나는, 이렇듯 관련 법안이 있는 각 나라에서 한국 콘텐츠를 송출한 최종 플랫폼이 한국 감독과 작가에게 줘야 할 저작권료가 송출 뒤 5년이 지나면 자국 감독과 작가들의 복지예산으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윤제균 감독은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국 창작자들은 정작 관련 법이 없어서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한국 창작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한국에 관련 법이 없어서 그 나라 창작자들을 위해서 쓰여지게 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징어게임법'이 한국에 도입되면 기성 감독과 작가 뿐 아니라 신인감독과 신인작가, 다큐멘터리 감독와 작가, 독립영화 감독과 작가 등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면서 "K콘텐츠 산업의 풀뿌리 기반을 위해서 이 법안 도입이 매우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제균 감독은 "'오징어게임법' 도입이 어렵다면 현행 저작권법에 '콘텐츠의 최종 송출 플랫폼이 방영권과는 별개로 감독과 작가에게 일정 부분 저작권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서 개정을 하기만 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조합과 시나리오작가조합의 이 같은 움직임에 콘텐츠업계에서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징어게임법'이 도입되면 감독과 작가들에게 자신들의 몫이 빼앗기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 '오징어게임법'이 도입되면 해외 뿐 아니라 한국 방송사와 한국 OTT 등 최종 송출 플랫폼에서 감독과 작가에게 방영권과 별도로 저작권료를 줘여 하기에 관련 업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제균 감독은 "감독과 작가들이 제작자와 프로듀서 몫을 뺏는 게 결코 아니다"면서 "이 저작권료는 방영권과는 별개로 방송사와 OTT 회사 등 거대 기업에게 창작자의 몫을 공정하게 보장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에서 '기생충'을 방송할 때 광고수입으로 1억원을 번다면 그 중 50만원을 감독과 작가 몫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면서 "이렇게 생기는 저작권료는 다변해가는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서비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는 한국 콘텐츠의 감독과 작가들에게 최소한의 저작권 수입이 보장될 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포털업체에서 공개되는 한국 콘텐츠의 창작자들에게도 저작권 수입이 보장된다는 게 윤 감독의 주장이다. 네이버등 이커머스를 위해 K콘텐츠를 활용하려는 거대 포털업체들에서 공개되는 상업적인 콘텐츠 뿐 아니라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창작자들도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오징어게임법' 같은 법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는 없다면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콘텐츠의 힘이 특히 강한 나라들"이라면서 "한국에 관련 법이 마련돼야 호혜평등 원칙으로 그 나라에도 관련 법 도입을 촉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예로 들며, "K팝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해외 각 음악저작권협회와 신탁 협의를 해서 각 나라에서 K팝 저작권료를 한국의 창작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면서 "K-콘텐츠들도 '오징어게임법'이 도입돼야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제균 감독은 "'오징어게임법'이 도입되면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이 협의해 영상물저작권협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 저작권협회가 신탁 협의를 해서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 저작권료를 받아올 수 있게 하려 한다. 이 영상물저작권협회는 영화와 드라마 뿐 아니라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각종 영상물의 감독과 작가에 문호를 활짝 열어 창작자들이 공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그렇기 위해선 관련 법 도입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m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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