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맥주 한잔, 우승팀 대반격이 시작된 시간

수원=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7.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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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들이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아마도 그 날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죠."

시작은 힘겨웠지만 결국엔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시즌 초반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울상짓던 KT 위즈가 반등 끝에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주장 박경수(38·KT)는 5월 30일을 잊지 못한다.


KT는 지난 14일 끝난 전반기에서 44승2무38패로 4위를 마크했다.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등 '3강'과의 격차는 꽤 크다. SSG와 12.5게임, 키움과는 8게임, LG와도 7.5게임차로 쉽게 좁히기는 어려운 차이다.

특히 KT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궈낸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더욱히 지난해 우승 전력에서 크게 변함이 없었다. FA로 박병호(36)가 영입되며 오히려 전력이 더 강해졌는데도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면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발생했다. 주축타자 강백호(23)가 개막 직전 우측 새끼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윌리엄 쿠에바스(32)가 2경기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빠졌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0)마저 4월말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이탈했다. 이렇게 주전급 선수 3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분위기를 추락했고, 박병호의 분전에도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KT는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발빠르게 대처해 플랜B를 가동했다. 쿠에바스가 빠진 선발 한 자리는 롱릴리프로 낙점했던 엄상백(28)으로 채워넣었다. 그리고 엄상백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엄상백으로 버틸 수 있게 된 KT는 새 외인 웨스 벤자민(29)을 데려올 수 있었다. 엄상백은 6승2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리고 또 빠르게 움직였다. KT는 새 외인 타자를 데려왔다. 강백호의 공백은 어쩔 수 없지만 외국인 타자 자리는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알포드(28)와 계약하며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소모했다.

이렇게 발빠른 대응은 반등의 디딤돌이 됐다. 벤자민과 알포드는 무사히 리그 적응을 마쳤고, 6월 중순부터 활약해주고 있다. 이제 강백호만 돌아오면 완벽한 완전체가 된다.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주장 박경수는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팀을 봤을 때, 시즌 초를 생각하면 현재 성적은 만족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줄부상 속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처지지 않고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작년 우승 경험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고, 연패 중일 때도 선수단 사이에서는 '우리 팀은 분위기를 타면 충분히 연승을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반등의 계기가 된 날을 떠올렸다. 당시 KT는 홈에서 열린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싹쓸이 패배를 당하고 인천 원정길에 나선 상황이었다. 3연전 패배 과정을 보면 확실히 좋지 않았다. 첫 날 5월 27일 경기서는 0-4로 힘도 쓰지 못하고 졌고, 28일과 29일에는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각각 8-9, 4-12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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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KT 감독(오른쪽).
29일 경기 후 박경수는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면담 요청이었다. 분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30일 인천 원정 호텔에서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강철 감독 및 김태균 수석 코치 그리고 선수단에서는 박경수를 비롯해 야수 파트와 투수 파트 고참들이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는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연패에 빠지고 팀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명 감독님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다 보면 자신감이 하락한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마련됐다"면서 "감독님께서는 선수단을 향한 신뢰와 함께 '현실을 인정하자. 연패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다만 수비에서 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님은 다 계산을 하고 계시더라.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 자리가 끝나고 다음날부터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박경수의 말대로였다. SSG와 원정 경기에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작성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반등의 계기가 된 셈이다. 그 이후 KT는 6월 한 달간 14승2무9패 승률 0.609를 마크하며 8위에서 5위 자리까지 3계단 올라섰다. 그리고 7월 9경기서 8승 1패를 거두며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박경수는 "우리 팀은 투수력이 좋으니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부상자(강백호)가 돌아올 일만 남았다. 이탈도 없다. 부상을 조심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분명 상위권 팀들이 위기를 맞이할 시기가 올 것이다. 우리팀도 마찬가지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후반기 순위 싸움의 향방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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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이강철 감독(왼쪽에서 네 번째)이 승리 후 KT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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