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 보란듯이 '견제→견제→견제→견제'... 의도된 도발이었나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7.2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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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투수 양현이 24일 고척 삼성전에서 6회초 2사 1루 상황 때 1루 주자 이재현을 향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견제구, 견제구, 견제구, 견제구.'

4번 연속 견제구는 분명 이례적이었다.


뜨거웠던 삼성과 키움의 주말 고척 3연전이었다.

앞서 전반기를 11연패로 마친 삼성은 한껏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기 첫 경기가 열린 22일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삼성은 선발 에이스 자원인 수아레즈마저 불펜으로 투입하며 필승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 전 사령탑이 총력전을 선언했으나, 에이스 안우진 공략에 실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양 팀을 둘러싼 미묘한 상황도 벌어졌다. 삼성의 7회초 공격. 키움 투수 양현의 견제구에 1루 주자 박승규가 걸리며 아웃됐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양현의 보크가 아니냐며 강력 항의했다. 그는 결국 판정 항의 시간 초과(4분)로 퇴장까지 당했다.


허 감독은 다음 날 "양현의 견제 동작은 명확하게 부정 투구였다"며 "양현은 중요한 순간 견제할 때 속임수를 쓰는, 수시로 그런 동작을 하는 선수다. 계속 지켜봐왔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물론 그걸 알면서도 당한 게 (우리의) 잘못"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키움 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심판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4일 주말 마지막 경기.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왔다. 삼성이 3-0으로 앞선 6회초. 선발 애플러의 뒤를 이어 키움 벤치가 마운드에 올린 투수는 양현이었다. 양현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한 뒤 이재현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올 시즌 도루가 없는 이재현이었지만, 충분히 도루가 가능한 선수였다.

다음 타자는 오선진. 1루 주자 이재현이 리드 폭을 넓혔다. 이때 양현이 1루 쪽으로 견제구를 뿌렸다. 이틀 전 보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양현. 삼성의 주루 플레이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견제구가 한 번 더 갔다. 이재현이 슬라이딩을 하며 귀루했다. 뒤이어 양현이 또 한 차례 견제를 시도했다. 삼성 벤치, 키움 벤치의 시선이 모두 양현에게 향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양현은 또 한 번 견제를 시도했다. 4연속 견제구. 삼성 원정 팬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키움 쪽에서는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칫 삼성 벤치를 향한 도발로도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김동수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견제구가 계속되자 "지금 양현이 연속해서 견제를 하고 있는데, 그것(삼성 벤치의 항의)을 생각해서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 왜 보크를 생각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양현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한 차례 더 견제구를 던졌다. 그렇지만 주자에 너무 모든 신경을 쏟았던 것일까. 이후 양현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선진에게 우중간 안타, 김현준에게 내야 안타를 각각 내준 뒤 구자욱과 피렐라에게 연속으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진 만루 위기서 오재일에게 좌중간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사실상 승부의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간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양현의 지나친 견제구가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었다.

삼성이 이날 승리했지만, 올 시즌 키움과 상대 전적에서는 2승 10패로 크게 밀린다. 두 팀은 오는 9월 6일 대구에서 재차 격돌할 예정이다. 과연 양현은 라팍 홈 팬들 앞에서도 4연속 견제구를 뿌리는 강심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앞으로 삼성-키움전에서 양현의 견제구는 계속해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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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영(왼쪽) 삼성 감독이 22일 고척 키움전에서 7회 양현의 견제 동작에 대해 항의하러 나오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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