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사나이'의 인생 경기... '후보→승리의 수호신' 반전 드라마

수원=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09.0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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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배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수원FC의 골키퍼 박배종(33)은 '수원 사나이'다. 인생 대부분 수원에서 살았다. 또 그는 리빙 레전드이기도 하다. 소속팀의 내셔널리그 시절부터 시작해 K리그2, 현재 K리그1 다크호스로 떠오르기까지 줄곧 같은 유니폼만 입었다.

6일에 열린 수원FC와 포항 스틸러스전은 '수원 사나이' 박배종을 위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슈퍼세이브만 세 차례나 선보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세 경기 만에 거둔 값진 승리. 결승골을 넣은 건 팀 공격수 라스였지만, 박배종은 무실점을 이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격수가 한 경기에 3골을 넣으면 해트트릭이라고 하는데, 골키퍼인 박배종은 '슈퍼세이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반 2분부터 상대 허용준의 헤더를 육탄방어로 막아낸 박배종은 전반 24분 고영준의 다이빙 헤더도 몸을 날려 걷어냈다. 골문 바로 앞에서 날아온 슈팅. 하지만 동물적인 감각을 앞세워 빠르게 반응했다. 또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39분에도 포항 김승대의 날카로운 감아차기 슈팅을 몸을 쭉 뻗어 막아냈다. 이날 포항은 전체슈팅 13개, 유효슈팅 10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박배종이 지키는 수원FC 골문을 뚫어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박배종은 "후반전 선방이 기억에 남는다. 수비에 가려져 안 보였는데 반응을 했다.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 같다. 정신차려보니 공이 와 있어서 허겁지겁 손으로 쳐냈다"고 웃었다.

이번 승리를 통해 수원FC는 11승7무12패(승점 40)를 기록하며 리그 6위로 올라섰다. 상위스플릿 안착을 위한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또 박배종의 슈퍼세이브 덕분에 수원FC는 10경기 만에 무실점을 거뒀다. 그는 "실점이 많은 상황이어서 이번 경기에선 무실점을 하자고 했다. 팀이 단단해지는 중이다. 다음 경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팀 전체가 상위스플릿으로 올라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하나 같이 죽을 각오로 뛰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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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슈퍼세이브를 보여준 박배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배종은 선수 생활 대부분 경쟁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유현과 이범영 등 경쟁자가 둘이나 됐다. 시즌 초반 출전시간마저 잡기 어려웠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박배종에게도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후보 선수에서 승리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시즌 초반 유현이 뛰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박배종이 들어와 주전 골키퍼 활약을 해주고 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선방을 보여주고 있다. 판단력과 공중복 약점만 보완한다면 주전으로 뛸 수 있다"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시즌 끝날 때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배종은 "축구인생을 살다보면 주전이든 아니든 경쟁을 하게 마련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담아두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 생각을 많이 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힘이 된다"며 "어렸을 때부터 저는 수원에서 살았다. 수원은 제게 고향이다. 처음이 여기였던 만큼 마무리도 여기서 하고 싶다. 올 시즌 상위스플릿에 오를 수 있게 실점률을 낮추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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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박배종. /사진=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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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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