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12명 중 포수가 무려 5명... 키움의 도전 "유틸리티로 키운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9.23 09:28 / 조회 :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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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 김건희, 고형욱 키움 단장.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은 많은 화젯거리를 낳았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키움이 선택할 수 있는 선수는 지난 4월 박동원(32·KIA 타이거즈) 트레이드로 얻은 2라운드 지명권(전체 12번)까지 포함해 총 12명. 모두 우투우타였고 투·타 겸업의 김건희(18·원주고)를 타자로 분류하면 투수는 오상원(18·선린인터넷고)과 박윤성(18·경남고) 둘뿐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야수 10명 중 5명이 포수라는 점이었다. 김건희, 김동헌(18·충암고, 2R 12번), 박성빈(18·대전고, 7R 66번), 변헌성(18·유신고, 9R 86번), 안겸(18·배재고, 10R 96번) 등 총 5명이다. 고형욱(51) 키움 단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 한다. 포수 유망주들을 한 포지션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1루, 3루, 외야수 등 다양한 미래를 그려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왜 하필 포수에 주목했을까. 보통 포지션 변경을 염두에 두고 지명되는 건 운동능력이 뛰어난 유격수다. 일반적으로 발이 느리고 민첩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한 포수 포지션은 어지간한 수비력 혹은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프로에 입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키움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했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수비 기본기는 모자라지만, 공격력이 좋은 포수들이 많다. 하지만 포수란 이유로 고타율인데도 미지명되는 경우가 많다. 주포지션이 포수이지만,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1루, 3루, 외야를 보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미국과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포수가 둔하다는 이미지를 바꿔야 된다 생각했고,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깰 수 있는 포수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고민했다. 그래서 저학년 때부터 포수들의 운동능력에 집중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다 보면 구단 입장에서도 백업 포수를 유틸리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엔트리 구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신인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키움이라 가능한 도전이기도 하다. 키움에선 성실함과 기량만 증명한다면 프로 1년 차라도 주전으로 나설 수 있다. 그렇기에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이라 불린다. 이 팀장은 "인식을 바꾼다는 것이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다. 구단에서도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런 의지는 신인선수 지명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명 당시에는 팬분들에게 쓴소리를 듣더라도 우리가 공격적으로 2~3명씩 도전해보자는 구상을 몇 년전부터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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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대전고 박성빈, 유신고 변헌성, 배재고 안겸./사진=OSEN
이번에 뽑힌 포수 5인방은 편견에 도전할 수 있는 적임자들라는 평가다. 이 팀장은 "올해 우리 팀의 핵심 키워드는 공격력이다. 때마침 올해 나온 자원 중에 공격력 좋은 포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 가운데 평균의 주력을 가지고, 풋워크나 주루플레이에서 자신이 가진 주력 이상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선택했다. 물론 포수들이 기본적으로 BQ(야구 지능)가 높고 시야도 넓다. 경기를 조율하는 경험이 많은 것도 당연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는 온양중 시절부터 포수와 투수 모두에 재능을 보이면서 KBO리그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될 수 있는 유망주로 알려졌다. 고 단장은 "김건희는 포수로서 어깨가 좋고 타격이 괜찮다. 투수로서는 메커니즘이 부드럽고 손가락 감각이 좋다. 볼이 빨라도 감각이 없는 선수가 많은데 이런 선수들은 뭘 배워도 빨리 배우고 발전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고 단장에 따르면 2라운드로 뽑힌 김동헌은 안정된 수비가 매력적인 포수이지만, 장타력을 장착하면 1, 3루 등 코너 내야수의 가능성이 있다. 10라운드에 선택된 안겸은 또 한 명의 투·타 겸업 선수다. 강남중 시절부터 포수와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2017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는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또한 일찌감치 1학년 때부터 외야수로서 잠재력도 확인했다.

7라운드의 박성빈은 인 아웃 스윙(인사이드 아웃 스윙)이 고등학생 중 가장 잘 형성된 선수다. 박병호(36·KT)를 통해 티라노 스윙이라고도 알려진 '인 아웃 스윙'은 뒤쪽 팔(우타자 기준 오른팔)을 최대한 몸통에 붙여 스윙하는 것으로 몸쪽 공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다. 탄탄한 하체와 허리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나올 수 있다. 이 팀장은 "(박성빈은) 1학년 때부터 인 아웃 스윙만큼은 꾸준했다. 프로에 와서도 특별한 보완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히팅존도 스트라이크 존 안에 가장 넓게 형성돼 있어 프로에 와서도 높은 정타율과 빠른 적응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9라운드의 변헌성은 장타력이 으뜸이다. 향후 게임 체인저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이 팀장은 "스윙 궤적이나 하체 이용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 대부분이 신체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걱정은 없다. 조금만 바꿔주면 뜬 공 비율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면서 "장타력으로 경기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슬러거 육성이 가장 힘들다. 팀에 이미 김수환, 이명기, 이주형, 박주홍 등이 있지만, 다양한 포지션에서 뜬 공 비율이 높고 배럴 타구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선수를 생각했다. 변헌성은 이 조건에 적합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밖에 눈여겨볼 만한 것은 키움에 점점 주장 출신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장충고 김병휘(21·2020년 2차 4R), 신일고 김휘집(20·2021년 2차 1R), 북일고 박찬혁(19·2022년 2차 1R)에 이어 올해는 '충암고 주장' 김동헌, 신일고-한일장신대에서 모두 주장을 맡았던 송재선(22)이 합류했다. 1라운드 김건희 역시 주장은 아니지만, 리더십과 장악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우승을 위해서다. 우승을 위해선 공격력과 함께 가장 뛰어난 투수들과 많이 상대하고, 또 그 선수들을 이겨본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초·중·고 시절 기록을 꼼꼼히 조사하면서 그 중에서도 주장 경험이 있고 리더십이 있는 선수들을 뽑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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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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