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잔류에 가려진 명가 수원의 '씁쓸한 현주소'

수원=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10.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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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안병준(가운데)이 29일 FC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창단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던 프로축구 '명가' 수원삼성이 가까스로 K리그1(1부)에 잔류했다.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로 추락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K리그2(2부) 강등이라는 최악의 결말만큼은 겨우 피했다.

수원은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PO 2차전에서 FC안양을 2-1로 제압했다.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던 수원은 2차전 승리로 다음 시즌에도 K리그1 무대를 누빌 자격을 얻었다.


잔류를 확정하는 과정만큼은 승강 PO 역사에 남을 만큼 '드라마틱'했다. 역대 승강 PO 역사상 두 번째로 2차전 연장 승부가 펼쳐져 경기 종료 직전 이른바 '극장골'로 잔류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안병준의 선제골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수원은 후반 9분 아코스티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실점했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도 끝내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결국 두 팀의 승부는 전·후반 각각 15분씩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승격과 강등이 걸린 승강 PO 연장전은 2017년 당시 상주상무(김천상무)-부산아이파크 이후 5년 만이었다.

연장전에서도 좀처럼 깨지지 않던 균형은 연장 후반 15분, 양 팀 모두 승부차기를 준비하던 시점에 극적으로 터졌다. 오현규의 헤더가 안양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120분 혈투 끝에 수원은 가까스로 생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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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치열한 볼 경합 중인 수원삼성 명준재(왼쪽)와 FC안양 황기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극적인 잔류 확정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 이면엔 수원의 '씁쓸한 현주소'가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승리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K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5회 등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 승강 PO 2차전 연장 막판에 가까스로 생존한 건, 구단 자존심에 '또 다른' 생채기가 날 만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부터 승강 PO에서 사라진 '원정 다득점 제도'가 그대로 유지됐다면 수원은 자칫 창단 처음으로 강등될 수도 있었을 상황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6년엔 성남FC가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뒤 홈에서 강원FC와 1-1로 비긴 뒤 원정 다득점 제도에 따라 강등의 쓴맛을 본 전례도 있다. 수원 입장에선 올해부터 바뀐 규정이 천운이었던 셈이다.

극적인 잔류라는 결과에도 경기 후 이병근 감독이나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가 하나같이 웃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극적인 잔류에 성공한 팀들이 경기 후 하나같이 축제 분위기였던 것과는 사뭇 달랐던 건 승강 PO를 통해 극적으로 잔류한 '명가'의 씁쓸한 현주소와 맞닿아 있었다. 수원 구단 역사를 돌아보면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한 게 자랑할 만한 성과는 아니라는 의미다.

오현규 역시 "올해 우리가 잘한 건 정말 아니었다"며 승강 PO로 추락한 팀의 씁쓸한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 그러면서 "2022시즌 정말 힘들었지만 마무리만큼은 정말 기뻤다는 선물 같은 선물을 팬들께 드리고 싶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병근 감독 역시 "올해처럼 이런 일은 정말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는 밑에서 놀고 싶지 않다. 피가 말리는 경기였다"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감독은 이어 "내년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 이기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의 의지나 간절함이 더 필요하다. 선수단을 잘 보강하고, 약한 부분을 정신적으로 끄집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잔류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수원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의미였다.

한편 이어 열린 또 다른 승강 PO에선 대전하나시티즌이 김천상무를 4-0으로 대파, 1·2차전 합계 6-1로 승리하며 8년 만에 승격에 성공했다. 이로써 다음 시즌 K리그1에는 광주FC(K리그2 우승)와 대전이 새롭게 승격하고, 성남FC(K리그1 최하위)와 김천은 K리그2로 떨어져 재승격에 도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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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수원삼성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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