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찾은 김성근 전 감독 일침 "투수들 확실한 승부수가 없다"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11.0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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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전 감독./사진=심혜진 기자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감독 고문을 지낸 김성근(80) 전 감독이 모처럼 인천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한국 야구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SK 왕조를 일군 김성근 전 감독이 방문한 것이다. 김 전 감독은 당초 한국시리즈 2차전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시구 행사가 취소됐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랜더스필드는 김 감독에게 잊지 못할 장소다. SK(SSG의 전신)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7년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SK는 당시 두산에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지만 3, 4, 5, 6차전을 내리 승리하면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어 이듬해에도 SK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2010년 또 한 번의 통합우승을 통해 '왕조'를 구축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어제도 집에서 경기를 봤다. 직접 경기장에 방문해 새롭다. 더그아웃에서 보는 것과 보여 지는 시야가 다르다. 또 위에서 보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긴장감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SK 왕조 시절 제자들도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소년 장사' 최정, '짐승' 김강민 등 왕조 주역들이 지금도 경기에 뛰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김강민은 확인해보니까 마흔이더라. 흥미롭다. 살이 많이 쪘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회말 극적 동점 홈런에 대해서는 "1차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어제(1일) 홈런은 젊었을 때, 쌩쌩할 때도 못쳤다. 깨끗이 잘 쳤다. 우리나라도 이런 베테랑을 많이 남겨놔야 하는데, 자꾸 바꾸니까 수준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광현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김 전 감독은 SK 감독 시절인 2007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당시 19세의 고졸 신인 김광현을 4차전 선발로 파격 기용한 바 있다. 당시 김광현은 7⅔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 이후 승승장구 해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로 성장했다.

김 전 감독은 "2007년에는 김광현이 신인이라 부담이 없어 좋은 투구를 했는데 어제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겨야 한다는 의욕이 앞선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피치를 올렸고, 나중에 도중에 지치지 않았나 싶다"며 전날 선발 등판했던 김광현의 투구에 대한 평가도 남겼다.

한국 야구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전한 김 전 감독은 "나오는 투수들 모두 자신있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이 없는 것 같았다. 확실한 승부수를 가진 선수가 없다. 포크볼을 던진다고 하면, 말 그대로 던질 줄 아는 것이지 포크볼로 삼진을 확실히 잡아낼 수 있다고 할 선수가 없다"며 "타자들도 이 공은 무조건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일침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1차전은 한국야구의 미래에 물음표를 남긴 경기였다. 개인의 모습은 보였지만 팀으로서 찬스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부족했던 듯 싶다. 여기서 뭘 느끼고 어떻게 할지 지도자들이 모두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일본에서 이정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올 시즌 홈런 23개를 쳤다고 들었다"고 먼저 칭찬한 뒤 "그러나 타구를 보면 전부 우익수 방향으로 향한다. 좌익수 방면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야구는 내년 굵직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다. WBC와 아시안게임 등을 준비해야 한다. 김 전 감독은 대표팀을 향해 "국내 무대와 해외 무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싸우려고 하면 우리나라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도쿄올림픽 때 보니 빠른 볼을 못 치더라. 또 시속 150km 후반대를 던지는 투수가 없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최근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어드바이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은퇴를 시사했던 김 전 감독은 "내가 은퇴한다고 한 적은 없다. 50년 넘게 해 온 지도자 생활이 끝났다고만 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은퇴라고 하니 그런가보구나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데 모든 것이 아쉽다. 과거를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떠날 때는 늘 아쉽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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