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에이스→짜릿했던 '위닝샷'... 부활 신호탄 쏘아 올린 양홍석

수원=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11.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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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SK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하고 있는 수원 KT 양홍석. /사진=KBL
프로농구 수원 KT는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우승 후보'로 첫 손에 꼽혔다. 허훈(27·상무)의 군입대 공백에도 불구하고 컵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당시 KT를 우승후보로 꼽은 다섯 명의 사령탑들은 KT의 선수 구성과 공·수 밸런스 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 정작 KT는 5일까지 개막 8경기에서 단 2승을 거두는데 그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와 더불어 예상 밖의 추락이었다. 서동철(54) 감독은 특히 저조한 득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6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SK전을 앞두고 "수비도 수비지만, 어떻게 하면 득점이 많이 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랜드리 은노코(28), 이제이 아노시케(24) 등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뿐만 아니라, 허훈의 입대 이후 '에이스'의 역할을 맡게 된 양홍석(25)의 부진도 KT 입장에선 뼈아팠다. 지난 시즌 40%에 육박했던 3점슛 성공률(39.5%)은 시즌 개막 7경기에서 21%에 그쳤고,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각종 지표 모두 지난 시즌에 못 미쳤다.

급기야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주 KCC전에선 포진 때문에 엔트리에서 결장해야 했다. 양홍석 스스로 "부진한 이유라도 알면 제가 하루빨리 고치겠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의 부진이 이어졌다. 팀 성적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양홍석이 갖는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KCC전 결장 이후 하루 만에 엔트리에 복귀한 SK전 역시도 사실 3쿼터까지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13분 59초를 뛰면서 단 4점에 그쳤다. 두 차례 던진 3점슛은 모두 림을 외면했다. 정성우와 김동욱, 하윤기 등이 분전에도 에이스 양홍석과 아노시케, 온노코 등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은 KT가 54-66, 12점 차 열세 속에 4쿼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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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서울 SK전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수원 KT 양홍석. /사진=KBL
그런데 마지막 4쿼터, KT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하윤기와 김동욱(3점)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핀 뒤 SK를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67-70으로 추격하던 종료 3분 12초 전, 서 감독은 회심의 카드로 양홍석을 투입했다. 양홍석은 투입 직후 은노코의 패스를 받아 깨끗하게 3점슛을 성공시켰다. 70-70, 한때 16점 차 열세였던 경기를 4쿼터 막판 동점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양홍석은 하윤기의 역전 2점슛을 어시스트하더니, 72-72로 맞선 종료 47초 전엔 정성우의 패스를 받아 다시 한번 깨끗한 3점슛으로 성공시켰다. 결국 이날 KT는 4쿼터 대역전극을 펼치며 SK를 76-74로 제압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에이스 양홍석의 마지막 3점슛이 팀 승리를 이끄는 위닝샷이 됐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날 양홍석의 기록은 출전 시간 17분 11초 동안 10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기록이지만, 양홍석 스스로에게는 더없이 의미가 큰 경기가 됐다. 맏형 김동욱을 비롯해 그동안 팀 동료들이 자신의 부활을 위해 애쓴 가운데, 4쿼터 결정적인 3점슛 두 방으로 비로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경기가 됐기 때문이다.

양홍석은 "우리 팀 가드들이 나를 살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기에 응답해야 될 것 같아서 집중력을 올려서 쐈는데 들어가서 다행스럽다"며 "처음 동점 3점슛을 넣었을 때 (김)동욱이 형이 '올라왔다, 그냥 쏴라'라고 말해줬다. 동욱이 형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더 와닿았다. 팀원들도 평소에 '기다려봐라, 기다리면 흐름이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 팀원들이 나를 많이 생각해준 것 같아서 감동을 받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이날 두 방의 3점슛이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랐고, 또 자신했다. 그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괜한 걱정도 많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그런지 자꾸 엇나갔다. 그래서 심적으로 기가 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그래도 오늘 경기 마지막 샷을 성공한 만큼 기가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라운드 때 너무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1라운드 마지막 결과가 좋았으니, 2라운드도 첫 스타트부터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2라운드에선 양홍석이라는 선수가 이런 선수가 아니라는 걸, 더 좋은 선수라는 걸 더 보여드릴 수 있는 신호탄이 된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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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SK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하고 있는 수원 KT 양홍석.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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