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피치5에서 훈련 중인 김태환. /사진=대한축구협회 |
물론 매경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월드컵 무대 특성상 카타르에 입성한 26명 모두 그라운드를 누비지는 못했다. 26명 가운데 5명은 단 1분도 뛰지 못한 채 조별리그와 16강까지 4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봤을 정도다. 조별리그 내내 벤치를 지키다 패색이 짙어진 브라질과의 16강전에야 가까스로 기회를 받은 선수도 2명이나 된다.
골키퍼 조현우(31·울산현대)나 송범근(25·전북현대)은 포지션의 특수성과 맞물려 4경기 모두 벤치만을 지켰다. 김승규(32·알샤밥)가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깊은 신임 속에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찬 데다, 웬만해서는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포지션 특성상 4경기 모두 벤치를 지켰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카타르에 입성한 윤종규(24·FC서울)와 김태환(33·울산)에게도 끝내 1분의 출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오른쪽 풀백 자리엔 조별리그 3경기와 브라질과의 16강전 모두 김문환(27·전북)이 풀타임을 책임졌다. 2선과 최전방을 넘나드는 공격수 송민규(23·전북)도 워낙 쟁쟁했던 공격진들 사이에서 끝내 출전 시간을 받지는 못했다.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피치5에서 훈련 중인 골키퍼들. /사진=대한축구협회 |
다만 단 1분도 뛰지 못한 5명을 포함해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었던 이들 모두 벤투호가 16강으로 향하는 여정에 힘이 되지 못한 건 결코 아니었다. 짧게는 지난달 14일 카타르 도하에서부터, 길게는 지난 10월 28일 파주 NFC에 소집돼 함께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려 왔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흘린 땀들은 주전과 비주전을 떠나 내부 경쟁을 통한 효과로 이어졌고, 든든한 백업의 존재는 주전급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힘이 됐다. 주전들의 부상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묵묵히 준비했던 것도 백업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간절하게 바랐을 출전 시간을 아예 받지 못했거나 적게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16강으로 향하는데 힘이 되지 못한 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어떤 상황이든 갑자기 들어갔을 때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뒤에서 잘 준비해야 한다"는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의 한 마디는 이번 대회 벤투호 백업 자원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 뒤에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던 백업 선수들 역시도 벤투호의 16강 성과를 빛낸 영웅들이었다.
지난 3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통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뒤 주전·백업을 가리지 않고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