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11' 이룬 것과 잃은 것 [이덕행의 방송진단서]

이덕행 기자 / 입력 : 2022.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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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쇼미더머니11'이 많은 득과 실을 남긴 채 이영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Mnet '쇼미더머니11'에서는 이영지가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허성현, 3위는 블라세, 4위는 던말릭에게 돌아갔다.


이영지는 "'데자뷔'라는 곡의 완성을 우승으로 시킨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 '쇼미더머니'라는 여정동안 정말 많은 실력자를 만나고 한계에 부딪혔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제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열심히 하겠다. 앨범 내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즌 '쇼미더머니'는 'THE NEW ONE'이라는 콘셉트로 앞선 '쇼미더머니'와 다른 시즌일 될 것임을 예고했다.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한 지금 '쇼미더머니11'은 얻은 것만큼이나 잃은 것이 많은 시즌이었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국내 최장수 힙합 서바이벌'의 명맥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사실 힙합이라는 장를 빼더라도 '쇼미더머니'만큼 오랜 기간 진행된 서바이벌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 시즌 존폐설이 불거졌지만, 이번에도 돌아온 '쇼미더머니'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했다.


우승자 이영지가 완성해낸 스토리 역시 '쇼미더머니'가 만들어낸 성과 중 하나다. 이영지의 참가 소식은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쇼미더머니' 특성상 본선 무대부터는 관객들의 투표로만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영지에게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선 단계에서는 이영지에게 편집이 집중되며 다른 참가자들의 비중이 적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라는 비아냥섞인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압박감이 이영지에게는 부담감으로 돌아왔을 터. 그러나 이영지는 이러한 주위 환경을 이겨내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영지는 이번 우승으로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먼저 여성 래퍼로서는 최초로 우승자 타이틀을 얻었다. 시즌9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던 미란이, 시즌 10 준우승을 차지한 신스에 이어 이영지가 우승을 차지하며 여성래퍼들의 입지를 다진 것이다. 또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을 모두 우승한 최초의 래퍼가 됐다. 앞서 '고등래퍼1' 우승자 양홍원이 '쇼미더머니8'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있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와 '쇼미더머니11' 우승을 차지하며 두 번의 서바이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음원 성적 역시 나쁘지 않다. 차트 상위권을 기록한 이영지의 'NOT SORRY'를 비롯해 '알젓'(알티·저스디스) 팀의 팀 음원미션 '마이웨이'(MY WAY), 허성현의 '미운오리새끼', 던말릭의 '눈'·'빡' 등은 각종 음원차트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쇼미더머니11'이 잃은 것 역시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외적으로 보이는 수치가 급락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쇼미11'은 5주 연속 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5회에 0.64%라는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뒤 계속 1%의 벽을 넘기지 못하고 표류했다.

물론, 만만치 않았던 경쟁 프로그램에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동시간대에 펼쳐지며 시청자를 유인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쇼미더머니11' 자체가 예능적 측면과 경연적 측면에서의 방향성을 잡지 못해 갈피를 잃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음원 성적 역시 일부 곡이 차트 진입에 성공하며 체면을 차렸을 뿐이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 시즌 음원, 본선 무대 곡이 차트 최상단을 휩쓸었던 것과 비교해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미션 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며 제작진을 향한 신뢰도 사라졌다. 이번 시즌의 특이점은 2차 미션과 팀 선택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존 3차미션은 1대1 대결의 패배자가 탈락자가 됐지만, 이번 시즌에는 모든 대결의 승패를 합산해 팀 단위로 탈락자 선정이 이뤄졌다.

이 지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가장 크게 제기됐다. 1대1 대결의 승리자와 패배자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탈락자는 프로듀서들이 임의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래퍼 이슬이는 다민이를 이기고 목걸이를 가져왔으나 탈락했다. 일부에서는 '이럴거면 뭐하러 승패를 가렸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좋은 비트를 고르려다 결국 랩을 하지 못한 이영지에게 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다른 참가자들은 탈락 후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과 맞지 않는 비트에도 랩을 욱여넣었다. 그런데 이영지는 끝내 랩을 하지 못했음에도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본선에서 마이크 선택 룰이 부활했다는 것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두 명의 래퍼가 같은 곡을 연습하고 무대 위에는 프로듀서가 선택한 한 명의 래퍼가 올라갈 수 있는 마이크 선택룰은 참가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자극적인 룰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마이크 선택 대신 두 명의 래퍼를 모두 무대에 오르게 해 호평받았다. 이번 시즌 다시 돌아온 마이크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를 떠나게 만들었다.

'쇼미더머니는' 시즌9와 시즌10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즌 11이 받아든 성적표는 분명한 득실이 존재한다. 추후 새 시즌을 통해 '쇼미더머니'가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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