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위' 클린스만은 17년 전 공격 축구를 재연할 수 있을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3.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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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AFPBBNews=뉴스1
독일 축구의 전설 중 한 명인 위르겐 클린스만(59)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여론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미국 국가대표팀과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헤르타 베를린에서 실패를 했던 '한 물 간' 감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전술 구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가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미국에서도 클린스만의 한국 감독 선임을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월 28일(한국시간) 클린스만 감독이 최근 내리막길을 걸었던 지도자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클린스만은 지난 2016년 미국 대표팀 감독에서 해임됐다. 2018년 월드컵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멕시코에 패했고 약체로 평가됐던 코스타리카에 0-4의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클린스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을 때 그는 "미국 축구 대표팀은 제 자리를 찾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한 장소는 독일 총리 안겔라 메르켈의 미국 방문 국빈 만찬 자리여서 미국 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결국 클린스만은 해임됐고 미국 축구는 2018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클린스만은 2020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 자리에 올랐지만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그의 재임기간은 고작 10주였으며 그나마 그의 사퇴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뤄져 비난 여론이 거셌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측면을 높게 평가해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일까.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오른 미하엘 뮐러(58·독일)는 "클린스만이 첫 번째 감독 협상 대상자였다. 그가 전술보다 팀 워크를 살리는 강한 리더라는 점이 감독 선임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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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물론 클린스만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의 일원으로 전 경기를 분석했고 선수 데이터 활용에도 능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구사했던 최고의 축구 전술은 체력 강화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였다. 그리고 이같은 그의 특징이 나타났던 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었다.

독일은 바로 직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독일 축구 팬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로봇 축구'를 했다는 비판이 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 대표팀 감독이 된 클린스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 거주하며 독일 대표팀을 지휘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과 마치 대기업의 경영진 회의를 방불케 하는 '축구 세미나'를 자주 열어 의사소통의 장을 열었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그가 내린 결론은 독일은 다른 유럽 축구 강국보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선수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빠른 패스와 주력을 활용한 공격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체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했고 독일 축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3-5-2 전술을 버리고 4-4-2 전술을 택했다.

그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는 빠른 방향 전환과 패스를 통해 다이내믹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고 3위를 차지했다. 부임 초기 클린스만의 접근방식에 반기를 내걸었던 축구 팬들도 몰라보게 달라진 독일 축구에 환호했다. 변신한 독일 축구에 대해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호평도 잇따랐다.

독일 축구의 새로운 희망도 2006년 월드컵부터 생겨났다. 이는 당시 전술적인 측면에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큰 힘이 됐던 요아힘 뢰브 코치(63)가 훗날 감독이 된 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현실화할 수 있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클린스만은 독일 대표팀 시절의 축구 철학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접목시켜 성공을 거뒀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미국은 독일, 포르투갈, 가나와 이른바 '죽음의 조'에 편성돼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빠른 공격을 바탕으로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벨기에와 16강전에서 1-2로 패했지만 나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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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AFPBBNews=뉴스1
클린스만 감독의 아버지는 제빵 마이스터였다. 이런 영향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도 아버지의 빵집에서 제빵 마이스터 견습과정을 밟았다. 그는 이때 성실성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지금도 그의 친척이 운영하고 있는 클린스만 빵집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에 있다.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이기자 이 빵집에서는 스코어가 표시된 빵을 만들어 팔았다. 미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클린스만을 응원하기 위해 빵집 앞에는 독일 국기와 미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처럼 클린스만에게 잊을 수 없는 해는 2006년과 2014년이었다. 이 중에서도 2006년은 감독으로서 그의 명성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해였다. 현재 '퇴물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가 17년 전인 2006년처럼 다이내믹한 공격축구를 한국에서도 재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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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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