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템→우승청부사' 이원정 "김연경 격려는 힘, 3차전서 끝낸다"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4.0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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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도로공사와 챔프전 2차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김연경(왼쪽에서 2번째)과 이원정(가운데). /사진=KOVO
[인천=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우승 운은 있는 것 같아요."

이원정(23·인천 흥국생명)은 5시즌을 뛰며 2개의 우승반지를 챙겼다. 핵심 멤버가 아닌 상태로 이룬 성과여서 더욱 공교롭다. 이번엔 다르다. 명실상부 주전 세터로 거듭난 이원정은 흥국생명의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룰 핵심 카드가 됐다.


이원정은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18 25-15 25-21)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챔프전에서 1,2세트를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0%(5/5)였다. 6년차 이원정이 3번째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기게 됐다.

2017~2018시즌 도로공사에서 데뷔한 이원정은 그해, 2020~2021시즌 서울 GS칼텍스로 이적해서 두 차례 우승을 맛봤다. 다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팬들은 존재만으로 팀에 승기를 불어넣어주는 선수들을 우스갯소리로 '토템'이라고 부른다. 활약이 크지 않은 이원정은 '토템'과 같았고 두 차례 우승은 그저 행운이 따르는 결과인 것처럼 보였다.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데엔 부상 여파도 작용했다. 1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GS칼텍스로 트레이드 된 후엔 왼 손목 물혹 제거 수술 등으로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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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를 올리고 있는 이원정(가운데). /사진=KOVO
올 시즌 도중 흥국생명으로 트레이드 된 건 그의 커리어를 바꿔놓은 큰 사건이었다.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를 갈았던 이원정의 토스는 세계 최고 선수 김연경의 입맛에 딱 맞았고 흥국생명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달 11일 갑작스런 햄스트링 부상으로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팀은 선두를 지켜내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가장 중요한 챔프전을 앞두고 경기 감각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컨디션이 완전치는 않았지만 이원정은 빠르게 감각을 회복해갔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승리로 이끈 그를 향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한 달 간 코트를 안 밟았기 때문에 경기력이 100%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차분하게 하다 보면 스스로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격려했다.

앞서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지만 주전으로 나서는 챔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스로 "1차전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그는 "긴장감이나 부담감이 크다. 도로공사 때는 정말 아무생각이 없었고 GS 땐 약간은 생각을 했지만 이번과는 다르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잘 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고 말했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베테랑 김연경의 존재는 큰 힘이다. 이원정은 "칭찬도, 쓴소리도 많이 해준다. 토스가 좋을 때는 때리기도 전에 '나이스 토스'라고 한다"며 "실수할 때는 천천히 하라고 이야기해준다. 챔프전 때는 긴장하는 게 보여서 그런지 쓴소리보다는 다독여줘서 고맙다. 힘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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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아본단자 감독(오른쪽)이 이원정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3세트에서 경기를 끝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쌍포 옐레나와 김연경이 각각 59.38%, 58.06%로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데엔 이원정의 토스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

아직 완전치 않은 몸을 이끌고도 주저하는 법이 없다. 근육을 과도하게 쓸 경우 재발할 수 있는 햄스트링 부상에도 전력으로 점프하며 1차전 유효블로킹 10개를 잡아냈고 이날도 11차례 블로킹을 시도해 2득점, 7차례 유효블로킹을 만들어냈다. 7차례 시도한 디그도 모두 성공시켰다.

짧은 시간에 전력투구해 빠르게 경기를 잡아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발 상태가 안 좋다. 4세트에 가면 힘들 것 같았다"며 "김천까지 가야 하니까 더 집중해서 3세트에서 끝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괜찮았다. 세트가 거듭 될수록 뛰는 것도 버거웠다"면서도 "지금은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 3차전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할 것이다. 끝내고 나면 쉬어도 되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미소지었다.

올 시즌 예상치 못하게 트레이드 됐지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화위복이 됐다. "아직 커리어가 한참 많이 남았지만 이번 시즌이 확실히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흥국생명에 와서 또 한 번 우승할 기회가 왔다. 두 차레 통합우승을 한 것도 운이 좋았다. 주변에선 우승하는 것도 운이 좋으니 할 수 있다고 해준다. 우승 운은 있는 것 같다"고 3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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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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