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만 1700명' 부러운 일본야구, 관중 수에서도 MLB 또 넘어선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4.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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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요미우리-야쿠르트의 경기 모습. '코로나 방역'이 이어지던 시기였음에도 많은 관중이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 프로야구는 2018년과 2019년 경기당 평균 관중 수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넘어섰다. 경기력과 팬들의 관심도, 산업적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리그를 자처했던 MLB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였다.

2018년 일본 프로야구의 평균 관중은 2만 9780명이었고 MLB는 2만 8794명이었다. 차이가 워낙 근소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2019년 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일본 프로야구 평균 관중은 3만 930명, MLB는 2만 8317명로 2600명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일본 프로야구는 평균 관중 3만명 고지 달성을 자축했고 MLB는 관중 감소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사실 MLB의 인기 하락은 오래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MLB 총 관중은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MLB는 적어도 2017년까지 3만명 이상의 평균 관중 수를 유지했다. MLB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큰 틀에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MLB 경기장 신축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열혈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도시의 랜드 마크가 된 신설 야구장을 방문하려는 인구가 꾸준히 생겨났던 셈이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MLB 구단의 경기장 21개가 새롭게 조성됐다.


하지만 2017년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포츠 선호도 조사 결과는 MLB 관계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조사에서 프로야구(9%)는 프로풋볼(NFL·37%)과 프로농구(NBA·11%)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1937년 갤럽 조사 이래 야구 선호도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13년 같은 조사에서 농구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높게 집계됐던 야구는 순위가 하락하면서 미국 프로 스포츠 후발 주자인 축구(7%)와의 격차도 2%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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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오클랜드-LA 에인절스가 경기가 열린 오클랜드 콜리세움 전경. 정규시즌 개막전임에도 관중석에 빈 자리가 많다. /AFPBBNews=뉴스1
급기야 2018년 MLB의 총 관중 수는 약 6960만명으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700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 미국 주요 언론은 MLB의 관중 감소 원인을 춥고 비가 많이 오는 악천후에서 찾았다. 또한 MLB에서 무너진 팀간 전력균형 문제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2018년에는 무려 MLB 8개 구단이 95패 이상을 기록했고 이 중 3팀(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은 100패 이상을 당했다. 한 마디로 페넌트레이스 경쟁 대열에서 적지 않은 팀들이 일찍 떨어져 나갔다는 의미다.

2019년 MLB 총 관중 수는 약 6850만 명으로 더욱 하락했고 이 추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20, 2021년과는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2022년 MLB 관중 숫자는 6460만 명으로 2019년에 비해 적었다.

MLB가 이런 문제를 겪는 사이 일본 프로야구 관중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2년 2100만명 수준이었던 총 관중 수는 2019년 2650만명으로 상승했다.

이같은 원인으로는 2010년대 이후 프로야구와 인기 경쟁을 하던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인기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본 프로야구를 보려는 젊은 팬과 여성 팬이 증가한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본 프로야구 관중 증가에는 우선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이 대회 2연패를 차지해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일본의 WBC 2연패는 2000년대 중반 일본 프로야구를 강타했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 긴테스 버팔로스와 다이에 호크스의 모기업인 긴키 철도회사와 다이에가 재정적 부담 때문에 구단 운영을 포기했다. 위기 상황에서 긴데스는 오릭스와 합병했고 일본 굴지의 IT 기업 소프트뱅크가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창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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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월 23일(한국시간) WBC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위기를 넘긴 일본 프로야구는 모기업에서 내려온 스포츠 비전문가가 프로야구단 대표를 맡는 관행에서 벗어나 스포츠 전문 CEO(최고 경영자)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는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돈을 쓰는 계열사가 아니라 돈을 버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신호탄이었다.

이를 통해 구단의 전체 거버넌스 체제가 바뀌었고 팬 마케팅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던 시점에 히로시마 카프에서는 수도권 여성 팬을 대상으로 경기장 투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며 여성 팬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유일하게 여성 치어리더가 없었던 히로시마의 특징을 살린 여성 팬 유치 전략은 일본 내에서 '카프 조시(히로시마 카프를 응원하는 여성 팬)'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통적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한신 타이거즈 등이 있는 센트럴 리그에 비해 관중 동원 면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퍼시픽 리그도 2010년대부터 인기가 올라갔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라쿠텐 골든 이글스, 니혼햄 파이터스 등은 퍼시픽 리그의 인기 상승을 주도했다.

인기도 면에서 프로풋볼, 농구뿐 아니라 축구에도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 야구와는 달리 일본에서 프로야구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일본의 조사전문 기관인 주오초사샤(中央調査社)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프로야구(45.9%) 선호도는 프로축구(24%)나 스모(20.1%)를 압도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지난 달 열린 2023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14년 만에 대회 우승을 탈환했다. 그리고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 5일(한국시간) 현재 일본 프로야구의 평균 관중은 3만 1693명으로 MLB의 3만 202명보다 약간 앞선다. 인기 하락과 국제대회 부진에 고민이 깊은 한국야구로선 이래저래 일본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올 시즌 KBO리그 평균 관중은 5일 현재 1만 3968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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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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