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나폴리가 대표적'... 챔스 4강에 2팀이나, 세리에A 20년 만의 화려한 부활 비결은 '머니 볼'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4.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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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오른쪽) 등 나폴리 선수들. /AFPBBNews=뉴스1
20년 전인 2002~2003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당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는 이탈리아 클럽이 3팀(유벤투스, AC 밀란, 인테르나치오날레)이나 올랐다. 결승전도 유벤투스와 AC 밀란의 '이탈리안 더비'로 치러졌고 유벤투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리에 A의 경기력은 그때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09~2010시즌 인테르나치오날레(인터밀란)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후 잉글랜드와 스페인, 독일 빅 클럽들의 위세에 유럽 무대에서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이탈리아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2017~2018시즌 AS 로마가 마지막이었다.


오랜 기간 침체에 빠졌던 이탈리아 프로축구는 올 시즌 부활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 3팀(나폴리, AC 밀란, 인테르나치오날레)이 진출했고 이 중 AC 밀란과 인테르나치오날레가 4강에 올랐다.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은 오는 5월 10일과 17일(한국시간) 준결승 1, 2차전에서 격돌할 예정이라 적어도 이 중 한 팀은 결승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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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간)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리에 A는 어떻게 이같은 반전에 성공한 것일까.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을 호령했던 세리에 A가 위기에 빠진 핵심 원인은 재정적 문제였다. 이 때문에 200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 클럽들은 잉글랜드나 스페인 빅 클럽과 세계적인 선수 영입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였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했던 이탈리아 기업들의 경영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분야에 재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탈리아 경제가 침몰하는 1990년대에도 이탈리아 축구 클럽의 구단주들은 클럽의 매출 확대보다는 성적에 목을 맸다. 이탈리아 구단주들이 클럽 운영을 하는 이유는 모기업의 홍보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미디어 그룹 핀인베스트의 소유주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7)는 명문 클럽 AC 밀란의 구단주라는 그의 지위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이탈리아 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피아트를 일군 아녤리 가문은 유벤투스의 구단주 역할을 하면서 피아트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또한 식품가공업체 파르마라트의 창업자 칼리스토 탄치(1938~2022)도 그의 고향 파르마를 연고로 한 축구 팀 파르마의 구단주가 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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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밀란의 호아킨 코레아가 20일(한국시간)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탈리아 경제가 더욱 추락하면서 이탈리아 기업들은 프로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데 큰 부담을 느꼈고, 대다수의 이탈리아 클럽들은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펼쳐야 했다. 자연스레 스타 플레이어가 적어지자 축구장을 찾는 팬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 같은 관중 감소에는 유럽에서도 악명 높은 이탈리아 축구의 노후한 경기장 시설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1999~2000시즌 약 3만 명이었던 세리에 A의 평균 관중 숫자는 2015~2016시즌에는 약 2만 2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2010년대 후반 해외자본이 이탈리아 명문 클럽을 매입하면서 조금씩 변했다. 대표적인 클럽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른 AC 밀란과 인테르나치오날레였다. 이 가운데 미국 투자 회사 레드버드 캐피탈이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는 AC 밀란이 추구하는 방식은 '머니 볼'이었다.

레드버드 캐피탈은 과거 이탈리아 출신의 구단주처럼 돈을 펑펑 쓰지 않으면서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를 선호했다. 이들은 젊은 유망주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른 빅 리그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적료 수입을 클럽 운영에 재투자하기 시작했다. 레드버드 캐피탈은 패션, 음악과 연예사업에도 투자해 클럽 발전을 위한 종잣돈을 모으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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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나폴리-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모습.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 출신 구단주의 지원을 받아 최근 이와 같은 효율 경영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세리에 A 클럽은 단연 나폴리다. 나폴리는 2022년 핵심 선수였던 로렌조 인시녜(32·토론토 FC)와 칼리두 쿨리발리(32·첼시)를 이적시키고 젊은 유망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22)와 김민재(27)를 저렴한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했다. 이를 통해 나폴리는 전체 팀 연봉총액을 35% 낮췄다.

나폴리는 과거에도 주축선수였던 곤살로 이과인(36)이나 에딘손 카바니(36·발렌시아) 등을 각각 유벤투스와 PSG(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시켜 획득한 막대한 이적료를 몸값이 비싼 스타 선수 영입에 사용하지 않고 구단 운영을 위해 비축했었다.

하지만 세리에 A에서 불고 있는 효율 경영만으로 잉글랜드나 스페인의 빅 클럽과 유럽 무대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유럽 최정상급 클럽들의 경연장에서는 세리에 A 클럽들이 올 시즌과 같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래서 유럽 미디어에서는 이번에 이탈리아 클럽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거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일시적인 돌풍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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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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