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이 150km라니...' 괴물 공략한 LG 타자들 '장발 에이스는 포효했다' LG, 한화 꺾고 2위 도약 [잠실 현장리뷰]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5.19 21:33
  • 글자크기조절
image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올 시즌 4번쨰 맞대결을 펼쳤다. LG 켈리가 5회 채은성을 삼진 처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와 주말 3연전 중 첫 경기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신예의 패기와 베테랑 외국인 투수의 노련미가 맞붙었다. 결국 먼저 웃은 건 경험 많은 케이시 켈리였다. 한화 '괴물 투수' 문동주는 최고 구속 150km에 달하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뿌렸으나, 결과적으로 LG 타자들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략했다.

LG 트윈스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LG는 쾌조의 3연승을 질주하며 25승 14패를 마크했다. 5할 승률 기준 +11승. LG는 같은 날 사직 롯데전에서 패한 SSG를 3위로 내려 앉히고 2위로 점프했다. 반면 한화는 2연패에 빠진 채 13승 2무 23패를 기록했다. 리그 순위는 9위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염경엽 LG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서 이재원을 제외한 것에 대해 "(한화 선발) 문동주의 빠른 공을 고려해서 일단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LG는 서건창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대신 송찬의를 콜업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2군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선발 문동주에 대해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지금 문동주는 타자를 엮으려고(유인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 부분은 정우람이나 장민재 등 베테랑들이 하는 것"이라면서 "그냥 단순하게 가운데로 던지면서 타자를 잡아내야 한다. 잘 던지면 100구 안쪽으로 던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면1. 2009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14년간 LG에서 뛰었던 채은성. 첫 잠실 LG 홈팬들을 향한 인사, 그러나 승부는 냉정했다





올 시즌 LG와 한화의 4번째 맞대결이었다. 앞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연전을 치렀는데, 당시에는 경기가 대전에서 열렸다. 결과는 2승 1패로 LG의 위닝시리즈.

그리고 이날 생애 처음으로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한 베테랑이 있었다. 바로 지난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획득해 LG 트윈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채은성이었다. 채은성은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이어 헬멧을 벗은 뒤 1루 쪽 LG 팬들과 홈 플레이트 뒤쪽 본부석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지난해까지 동고동락했던 LG 선발 켈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켈리도 헬멧을 벗으며 화답했다. LG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채은성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몇몇 팬들은 기립박수로 채은성을 반겼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철했다. 채은성이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커브(131.9km)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린 것이다. 타구 속도는 131.9km, 비거리는 119m(구단 트랙맨 기준)였다. 채은성의 시즌 7호 홈런. LG에서 14년은 뛴 채은성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0-1) 한화 팬들은 환호를, LG 팬들은 박수를 각각 보냈다.

image
채은성이 1회 타석에서 LG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image
채은성이 켈리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는 순간.
image
켈리가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채은성의 기선 제압포를 등에 업은 한화 문동주는 호투로 잠실벌을 수놓았다. 2회 2사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친 문동주는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박동원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 승부처 : 3회 2사 만루 기회에서 터진 '복덩이 외국인 타자' 오스틴의 천금 적시타





그러나 3회부터 LG 타자들이 문동주의 공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김민성과 후속 박해민이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홍창기의 1루 땅볼 때 주자들이 각자 추가 진루에 성공한 LG. 다음 타자는 문성주. 그러나 문동주의 4구째 159km 광속구에 배트를 헛돌리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아웃.

하지만 재차 문동주가 흔들렸다. 김현수에게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던지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오스틴이 문동주의 초구(148km 슬라이더)를 지체없이 받아치며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LG가 2-1로 승부를 뒤집은 순간이었다.

한화는 곧바로 이어진 4회초 2사 후 이진영의 내야 안타, 박정현의 유격수 오지환의 포구 실책으로 인한 출루, 권광민의 우전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켈리가 박상언을 3구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켈리는 5회에도 1사 후 정은원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며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노시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킨 뒤 앞서 홈런을 허용했던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야수처럼 포효했다.

결국 찬스를 살리지 못한 한화는 5회말 추가점을 내줬고, 문동주도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두타자 홍창기의 내야 안타와 문성주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포착한 LG. 여기서 투수는 문동주에서 정우람으로 교체됐다. 이어 나온 정우람이 김현수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점수는 1-3, 2점 차로 벌어졌다.

image
19일 힘찬 투구를 펼치고 있는 한화 문동주.
타자들이 착실하게 점수를 뽑는 사이, 마운드에서는 켈리가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었다. 6회에는 1사 후 이진영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정현과 권광민을 나란히 좌익수 뜬공으로 솎아냈다.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한화 타선을 삼자 범퇴 처리하며 이닝을 삭제했고, LG 팬들에게 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7회말 LG는 선두타자 2번 문성주 타석 때 대타 이재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원은 한화 투수 김범수를 상대로 또 빠른 타구 속도를 자랑하는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LG는 이재원을 대주자 신민재로 교체하며 추가점을 노렸다. 그러나 김현수, 오스틴, 오지환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달아나지 못했다.

8회부터 LG의 불펜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우영 투입. 잠실구장에는 '최강 한화'를 외치는 3루 쪽 한화 팬들과 '무적 LG'를 외치는 LG 팬들의 함성이 교차했다. 정우영은 노시환을 삼진 처리한 뒤 채은성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김인환을 유격수 땅볼, 이진영을 루킹 삼진으로 각각 잡아내며 8회를 삭제했다. 결국 9회 LG는 함덕주를 마운드에 올린 끝에 2점 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경기 후 '승장' 염경엽 감독은 "켈리가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좋은 경기를 해줬다. 오늘 불펜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긴 이닝을 끌어주면서 운영에 도움이 되는 투구를 펼쳤다. 그리고 (정)우영이와 (함)덕주가 깔끔한 피칭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김)현수와 오스틴이 결정적인 순간에 타점을 올려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주말 시리즈 첫 게임이었는데, 많은 팬 분들의 응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image
LG 오스틴이 3회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주요 투·타 기록





LG 선발 켈리는 7이닝(총 99구) 동안 6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2패) 달성에 성공했다. 속구 51개, 커브 30개, 커터 7개, 투심 6개, 체인지업 5개를 각각 구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0km. 이어 정우영과 함덕주가 1이닝씩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함덕주는 시즌 3번째 세이브 성공. LG는 오스틴이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 등 총 7안타를 떄려냈다.

반면 한화 선발 문동주는 4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4번째 패배(2승)를 떠안았다. 총투구수는 86개. 속구 58개, 커브 19개, 체인지업 5개, 슬라이더 4개를 각각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60km가 나왔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최고 구속도 150km가 찍혔다. 이어 정우람과 윤대경, 김범수, 한승주가 차례로 나와 모두 1이닝씩 무실점 투구에 성공했다. 7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채은성과 이진영이 멀티히트로 분전했다.

image
승리 후 기뻐하는 LG 선수들.
image
경기가 끝난 뒤 한화 채은성(왼쪽에서 두 번째)이 LG 선수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vs LG 트윈스 선발 라인업 (5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 1만9798명 입장)





- 한화 이글스 : 정은원(2루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김인환(1루수)-이진영(우익수)-박정현(유격수)-권광민(좌익수)-박상언(포수)-문현빈(중견수). 선발 투수는 문동주.

- LG 트윈스 : 홍창기(우익수)-문성주(좌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김민성(2루수)-박해민(중견수). 선발 투수는 케이시 켈리.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