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 이영하가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하는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기일에서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으로부터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3월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폭 의혹이 제기됐던 이영하는 결국 지난해 8월부터 법리 다툼을 하게 됐다. 피해를 주장한 측에서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고,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했다. 사건을 파악한 두산은 이영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키고, 올 시즌에는 '미계약 보류선수' 신분으로 남겨뒀다.
사건이 불거질 당시 소속사를 통해 "개인이나 특정인을 지정해 가혹행위 등의 폭력을 행사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한 이영하는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정황 증거를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피해를 호소한 측의 주장과 맞지 않는 사실들이 나오면서 이영하는 1심에서 혐의를 벗게 됐다.
그러자 두산은 같은 날 이영하와 곧바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1억 6000만 원)보다 4000만 원 깎인 1억 2000만 원의 연봉 조건에 합의했다. 구단은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분의 급여도 보전해줄 것을 약속했다. 이영하에 대한 기대감과 배려가 동시에 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1일부터 팀에 합류한다.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선발투수로는 2019년 17승을 거두며 다승 2위에 오르는 등 2년 연속 10승 고지(2018~2019년)에 올랐다. 2020년에는 전반기 선발로 부진했으나(평균자책점 5.62), 후반기에는 마무리투수로 전업해 6세이브와 함께 2.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불펜 등판 시 1.60이라는 낮은 평균자책점을 보여줬다.
문제는 기복 있는 투구였다. 경기 중 호투를 펼치다가도 어느 한 지점에서 흔들리며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고, 시즌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의 경우 4월 28일 잠실 NC전에서 3⅓이닝 8실점(7자책)으로 무너진 후 2경기에서 호투했지만, 5월 17일 잠실 SSG전에서는 1⅔이닝 8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다시 흔들렸다. 이후 제 궤도에 오르며 4월 종료 시 6.23이었던 평균자책점이 시즌 한때 3점대(7월 5일 잠실 키움전, 3.98)까지 내려갔지만 결국 4.93으로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태형(56) 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영하의 이런 '롤러코스터' 기질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은 좋다"며 이영하의 구위를 칭찬했지만, "멘탈이 흔들린다. 자기가 중심을 못 잡는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였던 셈이다.
두산 이영하(오른쪽)와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이 마운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이영하의 무죄 선고 소식을 들은 이 감독은 "이제는 홀가분한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무죄가 나왔지만 구설수가 있었다는 건 프로 선수로서 좋은 일이 아니다"면서 "유죄와 무죄를 떠나 앞으로의 생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범적인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승엽호' 첫 시즌에서 이영하는 우선 구원투수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같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로 준비하려면 한두 달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면서 "올 시즌에는 선발로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금 복귀한다면 구원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영하의 1군 등판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 확실한 기준은 있다. 이 감독은 "현재는 불펜 투구도 할 정도라고 보고받았다"면서 "계약을 했으니 2군에서 등판할 것이고,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된다면 (1군에) 부를 생각이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던 이영하. 법정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그는 이제 다시 팀으로 돌아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일만 남았다.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 이승엽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