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희생번트, 작전이었죠" LG 염갈량이 만든 '명장면', 동료도 "꼭 살려야겠다" 감동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6.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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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가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 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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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염경엽 감독이 13일 잠실 삼성전을 승리로 이끈 뒤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현수(35·LG 트윈스)의 프로 2호 희생번트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벤치의 사인대로 선수는 잘 이행했고, 동료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역전을 이끌어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 경기. 이날 게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단연 김현수의 희생번트였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8회 말, LG는 선두타자 김민성이 삼성 3번째 투수인 좌완 이승현으로부터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김현수가 등장했다. 그는 앞선 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1회)과 1루수 땅볼(3회), 3루수 직선타(6회)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렇기에 4번째 타석의 결과가 더욱 궁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승현이 초구를 던지려고 발을 드는 순간 김현수가 갑자기 배트를 내렸다. 그러더니 번트 자세로 전환했다. 김현수는 3루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정확한 번트를 성공시켰고, 1루 대주자 정주현은 2루까지 갈 수 있었다. 모두가 예상하기 힘든 번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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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가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 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김현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메이저리그(MLB) 2시즌을 포함해 총 2053경기(KBO 1862경기+MLB 191경기)에 출전했지만, 희생번트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프로 2년 차인 지난 2007년 9월 22일 잠실 삼성전에서 보내기 번트를 댄 이후 김현수는 15년 9개월, 햇수로는 16년 동안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적이 없었다. KBO 통산 타율 0.314, 236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강타자이기도 했지만 입지가 탄탄하지 않았던 빅리그 시절에도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김현수가 오랜만에 번트를 댄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LG는 다음 타자 오스틴 딘이 상대 유격수 이재현의 호수비에 막혀 아웃됐지만 5번 박동원이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다. 이어 오지환이 유격수를 뚫고 외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터트리며 2루 주자 정주현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LG가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2-1)이었다.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9회 초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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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왼쪽)이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 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김현수의 번트는 독단적인 시도는 아니었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번트가 누구의 판단이었나'는 질문에 "작전이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번트 성공 직후 LG 벤치에서 박수로 김현수를 환영했는데, 갑작스러운 시도였다면 나오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염 감독은 "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팀플레이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당연히 김현수의 번트도 여기에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베테랑의 번트는 선수들에게도 울림을 줬다. 결승타의 주인공인 주장 오지환은 경기 후 "(김)현수 형도 그렇고 팀이 여러 가지 안 좋은 지표가 나왔다"면서 "현수 형이 그 타석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번트를) 댔을지 아니까 '꼭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현수는 올 시즌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0.400의 고타율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5월 들어 34타석 연속 무안타로 침묵을 이어갔다. 5월 월간 타율 0.148로 추락한 그는 6월에도 1할대 타율(0.188)에 머물고 있다. 통산 3할 타자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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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그나마 최근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였다. 김현수는 앞선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서 13타수 5안타(타율 0.385)를 기록했다. 염 감독도 "(김현수는) 살아나는 중이다. 안타를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며 "감이 올라온다는 모습 중 하나다"고 분석했다.

비록 이날은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고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김현수는 자신을 내려놓고 팀플레이를 성공시키며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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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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