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영, 복귀 앞두고 '2루수' 변신 중... LG 오지환-NC 김주원과 다른 길 간다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6.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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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2023시즌 개막전에서 주전으로 낙점됐던 KIA 타이거즈 김도영(20)이 백업 유틸리티로서 시즌을 다시 시작한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김도영의 전망은 핑크빛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스프링캠프를 부상 없이 풀로 소화했고 단점을 많이 보완한 상태에서 시범경기 12경기 타율 0.295, OPS 0.831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기에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SSG 랜더스와 개막 시리즈에서 불의의 왼발 중족골 골적 부상으로 2개월 간 자리를 비운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3루 자리에는 류지혁이 타율 0.284, 출루율 0.367로 공·수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고, 유격수 박찬호의 자리는 확고부동했다. 그러다 급작스럽게 주전 2루수 김선빈(34)이 오른쪽 엄지손가락 골절을 이유로 4주 재활 진단을 받았다. 복귀 후 김도영이 뛸 곳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 퓨처스팀과 3연전을 통해 김도영은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21일 경기를 앞두고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이 2루를 한 적 없다 보니 어설프고 어색한 면이 보인다. 김도영을 시즌 초 주전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백업 요원이라 봐야 한다. 다른 포지션에 빈자리가 나면 김도영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래서 (김선빈이 없는) 2루를 함께 준비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타격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김도영은 3경기 동안 22일 홈런 2개 포함해 타율 0.600, 장타율 1.500 OPS 2.192로 롯데 퓨처스팀 마운드를 폭격했다. 관건은 수비다. 23일 1군과 동행하는 나성범과 달리 복귀가 늦어지는 이유는 수비에 있었다. 김종국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김도영은 오늘도 2루 수비에서 어색한 면이 보였다. 타구 판단도 그렇고 중계 플레이 등 아직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훈련을 좀 더 진행하고 콜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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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이렇듯 지난해 3루수에 이어 올해는 2루수 변신을 준비하면서 김도영은 역대급 유격수 유망주로 불리던 오지환(33·LG 트윈스), 김주원(21·NC 다이노스)과 일단 다른 길을 가게 됐다.

김도영, 오지환, 김주원 세 사람은 각자 고교 시절 공·수·주 모두를 갖춘 5툴 플레이어이자 역대급 운동능력을 가진 유격수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자연스레 오지환은 2009년 LG의 신인 1차 지명, 김주원은 NC에 2021년 2차 1라운드로 NC에 지명됐다. 김도영 역시 2022년 1차 지명 선수로 KIA의 선택을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지명 당시 향후 10년을 주전 유격수로서 팀을 이끌어갈 자원으로 여겨졌다.

고교 시절 아무리 좋은 수비를 갖췄다 해도 프로 무대는 타구질부터 다르기에 그들의 시작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오지환은 2010시즌부터 주전 유격수로 본격 투입되며 한동안 많은 실책을 범했고 김주원도 2021년 데뷔 후 3년 연속 10개 이상의 실책을 하고 있다. 김도영도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유격 수비를 보이며 시간이 필요함을 보였다. 이후 과정이 김도영과 두 사람은 달랐다. 오지환과 김주원은 많은 실책을 하면서도 꿋꿋이 1군에서 주전 유격수로서 기회를 얻었다. 반면 김도영은 기존의 자리에 박찬호-김선빈 키스톤 콤비가 확고한 탓에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3루수로 먼저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3루수 자리가 확고하자 2루수로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김선빈의 4주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도영을 또 한 번 낯선 포지션에 도전하게 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수비 범위가 좁을 뿐 유격수와 2루수는 또 다르다. 지난해도 그렇게 불안하다 평가받던 유격수(28경기 160⅔이닝 2실책)보다 3루수(69경기 407이닝 11실책)로 나와 실책이 비율적으로도 더 많았다. 당장 최근 퓨처스리그에서도 김도영은 2루수로서 낯선 역동작에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 이 어색함이 1군에서 쓰일 정도로 사라지기 위해서는 어쩌면 김선빈의 복귀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KIA도 그걸 알기에 김도영에게는 시간을 좀 더 두고 신중하게 콜업을 결정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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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KIA도 분명 김도영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다. 선배들 못지않은 타구 스피드와 신체 능력을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1군에서 뛸 능력을 입증했고 그렇기에 1군에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든 빈 포지션에 넣어 기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KIA도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도영은 드래프트 당시부터 2루수 혹은 3루수가 아닌 차세대 유격수로서 낙점하고 데려온 자원이었다. 시속 150㎞ 이상 던지는 문동주(20·한화 이글스)를 포기하고 제2의 이종범을 선택한 것은 KIA였다. 2루로 쓰기에는 김도영의 좋은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가 아쉽고, 3루수는 전후좌우로 넓게 봐야 하는 유격수와 달리 전진 수비와 정면 타구에 초점을 맞추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유격수로 키워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2루를 급하게 연습시켜 1군에서 출전 기회도 한정적인 유틸리티로 써먹기보단 차라리 퓨처스리그에서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게 하는 것이 먼 미래를 위해서는 나을 수 있다.

치열한 5강 싸움이 진행 중인 팀 사정도, 유격수 박찬호-2루수 김선빈이라는 안정적인 체제를 깨는 것에 망설이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아직 1군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김도영이 복귀 후 자신의 재능을 입증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팀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유격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LG는 수년에 걸친 투자 끝에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을 얻었고, NC는 과감한 선택으로 3년 차인 올해, 김주원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보내며 인정을 받았다. KIA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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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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