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수홍 동생, 부모와 갈라설 각오하고 증언 나섰다

박수홍도, 변호인도 눈물 "큰형만 대변하는 모습 이해 못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윤상근 기자 / 입력 : 2023.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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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방송인 박수홍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 모씨와 배우자 이 모씨에 대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문자까지 가져오면서 형제끼리 이런 모습 보이는 것이 너무 싫습니다. 왜 이런 일로 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현타가 오는데요. 더이상 이 일로 피로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방송인 박수홍의 막내동생 A씨도 결국 울분을 토해냈다. 검찰 증인 신문에서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친형 변호인의 반대 신문을 듣고선 "악의적이다. 본질을 흐린다"라는 말로 자신의 황망하고도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재판부의 추가 질문에도 조리있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지난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진행된 박수홍 친형 박모씨 부부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 7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박수홍 친형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연예기획사 라엘, 메디아붐 등 2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박수홍의 출연료 등 62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박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허위 직원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총 5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됐지만 2명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 2명은 검찰에서 허위 직원으로 등재된 인원들이었는데 재판부가 굳이 신문을 해야 하는지를 묻자 검사가 "친형 측에서 부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답했고, 이후 결국 친형 측도 부동의했던 부분을 인정하는 걸로 입장을 바꾸면서 증인 신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박수홍과 친형과도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었지만 허위 직원 등재에 대한 증언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서 A씨 부부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방송작가 업무를 해왔고 방송에서도 잠깐 내비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A씨는 이번 사건의 관계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친형의 혐의와 관련된 또다른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었다. 이후 A씨는 고심 끝에 이번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며 친형에 대한 과거 기억들까지 꺼내며 울분을 토해냈다. A씨는 자신의 증언으로 친형이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증언을 하겠다고 답하며 의미심장한 분위기도 자아냈다.

A씨는 자신이 라엘에서 일을 한 것에 대해 웨딩 관련 업무 외에는 없으며 박수홍의 방송 관련 업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포문을 열고 "2020년 박수홍의 연락을 받고 큰형과의 재산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으며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통장을 그때 인지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를 모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큰형과 어린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사이였고 2010년 이후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일적인 연락을 문자로만 한 게 전부였고 박수홍 등 가족의 설득으로 어쩔 수 없이 명절 때나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라엘에서 퇴사를 한 게 아니라 그냥 제발로 회사를 나왔다"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친형과 원수가 되고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일적으로 소통한 것 이외에 문자로 소통했을 뿐입니다. 일적으로 문자만 했지 만난 적이 없다. 원수가 된 상황에서 엮이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한 A씨는 친형 변호인이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냐는 거듭된 추궁에 화가 난듯 보였고 "큰형은 일처리를 하는 데 있어서 나와 상의하는 사람이 아니다. 큰형과 사이가 안 좋은 이유다"라고 대답했다.

기자와 함께 재판을 지켜본 이후 노종언 변호사는 박수홍이 A씨로부터 카톡으로 재판 이야기를 듣고 흐느꼈다는 후기를 전하며 A씨가 큰형과의 연을 사실상 끊으며 살았지만 그래도 박수홍과는 자주 연락은 안해도 박수홍을 향한 존경심은 가지면서 지내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나 A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으면서 큰형의 이러한 태도와 행동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으며 부모가 큰형만 대변하려는 모습 역시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가 박수홍 씨를 존경했다는 말을 했을 때 저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박수홍 가족의 모습을 보면 분명 장남 중심 문화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A씨 역시 (박수홍을 대변하는 입장이 담긴) 자신의 증언으로 인해 부모님과 의절되는 게 아닌가에 대한 걱정도 스스로 하셨습니다. 2020년에 그렇게 박수홍 씨와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나서 2년 동안 심적 고뇌를 가졌고 결국 용기를 내신 거죠."

그렇기에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다. 10월 13일 재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박수홍의 아버지는 특히나 큰형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직접 나서서 1시간 30분 정도 변호인의 신문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친형 변호인이 직접 신청한 박수홍 어머니 역시 이런 분위기라면 박수홍이 아닌 친형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친형의 혐의 입증 여부를 떠나 제3자 입장에서 안타까운 가족사의 모습이 법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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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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