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정유미X이선균, 봉준호의 이유 있는 극찬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8.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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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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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잠' 스틸컷
봉준호 감독의 극찬에는 이유가 있었다. '잠'에서 신혼부부로 변신한 정유미와 이선균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무한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이들의 고군분투에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로를 세상에서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신혼부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을 피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잠'은 부부의 집 거실에 걸린 '둘이 함께 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는 글귀처럼, 둘 사이의 강한 믿음과 애정이 이야기의 출발점이기에, 신혼부부를 연기한 이선균과 정유미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잠'은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앞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서 연인 연기를 보여준 정유미와 이선균은 '잠'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네 번째 만나는 만큼 10년 만의 재회에도 서로 적응할 필요 없이 완벽한 호흡이었다"고 말한 두 사람의 열연이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잠'의 완성도를 높였다.

'잠'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됐고, 각 장을 지나가면서 감정의 진폭, 깊이, 무게가 달라진다. 초반 행복하고 다정한 신혼부부의 모습부터 예측할 수 없고 비현실적인 공포 사이의 간극, 이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정유미와 이선균의 탁월한 열연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 아파트라는 현실적이면서도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 또한 정유미와 이선균의 힘이 크다.


정유미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남편이 다른 사람처럼 변했을 때 공포를 느끼는 모습부터 남편을 되찾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설명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이는 눈까지, 새롭고도 강렬하다. 공포의 원천이 되는 이선균은 다정한 남편이지만 냉장고에서 생고기와 생선을 꺼내 미친 듯이 먹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는 극과 극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잠'은 94분의 러닝타임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서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했는데,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열연이 빈칸을 완벽하게 채우며 설득력을 부여한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봉준호 키즈'로도 불리는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께서 정유미, 이선균 두 배우의 열연에 감탄하셨다. '소름 돋는다', '미쳤다'라고 하셨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극찬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무섭게 끌리는 유니크한 공포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기발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까지. 어느 면에서나 주목할 만한 데뷔작의 탄생이다.

오는 9월 6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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