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할로웨이 '꿈의 대결' D-DAY "존경했던 선수, 져줄 마음 없다" [UFC 파이트 나이트]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8.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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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계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할로웨이(왼쪽에서 3번째)와 정찬성(왼쪽에서 5번째). /사진=UFC
"존경했던 선수, 져줄 마음은 없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코리안좀비MMA·AOMG)이 꿈에 그리던 매치업에 나선다. 자신이 오래 전부터 존경심을 나타내온 맥스 할로웨이(32·미국)와 격돌한다.


정찬성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부터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 on ESPN 52(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할로웨이가 맞붙는다.

현재 페더급 8위까지 내려앉은 정찬성은 한 때 은퇴까지도 고민했지만 할로웨이의 뜻밖의 콜아웃에 두 팔을 들고 환영하며 매치업이 성사됐다. 할로웨이를 이기면 더 높은 순위 상승과 함께 다시 한 번 타이틀샷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모으는 매치다.

25일 열린 UFC 페더급(65.8㎏) 개체 행사에서 정찬성은 146파운드(66.2㎏)로 기준 중량을 통과했다. 할로웨이도 같은 체중으로 계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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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찬성(가운데). /사진=UFC




13년 UFC 파이터의 삶, 할로웨이 만나기까지 여정... 드디어 '꿈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정찬성은 UFC에서 13년째 활약하며 7승 4패(통산전적 17승 7패)를 거두고 있다. 화려한 등장과 함께 '코리안 좀비' 칭호를 얻었고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과 함께 많은 인기를 누렸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UFC 데뷔 후 3연승을 달리던 정찬성은 조제 알도와 타이틀매치에서 어깨 탈구 부상을 겪고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후 수술대에 올랐고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긴 공백을 겪었다.

3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정찬성은 '링러스트(긴 공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데니스 버뮤데즈를 1라운드 2분 30초 만에 어퍼컷 KO 승을 거두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이후 야이르 로드리게스에 통한의 패배를 당했지만 헤나투 모이카노, 프랭키 에드가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

장기간 신경전에 이어 펼쳐진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대결에선 판정 끝에 패배했으나 2021년 6월 댄 이게를 상대로 다시 한 번 판정승을 거두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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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AFPBBNews=뉴스1
이 경기 직후 정찬성은 할로웨이를 겨냥해 "펀칭 파워가 없다. 내가 이길 수 있다"며 콜아웃을 했다. 이전에 보였던 존경 어린 표현과는 달랐다. 할로웨이와 만나고 싶다는 도발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 벨트를 내준 할로웨이는 두 차례 더 맞붙은 뒤에도 연달아 패했고 다시 한 번 볼카노프스키를 겨냥하던 차에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정찬성에게 돌아왔다. 정찬성이 커리어 2번째 타이틀샷을 받게 됐다.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볼카노프스키에 완패한 정찬성은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다며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내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다면 한 경기를 더 치르고 싶다는 뜻을 보였으나 1년 이상 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후배 양성에 더 주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찬성의 순위는 8위까지 밀렸다. 타이틀전도, 원하는 높은 상대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뜻밖의 할로웨이가 정찬성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 시대에 파이터 중 유일하게 만나보지 않은 선수"라며 "코리안좀비가 원한다면 싸울 수 있다. 진짜 맞붙고 싶다"고 콜아웃을 했고 정찬성도 화답하며 둘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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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사진=정찬성 인스타그램




정찬성 "져줄 마음은 없다" VS 할로웨이 "내 펀치가 약하다고? 링에서 확인하자"





1년 4개월 동안 경기가 없었고 마지막 볼카노프스키전은 많은 격투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경기였다. 반면 12년 차 챔피언 출신 할로웨이는 UFC에서 20승 7패(통산 24승 7패)를 거둔 강자이고 직전 경기인 지난 4월에도 아놀드 앨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좋은 기세를 보이던 터다.

많은 이들이 할로웨이의 우세를 예상하지만 정찬성은 오래 전부터 할로웨이를 지켜보며 그와 벌어질 경기에 대비해왔다. 앞서 미국 캠프에서 해외 스태프들과 경기를 준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자신이 보고 배운 점을 토대로 국내 스태프들과 대회를 준비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공식 사전 인터뷰에 나선 정찬성은 "처음엔 원래 좋아했던 선수고 존경했던 선수인데 못 싸워봤기에 맞붙는 게 영광이란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이전 상대들을 대할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런 전설적인 상대와 싸운다고 한들 져줄 마음은 없다"고 자신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할로웨이의 확실한 강점은 단연 복싱. 끊임없는 연타를 통해 상대를 압도한다. 그러나 정찬성은 페더급에서도 강력한 펀치를 자랑하고 그래플링 기술 또한 뛰어난 편이다. "펀치가 약하다"는 정찬성의 발언 또한 할로웨이를 상대로 기대감을 키우는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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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할로웨이. /사진=UFC 공식 SNS
우려해야 할 건 노련한 경기운영과 더불어 볼카노프스키전과 마찬가지로 펀치를 가하기 전 깔아놓는 킥이다.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전에서 강력한 앞발에 고전했고 통증을 호소하곤 했다.

정찬성은 체력을 변수로 꼽았다. 그는 "맷집이 좋은 선수다. 결국은 체력적으로 누가 더 우위에 있느냐를 따지게 될 것 같다"며 "특별히 체력적으로 준비를 더 많이 했다. 내가 덜 지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10번 연속 메인이벤트를 치른다. 한국 격투 역사에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정찬성은 "내가 이기면 세계 1위가 한국에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한국 선수가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같은 선수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나만큼 커리어를 쌓든 메인이벤트를 계속 하든, 압박을 받는 등의 상황은 무조건 겪어야 한다. 내가 높은 곳에 오르면 선수들에게도 목표가 될 것"이라고 자부심과 함께 사명감을 나타냈다.

할로웨이에게도 동기부여가 확실한 경기다. 최근 고향인 하와이에서 벌어진 대형 산불 때문이다. 현재까지 100여 명이 사망했고 100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인명·재산 피해가 벌어졌다. 그는 "하와이 정부가 화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힘든 시기에 하와이의 커뮤니티, 하와이안 사람들이 나섰다. 그뿐 아니라 세계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며 "UFC 역시 하와이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말 힘든 시기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이번 경기에서 내 입장곡을 그 영웅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함께 할로웨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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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웨이. /AFPBBNews=뉴스1
이어 "UFC 커리어에서 처음 빨간색(하와이 대표 색) 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며 "이전까진 검은색만 입었는데 이번 경기를 위해 허락을 받았다. 언제나 하와이가 버텨주고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정찬성 또한 계체 후 "미안하게도 하와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가 이제 알게 됐다"며 "이 스포츠가 가진 힘을 믿는다. 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할로웨이는 정찬성과 대결에 대해선 "정찬성은 1년 4개월 가량을 쉬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를 고대했다. 2년 전 저격 발언에 대해선 "나도 들었다. 내가 펀치 파워가 있냐고? 토요일에 알아보자"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이번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메인카드는 오는 이날 오후 9시 가량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언더카드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되고 TVING과 tvN SPORTS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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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사진=정찬성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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