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초유의 3시간 24분 중단 사태' 트리플 헤더급 대혈전 '그래도 이글스파크 팬들은 떠나지 않았다' [대전 현장]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9.1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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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파크 구장관리팀이 방수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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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정비하는 구장관리팀.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3시간 이상 중단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래도 대부분의 팬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침내 재개된 경기를 관전했다. 정말 뜨거운 야구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가 17일 오후 5시 12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 더블헤더 2차전을 치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양 팀의 더블헤더 1차전이 펼쳐진 뒤 2시간 40분 만인 오후 4시 40분에 끝났다. 경기 결과는 KT의 7-0 완승이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나 오후 5시 12분에 돌입한 2차전. 2차전 역시 순조로워 보였다. 3-1로 앞선 KT의 5회초 공격. 이글스파크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1사 후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으나 황재균이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강백호가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5회말. 한화의 공격. 일단 경기 중단 없이 5회말에 들어갔다. 하지만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며 이글스파크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투수는 벤자민. 타자는 문현빈. 초구와 2구째 스트라이크 이후 3구와 4구는 파울이었다. 5구와 6구째는 볼. 7구째 파울. 이 순간, 심판진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심판의 콜 순간, 이미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화 구장관리팀 직원이 즉각 나와 마운드부터 방수포를 깐 뒤 홈플레이트 근처에도 방수포를 깔았다. 그리고 외야 쪽으로 뛰어가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내야에 흥건히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약 20여명이 나와 대형 방수포를 설치했지만, 그라운드가 이미 완전히 젖은 상태였다.

다행히 소나기였다. 비는 30여분 정도 내린 뒤 다시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라운드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미 내린 비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장 관리팀 직원과 경호팀 직원 및 볼보이까지 투입돼 10명의 인원이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다. 경기장의 물기를 뺀 뒤 롤러로 다지고 흙을 뿌리며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내야로 만들었다.

결국 오후 6시 33분에 중단된 경기는 3시간 24분을 지나 오후 9시 57분에 재개됐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장 시간 경기 중단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16분(1시간 56분)으로 지난 1987년 8월 15일 대전 삼성-빙그레전에서 나왔는데, 당시에는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또 지난해 7월 23일에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한화전에서 비로 인해 역시 116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KT가 8회초 5-3 강우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 중단은 1시간 44분으로 지난 5일 수원 LG-KT전에서 나온 바 있다. 이토록 2시간 넘게 중단된 경기가 없었는데, 이날 무려 3시간 넘게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우천 중단과 관련해 "구단은 심판의 방수포 설치 사인 이후 2분 40초만에 방수포를 덮었다. 이후 비가 그친 뒤 방수포 철거 후 심판 측의 정비시간 문의에 '정비에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달했다. 이에 심판진은 '그럼 정비를 하라'고 구단 측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비를 개시한 지 2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 심판진이 나와 어느정도 시간이 더 필요한 지 문의해 구단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필요하다'고 알렸고, 이에 심판진은 다시 정비하라고 통고했습다. 이후 추가 정비를 진행해 21시 57분 경기가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3시간 넘게 쉬었다가 재개된 경기. 부상 위험도 클 수밖에 없었다. "약 15분 뒤에 경기가 재개되겠습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 중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기다리면서 지칠 법도 한 시간이었다. 이후 경기가 속개되자 이내 이글스파크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그래도 끝까지 두 팀의 승부를 지켜보기 위해 3시간 20분을 기다린 최고의 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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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정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글스 파크를 떠나지 않은 팬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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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글스파크를 정비하는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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