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에이스 타구 맞고 강판→이영하 기적의 만루 탈출! 베테랑 천금의 결승타, 두산 3연승-3위 1.5G차 추격 [창원 현장리뷰]

두산 이영하가 23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두산 김재호(오른쪽)가 23일 창원 NC전에서 7회 초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고, 에이스마저 불의의 부상으로 강판되고 말았다. 하지만 끈기의 두산 베어스는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두산은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연승을 질주 중인 두산은 3위 NC와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됐다.


이날 두산은 6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여기에 호투를 이어가던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타구에 맞으며 강판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뒤이어 등판한 이영하가 2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고,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반면 이날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 3명(포수 김형준, 유격수 김주원, 좌완투수 김영규)을 보낸 NC는 이들의 공백을 여실히 느끼고 말았다. 특히 김영규가 등판해야 할 상황에서 그가 나오지 못하며 7회 3점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NC 하준영이 23일 창원 두산전에서 7회 김재호에게 적시타를 맞고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9월 23일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선발 라인업

- 두산 베어스: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호세 로하스(좌익수)-양의지(포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조수행(우익수). 선발투수는 라울 알칸타라.

- NC 다이노스: 손아섭(우익수)-김성욱(중견수)-박민우(2루수)-제이슨 마틴(지명타자)-권희동(좌익수)-오영수(1루수)-도태훈(3루수)-안중열(포수)-김한별(유격수). 선발투수는 이재학.

NC는 주전 우익수 박건우가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라인업에서 빠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주부터 조금씩 안 좋았는데, 오늘 불편함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신 오른쪽 어깨 충돌 증상을 보였던 2루수 박민우가 선발 라인업에 돌아왔다.

NC 박민우.

'4이닝 퍼펙트' 압도적인 알칸타라 vs '춤추는 체인지업' 이재학 예상 외 호투

두산 라울 알칸타라.

NC 이재학이 23일 창원 두산전에서 4회 위기를 탈출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기 초반은 두산 선발 알칸타라의 압도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최고 시속 154㎞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을 앞세운 그는 타순이 한 바퀴 도는 동안 NC 타자들을 상대로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2회와 3회에는 각각 삼진 2개씩을 잡아내는 등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맞선 NC 선발 이재학은 1회와 6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움직임이 좋은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하며 실점을 막았다. 2회에는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를 맞은 후 연속 삼진으로 2아웃을 잡았고, 강승호에게 볼넷을 내준 후에도 허경민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4회 1사 1, 2루 위기에서도 이재학은 강승호와 허경민을 연속 외야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겼다.

두 선수의 호투 속에 양 팀은 전광판에 0을 계속 새기고 있었다. 4회까지 단 한 타자로 출루하지 못하던 NC는 5회 1사 후 5번 권희동이 좌익수 옆으로 굴러가는 2루타를 터트리며 처음으로 루상에 나갔다. 이어 2아웃을 당한 후에는 1루수 양석환의 실책 속에 1, 3루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중열이 3루수 앞 땅볼로 돌아서며 끝내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알칸타라 부상 강판' 두산 악재→이영하 만루 위기 탈출, 7회 천금의 적시타로 리드

두산 알칸타라(가운데)가 23일 창원 NC전에서 6회 말 박민우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은 뒤 강판되고 있다.

조용하던 경기는 6회 이후 요동치기 시작했다. NC는 6회 말 알칸타라를 상대로 1사 후 손아섭이 중견수 앞 안타로 살아나갔고, 김성욱마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여기서 3번 박민우가 친 타구가 알칸타라의 오른 손바닥을 때리며 내야안타가 되고 말았다. 손을 움켜쥔 알칸타라는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트레이너가 체크한 끝에 알칸타라는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병원 검진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1사 만루 벼랑 끝 위기에서 두산은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0.84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이영하를 마운드에 올렸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4번 마틴에게 슬라이더 2개를 던져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그는 다음 타자 권희동도 중견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정수빈이 타이밍을 잘 포착해 잡아냈다.

두산 로하스(오른쪽)가 23일 창원 NC전에서 7회 초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위기 뒤에는 기회'라는 야구 격언을 증명하듯 두산은 7회 0의 행진을 깨버렸다. 2번째 투수 김시훈을 상대로 허경민이 볼넷을 골라나간 것이 발단이었다. NC는 곧바로 좌완 하준영을 투입했고, 조수행이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2아웃이 됐다. 그러나 정수빈의 볼넷으로 1, 2루를 만든 두산은 베테랑 김재호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리며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두산은 로하스까지 수비 시프트를 뚫는 좌전안타를 만들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NC는 또 투수교체를 단행하며 송명기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두산은 양의지의 안타에 이은 김재환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오며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었다.

이후 두산은 이영하를 8회까지 등판시키며 NC 타선을 침묵에 빠트렸다. 9회에는 마무리 정철원이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2루타를 맞은 후 권희동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쫓기기 시작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3일 창원 NC전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