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도 극찬 "지금 구위는 팀 내 최고"... 2019년 17승 투수 '부활찬가', 두산 불펜 버팀목 등극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9.24 07:01
  • 글자크기조절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구위는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좋다고 판단이 될 정도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뒤늦은 시즌 출발 후 한동안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을에 접어들자 팀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26) 이야기다.


이영하는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이 0-0으로 맞서던 6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의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두산의 선발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였다. 알칸타라는 이날 경기 전까지 13승 6패 평균자책점(ERA) 2.36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많은 이닝 소화를 기대하며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김명신과 김강률, 두 불펜투수에게 휴식을 부여할 것을 예고했다.

기대대로 알칸타라는 4회까지 NC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순항했다. 5회 1사 후 권희동에게 첫 안타를 맞은 후에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6회 말 알칸타라는 1사 후 손아섭의 안타와 김성욱의 몸에 맞는 볼로 1, 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3번 박민우가 친 타구가 알칸타라의 오른 손바닥을 때리며 내야안타가 되고 말았다.


image
두산 이영하가 23일 창원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던 알칸타라는 결국 트레이너와 대화 끝에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투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 두산의 선택은 이영하였다. 불펜에서 몸도 풀고 있지 않던 이영하는 급하게 캐치볼을 한 후 마운드로 올라와 워밍업을 했다.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등판했는데 1사 만루라는 위기 상황에 몰렸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4번 제이슨 마틴에게 1루수 파울플라이를 얻어낸 이영하는 이어 권희동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6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팀 타선이 7회 초 3점을 올린 후 7회 말에도 등판한 이영하는 NC 타선을 압도하는 투구를 펼쳤다. 오영수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그는 도태훈과 안중열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다. 8회까지 투구를 이어간 이영하는 이번에는 내야땅볼 3개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이영하는 2⅔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투구를 마쳤다. 구원승을 챙긴 그는 전날(22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을 안았다. 이승엽 감독 역시 "이영하가 오늘도 큰 역할을 했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며 칭찬을 던졌다.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23일까지 이영하는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 4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4.50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체 기록만 놓고 보면 평범한 선수의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 보면 올해 이영하의 롤러코스터 같은 한 시즌을 볼 수 있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 이후 한동안 투구를 하지 못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에 기소가 됐기 때문이었다. 미계약 상태로 2023년을 시작한 그는 5월 말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복귀를 향한 문을 열었다. 곧바로 두산과 계약한 이영하는 6월 3일 1군에 콜업돼 투구에 나섰다.

하지만 초반에는 부진을 이어갔다. 6월 12경기에 등판한 그는 평균자책점 8.68로 흔들렸다. 7월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역시 월간 평균자책점은 4.82로 높은 편이었고, 결국 지난달 3일 한화전(1이닝 2실점)을 끝으로 2군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조정기간을 거친 이영하는 8월 20일 잠실 NC전에서 1군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후 이영하의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하다(8월 24일 키움전 1자책). 특히 9월 들어서는 7경기에서 구원으로만 3승을 따내는 사이 평균자책점은 '0'을 기록했다. 22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회 말 1사 1, 3루에 선발 최승용의 뒤를 이어 등판, 우익수 조수행의 홈 보살에 힘입어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투수가 됐다.

특히 구속이 올라온 점이 긍정적이다. 2군에서 돌아온 후 이영하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 이상이 나오는 경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빠른 볼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결정구인 슬라이더도 타자들의 헛스윙을 더욱더 유도하고 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구위는 우리 팀에서 가장 좋다"며 극찬했다.

이영하는 "경기에 안 나오던 기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보니 '디테일이 안 되면 힘을 더 기르자'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구력은 좀 떨어지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걸 더 키워보자고 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이 지금 와서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멘탈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이영하는 "쉬다 나오기도 했고, 감독님도 바뀌고 하다 보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의욕이 넘쳤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버리고 '내 할 거를 하자'는 생각으로 하니까 그런 부분이 제일 큰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영하는 2018년 10승, 2019년 17승을 거두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에는 대부분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영하는 점차 좋아지는 면모를 보이며 과거 전성기의 공을 되찾고 있다.

image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