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 '난놈'이 등장했다, 고졸신인이 상대 볼배합까지 예측하다니... 데뷔 첫 타석부터 범상찮다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9.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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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11회 말 안타를 터트린 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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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터트린 데뷔 첫 안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그야말로 '난놈'이란 이런 것일까. 1군 데뷔 첫 타석을 결정적인 찬스에서 들어왔는데도 상대의 전략까지 파악하고 승부했다. NC 다이노스의 고졸 신인 박한결(19)이 화려한 신고식을 통해 구단의 기대를 증명했다.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경기에서 박한결은 NC의 영웅이 됐다. 팀이 3-5로 뒤지던 연장 11회 말, NC는 박민우의 볼넷과 마틴의 안타, 권희동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때 타석에 등장한 선수가 바로 박한결이었다. 그는 앞서 연장 10회 초 대수비로 출전해 1군 첫 출전에 나선 상황이었다.


박한결은 두산 투수 박치국이 던진 낮은 패스트볼을 그대로 공략했다. 타구는 생각보다 멀리 뻗어나가 워닝트랙까지 날아갔다. 2루 주자까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중계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이 1루 주자 권희동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6-5로 NC가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기록은 2타점 적시타 이후 2루수 포구 실책으로 인한 결승점이었기에 박한결의 안타가 결승타로 기록되진 않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만든 첫 안타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이끈 박한결이 주인공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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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수단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연장 11회 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자 그라운드로 나와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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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국의 2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하는 박한결(오른쪽)의 모습. /사진=KBSN 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더욱 놀라운 점은 박한결의 타석에서의 접근법이었다. 그가 안타를 치기 전 2스트라이크를 당할 때만 해도 걱정 어린 시선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초구에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헛돌린 그는 2구째 바깥쪽으로 훌쩍 빠지는 슬라이더에도 헛스윙을 했다. 화면상으로는 공과 방망이의 차이가 다소 크게 나는 것처럼 보였다.


박한결 본인 역시 "철렁했다. 처음 보는 공이었다"며 "'확실히 프로가 쉽지 않구나' 하는 걸 느꼈다. 좋은 기회가 항상 오는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봐도 웃음 나오는 스윙이었다. 너무 직구만 노리는 게 티가 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 전 중심타자 박민우가 "직구 타이밍에 나가서, 변화구가 오면 맞히려고 하지 말고 헛스윙해라"는 조언을 했고, 타석을 앞두고도 송지만 타격코치가 "직구는 절대 놓치지 마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박한결은 "그래도 야구를 몇십 년을 보신 분들이니 더 잘 알 것 같아서 내 생각보다는 선배님이나 코치님 말을 듣기로 했다"고 했고, 그 결과는 두 번의 헛스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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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11회 말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보통의 신인 선수라면 전략이 뜻대로 먹히지 않고 불리한 상황이 되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한결은 오히려 이 상황에서 상대의 전략을 역으로 추측하며 승부하는 배짱을 보여줬다. 그는 "그런 식으로 스윙했기 때문에 역으로 (속구를) 던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한결은 그 상황에서 투수 박치국이 고개를 여러 차례 흔드는 걸 포착했다. 그는 "보통 고개를 많이 흔들면 다른 공을 던진다. '아, 이거 역으로 왔다' 해서 직구를 노려서 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 배터리는 패스트볼을 던졌고, 이를 놓치지 않은 박한결은 우중간을 가르는 잘 맞은 타구를 생산했다.

비록 박한결 본인은 "투수만 보였다"고 말했지만, 짧은 순간 투수와 수싸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건 어린 선수에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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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11회 말 안타를 터트린 뒤 1루로 향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본리초-경복중-경북고를 졸업한 외야수 박한결은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2라운드 전체 14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합류했다. 당시 예상보다 다소 빠른 지명에 당시 타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의아하고 놀랐다. NC여서 할 수 있는 지명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타 팀에서는 NC가 투수를 뽑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허를 찔러 외야수를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NC의 생각은 달랐다. 지명 후 구단 스카우트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우타 외야수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박한결에 대해 "타석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우리가 관찰했을 때는 높았다고 봤다"며 "인기가 많을 거라고 예상했고, 우리 차례가 와서 숨도 안 쉬고 지명하게 됐다"고 전했다.

민동근 NC 스카우트팀장 역시 "호타준족의 박한결이 가장 마음에 드는 픽이다"며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영우와 함께 박한결이 팀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 팀장은 "박한결을 못 뽑은 팀들이 아쉬워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가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철통 같은 보안으로 준비를 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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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입단 당시의 박한결. /사진=NC 다이노스
현장의 기대감도 있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열린 청백전 당시 신인 선수들을 주목하며 "외야에서는 박한결이 어떤 모습인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최근에도 "박한결은 장타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지금 1년 차 선수지만 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군에서 경험을 좀 쌓다보면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한결은 올해 퓨처스리그 첫 시즌 6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4홈런 34타점 10도루 OPS 0.740의 성적을 거뒀다. 고졸 1년 차로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퓨처스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이어 지난 23일 창원 두산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콜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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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한 박한결. /사진=NC 다이노스
박한결은 "막상 (1군에) 올라오고 보니까 너무 중요한 시기였다. 순위 경쟁도 한창 하고 있어서 '내 거 할 게 아니다. 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중요한 시기인 걸 알고 올라왔다. 경기에 나가면 집중해서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얼떨떨한 상황이지만 자신감도 내비쳤다. 박한결은 자신의 장점으로 '장타'를 꼽으며 "보통 장타를 치면 달리기가 안되는데, 나는 달리기까지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일 큰 장점인 것 같다"며 당당히 밝혔다. 그만큼 멘탈 역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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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이 24일 창원 두산전 종료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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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한결(왼쪽)이 24일 창원 두산전에서 11회 말 안타를 터트린 뒤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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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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