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초 Ai급 교체카드→신의 한 수' LG 염경엽 감독 "1차전 패배 후... 잠도 제대로 못 자, 그래도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11.09 06:03
  • 글자크기조절
image
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투런포를 친 박동원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image
염경엽 LG 감독이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투런포를 친 박동원(가운데)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image
염경엽(오른쪽 아래)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이 1회초부터 '인공지능(Ai) 급' 전격적인 투수 교체 초강수를 띄운 끝에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1차전에서 패배해서 정말 죄송했고, 잠도 못 잤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LG 트윈스는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2만 3750석 매진)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8회 터진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를 앞세워 5-4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지난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7로 승리한 뒤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승리했다.


7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던 LG는 안방에서 1승씩 나눠 가진 채 3차전이 열리는 수원으로 향하게 됐다. 양 팀은 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일 오후 6시 30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 3차전을 치른다.

이날 LG는 선발 투수로 나선 최원태가 아웃카운트를 1개밖에 잡지 못한 채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1회초 곧바로 강판당했다. 그러나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나선 LG 불펜 투수 7명이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한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 1⅔이닝(28구)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잘 끈 뒤 정우영이 1⅓이닝(26구)을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LG는 계속해서 김진성이 ⅔이닝(13구)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백승현이 ⅔이닝(22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유영찬이 가장 긴 2⅓이닝(22구)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으며, 함덕주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2개의 탈삼진 포함, 역시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과 적시타 등을 터트리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6회말에는 1사 후 오지환이 KT 선발 쿠에바스를 상대로 한가운데 초구 커터(142km)를 공략,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7회말에는 김현수가 4-3으로 추격에 성공하는 적시 2루타를 쳐냈다. 이어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말 박동원이 1사 2루 기회에서 KT 불펜 박영현의 한가운데로 몰린 초구 124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극적인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렸다. 박동원은 경기 후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불펜진이 자기 역할을 해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오지환의 홈런과 김현수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박동원이 중요한 역전 홈런을 쳐줬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줬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image
8회 박동원의 투런포에 기뻐하는 LG 더그아웃. /사진=뉴스1
image
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image
염경엽(왼쪽)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다음은 염경엽 감독과 일문일답.

-총평

▶최원태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경기 초반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오지환의 홈런과 김현수의 적시타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동원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역전포를 터트렸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해냈다. 가장 중요한 건 1승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시리즈에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소득은 우리의 젊은 불펜 투수들의 경험이 적은 편이라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시리즈에서도 정우영과 유영찬, 백승현 등의 어린 선수들을 더욱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게 됐다. 감독에게 많은 카드를 만들어줬다.

-오늘의 승리가 LG라는 팀은 물론, 염경엽 감독 본인한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저한테도 굉장히 크다. 1차전을 패했기에,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 매 경기가 다 중요하겠지만, 전체적인 시리즈로 봤을 때도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가장 좋은 건 불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운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원태의 조기 강판과 향후 활용법은.

▶최원태가 5이닝 이상 던져줄 거라 예상했는데(웃음), 초반에 제구가 안 되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어 빨리 내리는 결정을 내렸다. 향후 코칭스태프 및 전력 분석 파트와 상의를 해야겠지만, 빨리 내려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4차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4차전에서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아니면 최원태를 아예 빼고 갈지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보겠다.

-3차전 선발은 임찬규인가.

▶그렇다. 3차전은 임찬규다. 4차전에서는 김윤식과 최원태 아니면 이정용이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여러 방안을 놓고 코칭스태프 및 전력 분석 파트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고우석은 어떻게 봤나.

▶1차전에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실투 하나를 상대가 잘 친 것이다. 어제 결과가 안 좋았지만, 오늘은 고우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선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모두 (고)우석이한테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을 많이 했다. 고우석이 결국은 우리 마무리로서 지켜줘야만, 우리가 목표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차전에서 속구가 날리면서 변화구를 많이 썼다. 속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속구가 날리지 않고 제구가 잘 됐다.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면서 좋은 투구를 했다.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홍창기(2경기 8타수 무안타)는 어떻게 봤나.

▶홍창기에 대해서는 고민 없습니다. 언젠가는 자기의 것을 할 거라 생각한다. 아직 2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자신이 모습을 충분히 찾을 거라 본다. 3차전도 똑같이 간다.

-팬들의 응원에 대한 부담감은 떨쳤는지.

▶1차전을 패하면서 정말 죄송스러웠다. 정말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거기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저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와 타격 파트 모두가 똘똘 뭉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팬들이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유영찬은.

▶중간에 투수를 바꿀 때마다 구위를 보고, 상대 타자도 대비하면서 교체했다. 승리조에서 한 이닝이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최동환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8회에 됐다. 고우석은 9회에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유영찬이 14개밖에 던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위가 좋아 이닝을 더 끌고 갔다. 완벽하게 이닝을 막아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지환 홈런 때 더그아웃 세리머니는.

▶항상 정규 시즌에서도 했던 건데, 한국시리즈라서 더 했던 것 같다. 팬들이 외치는 것과 똑같이 선수들도 더그아웃에서 '박동원', '박동원'을 외쳤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을 향한 열정과 절실함이 크다. 그런 절실함이 있었기에 오늘도 승리할 수 있었다.

-뛰는 야구에 KT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신민재가 (3회에) 도루하다가 아웃됐다. 스타트가 조금 늦었다. 또 상대 포수(장성우)의 송구가 정확했다. (KT 선발) 고영표와 쿠에바스의 슬라이드 스텝이 정규 시즌과 비교해 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그래서 우리도 많이 뛰지 않고 맞춰서 대비하는 것이다.

image
승리 후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image
염경엽 LG 감독.
image
염경엽 LG 감독.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