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감독 카리스마 'ACL 진출 순간에도 버럭'... 승격 첫 시즌부터 '亞 무대' 기적의 광주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12.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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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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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엘리트 진출을 이뤄낸 광주FC가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K-무리뉴' 이정효(48) 광주 감독의 카리스마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 확정된 순간에도 선수단을 향해 '버럭' 화를 내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승격 첫 시즌부터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광주는 다음 시즌 아시아무대에서 활약한다.


광주는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광주는 16승11무11패(승점 59)를 기록하고 올 시즌 최종순위 3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수확했다.

다음 시즌부터 ACL은 최상위 대회인 ACLE와 2부에 해당하는 ACL2로 분리된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로 나눈 것과 비슷한 형태다. AFC는 한국에 ACLE 출전권 2+1장, ACL2 출전권 1장을 주었다. 광주는 ACLE 플레이오프에서 패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 아시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다.

올 시즌 광주는 '공격의 팀'으로 이름을 알렸다. 실제로 47골을 기록해 리그 최다 득점 5위에 자리했다. 외국인선수 아사니가 7골 3도움을 올리며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채웠다. 이건희도 5골을 기록했고, 192cm 장신 공격수 허율은 3골 3도움을 올렸다. 꾸준한 활약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투지의 미드필더 이순민이 위르겐 클린스만호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사니도 알바니아 대표팀에 뽑혀 유럽 무대에서 실력을 뽐냈다.


광주의 또 다른 강점은 탄탄한 수비에 있다. 올 시즌 35실점만 기록해 리그 최소 실점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전통강호' 전북(35실점)과 함께 철벽수비를 펼쳤다. 광주의 캡틴이자 센터백 안영규는 K리그1 MVP 후보에 올라 올 시즌 최고의 선수에 도전한다.

하지만 광주의 최고 강점은 이정효 감독의 '카리스마 리더십'에 있다. 시즌 내내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시즌 중간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이정효 감독의 리더십 아래 광주 선수들은 여러 차례 이를 넘겨냈다.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탔을 때도 방심하지 않는 힘이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정효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단을 향해 소리치며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덕분에 광주는 소중한 ACL 티켓을 따냈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 10월에 열린 K리그1 파이널A 미디어데이에서 "광주는 조용히 올라오지 않았다. 상당히 시끄럽고 야단스럽게 올라왔다. 파이널A도 시끄럽게 하고 싶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뜯어봐야 알겠지만, 매 경기 시끄럽게 하겠다. 경기장에 오신 팬들이 즐겁고 시끄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가 3위를 차지했고 이정효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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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왼쪽)과 이순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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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규(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와 함께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현대, K리그1 2위와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거머쥔 포항스틸러스도 ACLE 티켓을 따냈다. 울산과 포항은 플레이오프 없이 조별리그로 직행한다.

남은 ACLE 티켓 1장을 두고 광주, 전북현대, 인천유나이티드가 경쟁했다. 3팀의 치열한 싸움에서 광주가 최종 승리했다. 같은 시간 리그 4위 전북현대는 '라이벌' 울산에 0-1로 패했다. 5위 인천도 홈에서 대구FC에 1-2로 패해 기회를 놓쳤다.

최종성적 4위 전북은 16승9무13패(승점 57), 5위 인천은 14승14무10패(승점 56)를 기록했다.

이날 골을 넣지 못했으나 광주는 상대 포항을 압도했다. 전체슈팅에서 무려 17대3으로 앞섰다. 유효슈팅도 상대보다 9개나 많은 1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포항 골키퍼 황인재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여러 번 땅을 쳐야 했다. 황인재는 10개에 달하는 세이브를 가져갔다. 광주도 소나기 슈팅을 날리고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광주는 초반부터 운이 따랐다. 상대 공격수 이호재가 루즈볼 경합 과정에서 발을 너무 높게 들어 다이렉트 퇴장을 받았다. 광주는 초반부터 수적우위를 점했다. 이후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전반 12분 광주 외국인선수 아사니의 먼 거리 프리킥 슈팅을 비롯해 2분 뒤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여러 차례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육탄수비에 막혔다. 양 팀 선수들은 거친 신경전을 벌일 만큼 경기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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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포항스틸러스(흰색 유니폼) 경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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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포항스틸러스(흰색 유니폼) 경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인재 골키퍼의 선방쇼도 엄청났다. 광주도 이를 뚫어내지 못했다. 전반 35분 티모의 강력한 슈팅이 황인재 골키퍼에게 걸린 뒤 허율이 재차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공이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황인재 골키퍼는 전반 막판 광주의 헤더 슈팅도 두 차례나 막아냈다. 모두 골로 들어가도 이상할 것 없는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황인재의 동물적인 감각이 더 뛰어났다.

광주는 후반에도 좋은 분위기를 흘러갔다. 하지만 계속된 공격에도 상대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했다. 후반 25분 광주 하승운의 발리슈팅마저도 황인재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33분 정호연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광주는 골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무승부만으로도 광주가 ACLE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은 모두 채웠다. 전북과 인천이 동시에 미끄러지면서 광주가 극적으로 ACLE 진출 티켓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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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포항스틸러스(흰색 유니폼) 경기 도중 양 팀 선수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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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포항스틸러스(흰색 유니폼) 경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이정효 감독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큰 틀에서는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선수들이 노력하고 헌신하고 피땀 흘렸다. 훈련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운동장에서 누구하나 거짓말하지 않고 노력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거침없는 언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밝힌 이정효 감독은 광주 구단을 향해 특별한 요청도 보냈다. 이정효 감독은 "기존의 어린 선수들을 지켜야 한다. 악순환이 되면 안 된다. (어린 선수들이) 타구단으로 가고 타 구단을 빛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광주 구단이 어린 선수들 대우를 잘해줘서 잘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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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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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을 칭찬하는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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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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