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14. Expo·잼버리·엑스포, 21C 문화자산!

채준 기자 / 입력 : 2023.12.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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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실패로 끝났다. 119표 대 29표, 우리나라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의 경쟁에서 거둔 최종 성적이다.

국가적으로는 물론이고 유치희망도시인 부산시 입장에서도 너무나도 아쉽고 허망한 결과다. 그동안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온 부산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세계박람회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두 개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이고 다른 하나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다. 대전세계박람회도 우여곡절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여수세계박람회는 2010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서 중국 상하이와 겨뤄 한차례 쓰라린 패배를 경험하고 나서야 절치부심, 재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국제적인 초대형 행사의 개최와 관련하여 20C 한국인들에게,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민적 자부심을 안겨준 행사는 1988서울올림픽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북아의 작은 분단국가 Korea가 1980모스코바올림픽, 1984LA올림픽 등 동서냉전의 산물인 반쪽짜리 올림픽들의 부담을 이겨내고 지구촌의 온전한 스포츠축제를 멋지게 꾸려낸 것이다.

19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국민적 자부심은 21C로 이어져 2002한일월드컵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월드컵 4강의 신화창조도 대단했지만 붉은악마로 대변되는 한국인들의 성숙한 응원문화는 그대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세계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졌다. 드디어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가는 좁은 문이 열렸다.


필자는 꽤 오랜 기간을 공직에 있었다. 국내와 함께 국외에서도 수년간의 근무를 경험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평상심을 견지하려고 꽤나 노력했으며 조금은 성공했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2023년 여름, 8월에 들어서면서 많이 놀랐다.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들과 우리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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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일, "개영식서 온열환자 속출....'재난적 상황'" 등등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관한 불길한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8월 4일 "영국 스카우트 4천명, '폭염'잼버리 행사장서 철수", 8월 5일 "떠나는 아이들 ...영국 o 미국 철수", 8월 7일 "태풍 '카눈' 북상에 떠나는 잼버리 대원들" 같은 기사가 이어졌다. 결국 8월 11일 "잼버리 마지막 일정....'K팝 콘서트' 등 기사와 함께 전 세계 159개국 4만3천여 명이 참가했던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끝나버렸다.

대체로 한국인들에 대한 그간의 외부의 평가는 크게 박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성격이 조금 급하고 경쟁심이 강하며 외부로 드러나는 상냥함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지런하고,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이 있으며,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에 적극적이라 해결이 어려운 과제나 시간이 빠듯한 업무도 비교적 잘 처리한다는 정도의 의견이 일반적이었다고 본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IMF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도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3년 여름, 세계가 경험한 새만금잼버리 파행사태는 우리에 대한 이런 외부의 평가에 아주 크게 반한다. 한국인들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2023년 겨울의 초입, 한국인들은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서 다시 한 번 황망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에서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기더니 이번에는 중동의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통렬한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의 이 패배도 실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최소한, "졌지만 잘 싸웠다"는 국민적인 격려와 응원이 가능한 결과였다면 그 패배는 패배가 아닐 것이다!

일본, 한국, 중국, 올림픽과 세계박람회, 그리고 월드컵(중국은 미래)의 아시아지역 내 개최국가 순서다. 물론 대전과 여수의 세계박람회는 분야가 특정된 인정박람회라서 기본성격상 차이가 있다. 2010상하이세계박람회는 등록박람회다. 2030리야드세계박람회를 우리가 유치했더라면 2번의 인정박람회에 이어 등록박람회를 개최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또 하나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창조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국제적인 행사로 문화자산을 창조하는 일은 수많은 수고로움을 수반한다. 유치와 준비 및 실질적인 운영과정에 국민적 수준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여수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간 전남의 여수항일대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2011년 9월 1일부터 2012년 10월 말까지 근무했다. 평생 단 한번 1년 간 7kg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놀라운 기록 - 쾌거 - 을 달성했다. 그리고 줄어든 체중 이상의 자부심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문화학술본부, 전시본부, 회장운영본부, 정보화본부 등 4개의 핵심본부를 총괄하는 제2사무차장에게 지워진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박람회 기간 중에는 아침 7시에 첫 회의를 시작하여, 23시에 시작하는 마감회의를 끝내야 하루 일과가 종료되었지만 그 후에도 다음날 일정과 관련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했고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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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개장 초기, 예상했던 결과를 크게 밑도는 관람객 수는 조직위원회 내부는 물론이고 정부 고위층까지 걱정을 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새롭고 창의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외부의 압박과 그에 따른 내부의 긴장과 부담은 시시각각으로 가중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국제관 중 가장 좋은 위치에, 가장 넓은 공간(약1,000평방미터)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장 전날까지 결정을 미뤘다가, 결국 자국의 내부 사정으로 전시를 포기한다는 최악의 결정을 최후의 순간에 통보해 왔다. 악연의 시작이었다고나 할까?

다른 한편으로 아쿠아리움은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적정관람인원을 크게 상회하는 관람객을 입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대기하는 줄이 3중, 4중으로 조성되며 박람회장 내 자연스러운 흐름에 장애를 초래하더니 평균 대기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어서는 아주 불편한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1일 관람객수는 크게 증가시켜야 하고, 텅 빈 사우디아라비아관은 무엇인가를 채워서 문을 열어야 하며, 아쿠아리움으로 하루 종일 몰려드는 관람객은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특별한 대안을 마련해서 대처해야 하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가장 시급했던 사우디아라비아관을 무엇인가로 채워서 문을 여는 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지대한 기여를 했다. <빌 비올라>의 걸작, '트리스탄의 승천' 과 '불의 여인' 등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최고의 초대형 영상미술작품 2점이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과 만나게 되었고, 박람회 기간 내내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관람객들의 과도한 집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아쿠아리움 문제는 공식지원방송으로 참여했던 KBS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3D 아쿠아리움 영상관 개관이라는 정말로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한 후 신속하게 작품제작에 들어갔고,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작업을 완수, 시간당 400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3D영상물로 실감나는 수중세계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의 기본적인 관람객수 증가를 위한 특별한 대책도 마련되었다. 국제크루즈 선박이 사용하는 넓은 입출국장 겸용 부두가 있었다. 이곳에 30,000명 이상이 함께 즐길 수 있는 K-POP 특설무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대미문의 대형 장기공연, K-POP 페스티벌이 56일간에 걸쳐 여수의 밤바다를 뜨겁게 달궜다.

물론, 여수세계박람회도 하나하나 자세하게 들여다본다면 아프고 쓰린 곳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수시민들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 모두와 그 기간 중에 이곳에 관심을 가졌던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여수세계박람회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문화자산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새만금 세계잼버리의 그야말로 엽기적 파행운영이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실패 과정의 황당무계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이 20C후반기부터 21C전반기에 걸쳐 우리 한국인들이 일궈온 놀라운, 아니 기적적인 문화자산 창조의 위대한 과정 그 성공사례들과 너무나 분명하게 비교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든 싫든 21C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대다수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도 최근 한국의 이러한 의외의 실족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 것이며 자신들에게는 어떤 이해관계를 발생시킬 것인가?

오직 바라는 것은 최근의 이러한 비상한 현상들이 잠시의 부주의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근면하고 창의적이며 선의에 우호적인 기본 품성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인류의 문화자산 창조에 기여할 것이며 이를 통해 공동의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제는 21C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한다. 우리 모두에게 미래에도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가치들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과 수단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여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리가 솔선하여 올림픽, 박람회, 월드컵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류의 문화자산을 생각해 볼 때다.

-박영대 행정사법인 CST 공동 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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