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팀은 이유가 있다, '범실 없는 배구' 선두 우리카드는 계속 성장한다

수원=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12.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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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왼쪽)이 16일 한국전력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KOVO
12승 4패, 승점 34, 단독 1위.

반환점을 향해 가는 V리그 남자부 선두 서울 우리카드의 성적이다. 시즌 시작 전까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는 1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도들마 2023~2024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5-21, 22-25, 25-22)로 이겼다.

개막 5연승 후 1패, 3연승 후 2연패, 다시 3연승 후 패배를 맛 본 우리카드는 올 시즌 한국전력전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체제를 굳건히 지켰다.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시즌 초반 1승 6패로 시작했으나 7연승을 달린 뒤 1패를 기록한 한국전력이었다. 게다가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인천 대한항공에 패한 뒤 "원래 그런 얘기를 한적이 없는데 이 팀은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상대였다.


1세트 듀스 끝에 27-25로 승리한 우리카드는 기세를 몰아 2세트까지 따냈다. 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 다시 승리를 거두고 소중한 승점 3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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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벽을 뚫고 공격을 시도하는 우리카드 김지한(왼쪽). /사진=KOVO
양 팀의 경기는 집중력에서 갈렸다. 핵심 공격수들은 전반적으로 선전했고 공격성공률과 블로킹, 서브 득점, 리시브 효율 등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승부처에서 좀 더 침착했고 한국전력은 많은 범실을 저질렀다. 거기서 승부가 갈렸다.

범실에서 19-24로 우리카드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는데 이는 올 시즌 우리카드가 지향하는 배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즌 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나경복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의정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고 재계약한 황승빈을 트레이드로 KB손해보험에 보내며 한성정을 친정팀으로 데려왔다. 한성정과 포지션이 겹치는 송희채는 OK금융그룹으로 보내며 송명근을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도 리그 내 유일한 새 얼굴인 마테이 콕으로 모험을 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우리카드에 합류해 공격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김지한은 여전한 공격력에 수비까지 보강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고 2년차 세터 한태준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테이도 빠르게 적응하며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성정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신영철 감독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팀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범실 없는 배구'를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올 시즌 우리카드 선수들의 개인 범실은 308개로 안산 OK금융그룹(276개)에 이어 최소 2위다. 최다 범실 팀 천안 현대캐피탈(403개)와는 100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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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날려 공을 살려내는 한성정(가운데). /사진=KOVO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도 경기 전 우리카드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며 "전력이 탄탄하고 범실도 없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앞서 나갈 때 분위기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연결 등에서 미스가 많았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는데 범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상대가 범실이 없는 팀이라 범실이 많아지면 힘들 것이라고 줄여달라고 했는데 보이지 않는 쪽에서도 이단 연결 등에서 범실이 많아서 힘든 경기가 됐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신영철 감독이 강조하는 선수들의 수행 능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훈련한대로 점수가 나오는 건 한태준의 배분 컨트롤이 좋아지고 마테이도 영상을 보며 훈련한 대로 잘 해줬다"며 "맞춰가는 것에서 선수들의 수행 능력이 좋아졌다. 그런 게 승리 요인이다. 경기 운영 같은 건 상대 선수들이 잘하는데 훈련한 대로 해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겸손 섞인 평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고공행진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고 훈련 때 약속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범실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선수들이 범실 줄이기에 집중을 다해준 덕에 훈련한 플레이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점점 많아지는 선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신 감독은 "1,2라운드보다는 점점 기량이 더 올라올 것이다. 훈련 과정에서 수행력이 됐을 때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태준과 (김)지한이다. 또 하나는 센터에서 (이)상현이나 같은 선수들이 보는 눈이나 기본적인 기술들이 떨어진다. 그것만 올라오면 4라운드 쯤 되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칫 범실 없는 배구를 강조하는 건 소극적인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신영철 감독은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훈련 때 준비한 걸 풀어가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범실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범실 없는 우리의 배구'가 결코 소극적인 플레이로 해석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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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기뻐하는 우리카드 선수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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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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