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51. 'K-LCC' 탄생의 역사⑥

채준 기자 / 입력 : 2023.12.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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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우리나라 LCC업계에는 일반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더 많은 항공사들의 야심찬 행보가 있었다.

K-LCC업계는 현존하는 9개사 말고도 수많은 항공사가 만들어졌고, 준비되었고, 또 그 가운데에는 역사적인 취항을 했고, 취항을 못하고 도산하거나 중도 포기한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현재의 이름과 다른 이름이거나 잊혀지고 있는 이름들은 더 많다.


충청항공, 한성항공, 제주에어, 에어코리아, 영남에어, 퍼스트항공, 부산항공, 부산국제항공, 전북항공, 중부항공, 인천항공, 인천타이거항공, 대양항공, 코스타항공, 퍼플젯, 신라항공, 포천항공, 서울에어, 젯코리아, 한서우주항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 유스카이항공, 프라임항공, 에이스항공,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 호남에어, 강원항공, 플라이양양, K에어항공, 블루에어, 에어필립, 남부에어, AP에어, 포항에어, 에어포항, 베스트에어라인, 에어대구.

현존하는 K-LCC 9개사의 현재 상호와 다른 이름이거나, 잊혀지고 있는 이름들은 참 많다. 들어본 항공사도 있을 터이고, 처음 들어본 항공사도 있을 터이다. 이들 가운데는 일부 소형항공사도 포함되어 있다. 소형항공사를 LCC의 범주 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전문가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LCC의 범주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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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2023년말 현재, 대한민국 하늘에는 '무려' 9개의 K-LCC가 존재한다. 불과 18년만에 이처럼 많은 K-LCC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각 사마다 처음 설립할 때 사명(社名)을 정하지만 그 이후에는 여러가지 피치 못할 사정이 꼭 생겨서 이름을 변경하곤 한다. 설립 당시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래서 어느 항공사든 이름이 계속 바뀐다. 특히 설립부터 취항까지의 준비기간에 이름을 변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주요 단서가 된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 아시아의 에어아시아는 모두 항공 비전문가들이 만들어냈다. 항공의 ㅎ자도 모르는 사람이 항공사업에 겁도 없이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전 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공동창업자로 출발해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회장을 맡았고, 2019년 1월 87세를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명예회장을 맡았던 허버트 D. 켈러허(허브 켈러허)는 변호사였다.

항공기 리스회사 CEO가 자신의 성(Ryan)을 따서 라이언에어를 창업했지만 제대로 운영이 안되자, 당시 29세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고, 이후 폭풍성장을 통해 오늘날의 라이언에어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60대의 CEO로 활약 중인 마이클 케빈 오리어리는 세무사였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이 없어 찾아간 영국의 술집 TV에서 우연히 본 이지젯 CEO 스텔리오스의 인터뷰를 보고 지금의 에어아시아 창업을 결심한 1964년생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회계사 출신의 음악회사 월급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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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항공사 창업자의 직업 트렌드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인 셈이다. 이에 반해, K-LCC 2세대의 설립은 대개 항공전문가가 주춧돌을 놓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어느 인사가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K-LCC에 발을 들여 놓았던 인사가 퇴사 후 다른 K-LCC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들 설립자는 자본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해당 지역에 공항은 있는데 기반 항공사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와 접촉하여 손을 잡았다. 이를 발판으로 자본가를 끌어들였다. 설립자의 총연출에 의기투합하여 자본가는 자본을 대고, 지자체는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거나 간혹 설립자본금까지 댔다. 일부 지자체는 더 나아가 설립자를 대신해서 정부를 상대로 면허 발급 요청 투쟁도 마다 하지 않았다.

설립을 준비중인 항공사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면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의기투합은 없어지고, 힘과 자본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결국 항공사 설립전문가는 초기단계에서 종종 떨어져 나가고, 지역인사와 자본가에 의해 준비되어졌다. 그리고 취항 후 아니면 취항 직전에 도산하거나, 운영자금을 추가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본가에 의해 초기 자본가가 다시 내밀리는 순환이 빚어졌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현존하는 K-LCC 업계 9개사 가운데 첫 회사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곳은 이스타항공이 유일하다. 그리고 CEO 변경 외에 주인이 바뀌지 않은 곳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대기업 계열 뿐이었지만 이 마저도 2개사는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LCC, 'K-LCC'는 탄생의 역사 만큼이나 험난한 성장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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