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22. 국가유산 답게 대우해야

채준 기자 / 입력 : 2024.02.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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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2024년 5월 17일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재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 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62년간 사용해 오던 문화재라는 이름을 역사 뒤편으로 보내고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변경하는 이유로 다음 3가지를 들었다. ①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에 나타나는 강한 재화로서의 성격을 시간의 흐름을 고려한 유산(遺産)으로 변경하여 그 의미를 확장한다. ②기존의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2분류체계를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3분류함으로서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고 유네스코 국제기준에 부합시킨다, ③문화재 체제를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한다.

근거법의 제정은 당연히 관련조직의 명칭에도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는 2024년 5월 17일이 되면 기존의 문화재청은 사라지고 국가유산청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연관된 수많은 법령과 기관 등의 이름도 당연히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적지 않은 시간과 품이 드는 쉽지 않은 일들이 진행 중일 것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국가의 문화유산 분야도 순전히 우리의 힘만으로 관련 법률을 만들고 관리체계를 갖춰온 것은 아니다. 입헌군주국에서 국민주권의 민주국가로 바로 전환하는데 실패한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그 중간에 식민지국가의 비운을 겪게 되었고 국가사회 전반에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유산기본법의 제정은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기술한 3가지 이유와 함께 과거의 낡은 틀을 보다 큰 차원에서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국가적 의지가 발현된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그에 어울리는 내용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국가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가꾸는데 필요한 대외적 명분 확보 차원에서 국가유산기본법을 제정함으로서 이제 문패를 바꾸는 일에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문패를 바꿨다고 해서 우리가 꿈꿨던 이상적인 국가유산의 보전과 활용환경이 저절로 조성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문패를 바꾸는 대격변의 시대를 맞아 우리가 반드시 이행해야만 할 중요한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공개문화유산 찾아내 세상에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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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우리나라 전역에는 아직도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어둠속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미공개문화유산들이 존재하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오히려 인위적 발굴이나 자연적 노출과정을 거치며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무관심 속에서 잊히고 묻힌 미공개문화유산들의 경우, 지금의 상태 그대로 놓아둔다면 결국은 훼손되거나 유실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런 특별한 기회에 그동안 잊히고 묻힌 우리의 미공개문화유산들을 찾아내 국민의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는 특별한 노력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23년 말 기준 5,132만 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며 혹시 불행하게도 잊히고 묻힌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집중적으로 전 세계 곳곳으로 유출되어 완전히 역사의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찾아내어 제 이름을 붙여주는 일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소재문화유산현황('24. 1. 1 기준)에 의하면 현재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29개국 803개 처에 246,304점의 우리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소재가 파악된 우리문화유산의 효율적 보존과 국내환수 방안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인 미공개문화유산의 소재파악 및 확인 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유산으로 오인되어 엉뚱한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경우까지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62년 만에 국가유산이라는 적합한 이름을 새로 갖게 되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문화유산특별축제주간(Korea Heritage Special Festival Week)"과 같은 특별한 행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여 잊혔던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사전에 단단하게 준비를 하고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이 타국인의 점유 하에 있는 한국문화유산을 무단히 되찾아가려고 한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오히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유자의 권한과 영예를 충분히 존중해 줄 것이라는 충분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외교, 공공외교 능력은 크게 신장되었고, 국가적 신뢰도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대사관, 총영사관과 함께 문화원 등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한국문화유산특별축제주간(Korea Heritage Special Festival Week)"과 같은 행사를 추진할 경우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무형유산의 발굴 및 효율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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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문화유산 중 상당부분은 과거에 살았던 특별한 장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결과물들이다. 국가도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현재 활동 중인 장인들 중에서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은 분들을 선정하여 무형유산(보유자)으로 대우하며 그 특별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수많은 장인들이 명장의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관문을 넘어서지 못해 제대로 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국가의 무형유산으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함은 물론 당연히 무형유산의 전승에도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62년이라는 긴 시간 사용해 오던 문화재라는 이름을 벗어버리고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받아든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화유산 창조 작업의 핵심주체인 무형유산(보유자) 선정과 효율적 지원방안 마련에 다시 한 번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하여 우리문화유산의 미래발전을 이끌어 나갈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할 때다.

이제 행정적인 편의를 너무 앞세우지는 말자! 소수의 전문가로 단기간에 걸친 심의를 통해 국가무형유산을 선정하는 방식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조금 번거롭더라도 다수의 전문가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심사를 진행함으로서 그 결과에 대해 모두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가 되지 않을까?.

무형유산 찾아 국민에 알리는 대축제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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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우리의 무형유산들을 다시 한 번 찾아내 보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정부도 나서고 학계와 관련전문가들이 모두 나선다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 나아가서 무명의 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자유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무대를 국가가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리고 그 무대를 전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24년을 기점으로 2027년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의 잊히고 묻힌 무형유산들이 세상에 나와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데 투입해 주었으면 좋겠다. 새롭게 생명을 얻은 우리의 무형유산들이 한국 무형유산의 지형을 더욱 풍요롭고 미래의 발전을 보장하는 신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문화유산(유형), 자연유산, 무형유산이 균형을 이루며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문화 창조의 놀라운 능력을 선사해 줄 것이다.

-박영대 행정사법인 CST 공동 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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