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59. 글로벌 LCC 공통, 공항 갈등①

채준 기자 / 입력 : 2024.02.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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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1971년 취항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첫취항도시3곳 중 하나였던 댈러스에포트워스신공항이완공되었다.

정식명칭 '댈러스-포트워스국제공항'은 텍사스주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신공항으로 옮겨가지 않고, 이제 구공항이 된 러브필드공항을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의사결정을 공항공단에 알렸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크고 멋진 신공항이 댈러스 도심에서 30분 거리인 반면 작고 낡은 러브필드공항은 10분 거리라는 점을 놓칠 수 없었다. 이미 휴스턴 하비공항에서 체득한 경험도 있었다.

댈러스-포트워스공항은 출장이 잦은 회사원들에게는 도시에 빨리 들어가 일을 보고 곧바로 되돌아가야 하는 하루일정상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신공항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들 회사원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이용객이었다. 즉 기존항공사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주고객층이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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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단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완공한 신공항 건설비용을 항공사들에게서 회수해야 하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옮겨가지 않겠다고 버티자 난감했다. 공항공단은 지자체인 댈러스시, 포트워스시와 공동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고소했다. 이 법정다툼은 5년이나 걸렸고 연방 대법원까지 가서야 결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승소했다.

신생항공사였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리한 법정다툼을 벌이느라 회사 재건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맨 먼저 회사의 재판관련 소식부터 챙겼다. 그들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러브필드공항을 사수하는 싸움은 곧 회사의 죽고 사는 문제였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업문화가 된 투쟁정신이 깃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죽이려 드는 세력과 맞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다졌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 항공업계에서 고집쟁이이자 독불장군이었으며 혁신적인 개혁가이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를 '개척자(frontier)정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개척자정신은 무에서 유를 찾아냈고,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너도나도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기존항공사 골리앗을 물리치고 살아남으려면 창조적인 개척자정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법정뿐만 아니라 하늘 위, 활주로, 공항터미널 등 어디에서나 기존항공사보다 더 빠르게 생각하고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노베이션은 생존전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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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항공이 취항직후 휴스턴 하비공항과 댈러스 러브필드공항을 지켜내느라 기존항공사, 공항공단, 지자체 등과 갈등을 겪고 온갖 고초를 겪으며 법정다툼까지 벌였던 것과 비슷한 일이 아시아에서도 똑같이 재연됐다. 에어아시아는 취항직후 수방공항을 주공항으로 사용했다. 수방공항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다. 그런데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항공당국은 에어아시아에게 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에어아시아는 LCC 비즈니스 모델에 더 적합한 수방공항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며 오랫동안 힘겹게 싸웠지만 정부는 수락하지 않았다. 결국 56km 떨어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으로 근거지를 옮겨야 했다. 공항측이 제공한 에어아시아 사무실은 보안검색대 뒤로 지저분한 길을 20분 걸어간 주기장 바로 아래쪽에 위치했다.

공항을 둘러싼 신생 LCC들의 고초는 이처럼 전 세계 LCC가 똑같았다. 미국에서 LCC를 태동시킨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법정다툼을 통해 결국 이겨냈고, 아시아의 최초 LCC 에어아시아는 정부의 강압에 결국 굴복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정은 어땠을까. 우리나라는 전국의 모든 공항을 두 기존항공사가 사이좋게(?) 나눠 쓰고 있었는데, 2005년이후 K-LCC가 취항하면서 그동안 공고히 유지되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기존항공사의 반발이 거셌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댈러스-포트워스공항으로 가지 않고 기존에 이용하던 러브필드공항에 남겠다며 법정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대도시 주변에 큰 공항과 작은 공항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지방마다 공항은 산재해 있는데 어느 도시든 단일공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몇몇 지방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은 물론 군공항 역할까지 모두 해내고 있다. 수도권만이 김포공항에 이어 인천공항이 추가로 개항하면서 2공항 체제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두 공항을 기존항공사와 K-LCC에게 구분해서 배정했으면 좋았겠지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모두 국제선과 국내선, 기존항공사와 K-LCC 모두 똑같이 이용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K-LCC들은 슬롯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항공사와 열위의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LCC가 늦게 태동했지만 LCC를 위한 별도의 공항터미널을 새로 지어 기존항공사와 다른 공간에서 운항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신생 LCC에게 카운터 확보를 용이하게 해주고 더불어 LCC 이용승객에게는 공항이용료 절감효과까지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LCC의 저렴한 운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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