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좀 하지" 감독도 탄식한 재능, '하루 100번 스윙' 약속 지켰다... 20홈런 베테랑 빈자리 차지할까 [타이난 현장]

타이난(대만)=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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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SSG 랜더스 내야수 안상현(27)이 모두가 오랜 시간 기대했던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이숭용(53) SSG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20홈런 베테랑' 최주환(36·키움 히어로즈)이 떠난 2루였다. 최정(37)이 3루수, 박성한(26)이 유격수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고, 강진성(31), 전의산(24), 고명준(22) 등 당장은 부족하지만 확실하게 밀어줄 만한 선수가 있는 1루와 달리 2루는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최주환은 타격 생산성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으나, 2023시즌 20홈런을 터트린 내야수였고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최주환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훈련이 진행된 미국 플로리다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안상현이 김찬형(27), 최준우(25), 신인 박지환(19) 등 다른 후보군에 주전 경쟁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이 감독은 대만 2차 캠프 출국 전 공항 인터뷰에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2루는 안상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사파초-선린중-마산용마고를 졸업한 안상현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6번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다. 프로 8년 차가 된 지금까지 KBO리그 1군 통산 성적은 207경기 타율 0.230, 3홈런 16타점, OPS 0.578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 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 관계자들은 꾸준히 SSG에 트레이드의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안상현을 스쳐 간 많은 사령탑이 그가 훈련 중 보여준 재능에 높은 평가를 내렸지만, 끝내 중용하진 않았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린 감독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그 아쉬웠던 부분마저 채워졌다. 이 감독은 미국 1차 캠프에서 고참 선수들이 직접 선정한 '선수 MVP' 부문을 신설했다. 안상현은 코치들이 뽑은 야수 부문 MVP에 이어 고참들이 뽑은 '선수 MVP'에도 선정됐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 전 내준 숙제를 안상현이 22일간 치러진 미국 캠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히 이행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안)상현이에게 미국 캠프에서 매일 스윙 100개씩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쉬는 날도 빠지지 않고 했다. 한 번은 밤에 산책을 하고 훈련장 앞을 지나가는데 땀에 젖은 (안)상현이를 만났다. 그래서 '너 내가 지나가는 거 알고 그랬냐' 농담했더니 '아니에요' 하더라.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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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사진=SSG 랜더스


이 감독의 계속된 호평에 몇몇 선수들은 안상현에게 감독의 양아들이라는 의미에서 '이상현'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안상현의 달라진 모습은 모두가 인정했다. SSG 선수단의 이러한 반응에 이 감독은 "진작 좀 하지"라고 탄식했다. 이어 "나는 (안)상현이와 올해 처음 야구를 같이 하기 때문에 그전의 상현이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선수들과 코치들 모두가 상현이가 달라졌다고 했다"며 "사실 2루가 제일 고민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른 곳이 더 걱정이다. 물론 (안)상현이도 아직은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만에서도 미국에서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대만에서 열린 4번의 연습 경기에서도 타율 0.429(7타수 3안타)로 매 경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퉁이 라이온즈와 연습경기 후 만난 안상현으로부터 달라진 이유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안상현은 "그동안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허송세월을 안 보내려고 겨울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따로 자극을 받은 요인은 없었다. 스스로 점점 나이가 들고 신인들이 계속 올라오는데 결과를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못하면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루 스윙 100번의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서는 "안 하면 내 스스로에게 미안한 느낌이었다. 여러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집중했다. 미국 스캠은 스스로 많이 준비한 것 같고 연습도 많이 하면서 좋아지는 것도 느꼈다"고 답했다.

안상현에게는 데뷔 8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세대교체를 약속했지만, 이 감독은 준비되지 않고 기존 베테랑보다 뒤처지는 어린 선수에게 마냥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상현도 이를 알고 있다. 안상현은 "올해는 끝까지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아깝지 않도록 시즌에 들어가서도 잘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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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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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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