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감탄-감독은 특급신뢰' 이게 류현진 클래스! '10승 우습다더니' 역시나 [대전 현장]

대전=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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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 선발 투수로 나와 포수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결과적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기록만으로는 크게 특별할 게 없어보이지만 지켜본 이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단 한 차례 등판만으로도 남다른 클래스를 뽐냈다.

류현진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의 선발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46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역시는 역시'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하는 투구였다. 46구 중 30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고 최고 시속 143㎞로 스피드로 압도할 정도의 위력이 아니었음에도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정은원과 김태연은 류현진의 코너를 찌르는 속구에 방망이도 내보지 못하고 루킹삼진으로 물러났고 백전노장 김강민은 류현진의 예리한 커터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속구를 절반인 23구, 커터는 4구(평균 137㎞),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슬로우 커브(평균 112㎞)는 10구, 체인지업(평균 125㎞)은 9구를 뿌렸다.

2회 채은성에게 2루타를 맞고 이후 포수 최재훈의 아쉬운 포구 이후 이재원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고 1실점했지만 불안한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청백전이었지만 팬들의 관심은 남달랐다. 구장 보수 문제로 관중을 받진 않았음에도 팬들은 이른 시간부터 구장을 찾았고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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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 선발 투수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구단은 팬들의 요청에 결국 구단 유튜브 채널은 이글스TV를 통해 생중계를 했다. 이날 최고 동시 시청자수는 무려 7만 997명. 이는 구단 자체 생중계 최다 시청자수였다.

한화와 계약을 맺기 전 꾸준히 국내에서 실내 훈련을 펼치며 투구를 이어간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계약 후 23일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 그리고는 그날 바로 불펜 피칭을 펼쳤다. 45구를 뿌렸는데 최원호 감독과 손혁 단장 등 코칭스태프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이후 2번째 불펜 피칭에선 60구를 던졌고 지난 2일엔 라이브 피칭에서 65구를 뿌렸다. 그리고 이날 4이닝, 50구 정도로 계획을 잡고 청백전에 나섰는데 추운 날씨에도 날카로운 제구와 노련미를 뽐냈다.

한화 합류 후부터 최원호 감독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최 감독은 '건강만 해다오'를 외치고 있다. 한화에서 7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11시즌을 보낸 베테랑의 루틴과 자기관리에 대해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 때보다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면서도 "구속은 오히려 더 나왔다. 경기를 더 치르고 시즌에 들어가 긴장감이 생기고 하면 140㎞ 중반까지는 던질 것 같다"고 믿음을 보였다.

12년 만에 돌아온 국내 무대의 환경, 대전의 마운드 등 낯설지는 않을까.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과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언론을 통해 (불만 등에 대해서) 보겠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특별히 그런 것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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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을 앞두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루틴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류현진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144경기)보다 많은 162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시즌에 돌입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시범경기 기간 동안엔 이 같은 텀으로 던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최 감독은 "몸에 이상 없다면 4일 쉬고 12일 KIA 타이거즈전에 나설 것"이라며 "본인이 그렇게(4일 휴식 후 등판) 몸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정규시즌에 맞춰서 해왔고 그런 식으로 하겠다고 해서 (그에 맞게) 일정을 짰다"고 전했다.

청백전을 치른 류현진은 오는 12일 KIA와 홈경기, 17일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까지 두 차례 시범경기까진 4일 휴식 후 등판한다. 이후엔 5일 휴식 후 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질 LG 트윈스와 시즌 개막전, 29일 대전 홈개막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개수가 적은 편이다. 시즌 때는 6일, 5일 만에 등판하겠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하루 정도 먼저 던져도 전혀 문제 될 것 같진 않다. 해오던 게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훈련 루틴도 분명하다. 선발 맞대결을 벌인 문동주는 "선발하는 날에도 경기 준비하는 게 (내가) 이때까지 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워낙 몸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나는 아직 한국에서만 했지만 더 큰 무대에서 계셨고 거기서도 엄청난 성적을 거두셨다. 그런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 여쭤보고 싶다. 어쩌다가 이런 걸 루틴으로 삼게 됐는지 모든 부분에서 물어보고 싶은데 차차 배우려고 한다.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친해지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 나란히 서서 불펜피칭을 한 것에 대해서도 "내가 현진 선배 쪽이 아니라 벽을 보고 던져서 잘 보지 못했지만 (최)재훈 선배님이 잡는 걸 봤는데 다 스트라이크만 들어가더라"며 "의식이 됐다. 마운드에서 실제로 본건 처음이었는데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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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문동주.
류현진은 이날도 3이닝까지 투구를 마친 뒤 불펜으로 향해 20구를 더 던졌다. 투구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점검하며 피드백을 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날 경기에선 올 시즌 1군 경기에 도입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활용했다. 공 하나의 판정이 아쉬웠다는 류현진은 "어떻게 보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만한 공이었다"면서도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 하나 빼고는 거의 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게 콜이 올라갔다"고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커터도 점검했다. 류현진은 "몇 개 빠지는 것도 있었는데 모든 구종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며 "불펜가서도 똑같이 연습했다"고 시즌 준비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오길 잘한 것 같다. 많이 반겨주신다"면서도 "특별하진 않았다. 개막을 해봐야 느낄 것 같다. 시범경기를 시작해 응원 소리를 들었을 때 다르다고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도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우승 사령탑'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달 21일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취재진을 향해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하면서 팀의 구성이 단숨에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팀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강이 됐다. 일단 4선발이 확실하지 않나"며 "우선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까지 모두 10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그들과 1대1로 붙었을 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올 시즌부터 스포티비 야구 해설위원으로 합류한 서재응은 전날 스포티비를 통해 "(류현진이) 10승 이상은 거뜬히 해낼 것 같다"고 전했다. 양상문 위원 또한 "류현진 선수는 10승 이상은 무조건 할 것 같고 150이닝 정도는 건강하게 투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망했다.

이날 투구 한 번으로 류현진은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를 단숨에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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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7일 청백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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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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