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김종국, 감독실에서 1억원 받고 절반씩 나눠가져→개인 돈거래에 사용" 檢, 결국 재판 넘겨졌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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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왼쪽)과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사진=OSEN
장정석(50)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56)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후원 업체로부터 억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배임수재미수, 배임수재, 배임증재 등의 혐의를 받는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 커피 업체 대표 A씨를 7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뉴스1과 뉴시스가 보도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지난 1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에 따르면 장정석 전 단장은 지난 2022년 5월부터 8월 사이에 당시 KIA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12억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해주겠다면서 2억원의 뒷돈을 3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수가 이를 거절하면서 장정석 전 단장은 배임수재 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정석 전 단장은 같은 해 7월부터 10월 사이에 광고 계약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뒤 1억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커피 업체 대표 A씨로부터 야구장 담장에 해당 업체 광고가 표시되는 홈런존 신설 등의 요구를 받은 뒤, 해당 요구사항을 프로야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해 계획안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에는 A씨의 각종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김종국 전 감독은 A씨의 광고 계약 희망 의사와 함께 홈런존 신설 등의 요구사항을 장정석 전 단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단 내 광고 담당 직원에게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광고 담당 직원 연락처를 직접 전달한 뒤 광고 계약 체결에 도움을 줬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수표 사용내역 등 단서를 포착했다. 이어 면밀히 수사한 결과, 김종국 전 감독 역시 구단 운영에 관여하며 광고 체결과 관련해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종국 전 감독은 2022년 7월 야구장 내 감독실에서 A씨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했다. 당시 커피 업체 대표 A씨는 선수 유니폼 광고 계약 관련해 편의 제공 등 부정한 청탁을 했고, 이에 김종국 전 감독은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같은 해 10월 김종국 전 감독은 또 A씨로부터 감독실에서 1억원을 받았는데, 이 돈은 장정석 전 단장과 5000만원씩 나눠 가졌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수수한 금품 대부분을 주식투자나 자녀 용돈, 여행 비용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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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후원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왼쪽)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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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김종국 전 감독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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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커피 업체 대표 A씨는 광고 계약 관련 부정 청탁의 대가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게 합계 1억6000만원을 제공해 배임증재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커피 업체가 부정 청탁으로 야구단이 관리하는 유니폼 견장 광고와 포수 보호 장비, 스카이박스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봤다. 아울러 별도 광고대행사가 운영하는 백스톱·외야 홈런존 광고권을 야구단이 매입한 뒤 이를 되사기도 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A씨가 야구단의 열성 팬으로서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격려금 명목으로 건네주기에 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KBO 세칙' 등에도 위배되는 금품수수 사실을 구단이나 선수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돈 대부분을 주식투자나 자녀 용돈, 여행비용, 개인 간 돈거래 등에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으로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스포츠계의 불법적인 금품수수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수사 의뢰와 박동원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장정석 전 단장뿐만 아니라 김종국 전 감독도 구단 운영에 관여해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파악했다. KIA는 지난해 3월 말 장정석 전 단장이 2022년 박동원과 연장계약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IA 구단은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징계위원회를 소집했고, 장 전 단장은 사퇴 의사를 전하면서 서면으로 구단에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 KIA 구단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었으나,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 확인 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장 전 단장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박동원과 감독, 프런트로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지난 2022년 4월 트레이드에 성공했고 연장 계약까지 노렸다. 하지만 시즌 중부터 계속된 다년 계약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박동원은 결국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4년 65억원을 받으며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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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결국 KIA는 지난해 3월 29일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임을 결의했다. 당시 KIA 구단은 장 전 단장의 해임 이유에 관해 "2022년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받은 후 사실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동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은 스타뉴스에 "계약금을 얼마 이상 줄 테니 일부를 나에게 달라는 식이었다. 박동원도 (키움) 감독이자 스승이었던 장 단장에게 이렇게 한다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고 빨리 해결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더 빠르게 나설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룹) 회장실에 그런 제보는 비일비재하다 보니 (사실 확인에)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검찰 조사 결과, 2억원의 뒷돈을 3차례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확인됐다. 선수가 제출한 장정석 전 단장과 대화 내용 녹음 파일에 대해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음질 개선을 한 뒤 분석한 결과, 장정석 전 단장의 금품 요구 상황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었다.

KIA도 고개를 숙였다. 당시 KIA는 입장문을 통해 "팬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KIA 타이거즈는 최근 불거진 장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KIA 타이거즈 팬 여러분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또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KIA 타이거즈는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였으며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금품 요구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 곧바로 해임 조치했습니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움직였다. 지난해 4월 KBO는 '최근 이어진 리그 내 부정 및 품위손상 행위 및 의혹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공감하며 엄중히 대처하기 위해 검찰 수사 의뢰 등을 조치했다'면서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의혹으로 KIA에서 해임된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 했다. KBO는 전 소속 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위서 및 관련 자료를 검토했으며 조사위원회 검토 및 논의를 통해 4월 5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그러면서 '리그 구성원들의 불법, 부정, 품위손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예방 교육에 더 노력하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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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장정석(왼쪽) 전 단장과 김종국 신임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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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KBO는 당시에도 '덮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사태를 엄중하게 인지한 뒤 KBO 리그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발 빠르고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허구연 KBO 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이제 예전처럼 그냥 덮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받고, 명확하게 수사 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리그 구성원들의 불법, 부정, 품위손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예방 교육에 더 노력하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1월 말 현직 사령탑마저 비리 사태에 연루되며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KIA 타이거즈는 "1월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1월 29일에는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단이었다. KIA 구단은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 KBO리그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야구팬,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이번 일에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과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이범호 타격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KIA는 이 감독 선임 배경에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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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단이 지난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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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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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가운데)이 KIA 선수단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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