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약점 순삭' 성장캐 이정후의 매력, ML도 빠져든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될 것"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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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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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력에 메이저리그(ML)도 차츰 빠져드는 모양새다. 그해 가장 강렬한 뉴페이스에게 주어지는 신인상 후보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대표로 당당히 뽑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3일(한국시간) 2024년 가장 개인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구단별로 한 명씩 꼽았다. 또 지구별로 MVP,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 올해의 감독상을 구분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LA 다저스 등 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콜로라도 선수만이 그 어떠한 개인 타이틀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수 중 MVP를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최근 외야수에서 2루수, 다시 2루수에서 유격수로 포지션 전환을 예고한 무키 베츠(LA 다저스)였다. 사이영상 수상자는 잭 갈렌(애리조나)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고, 올해의 감독은 새로 김하성(29)과 사제지연을 맺은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

이정후는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수로 꼽혔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많은 선수를 영입했으나, 그중 이정후가 이 프랜차이즈를 가장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주목했다. 이어 "이정후는 그 야구장(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빠르고 콘택트 지향적인 선수다. 야구장(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의 점화 플러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정후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정후는 입단 순간부터 시범경기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입단식에서는 "안녕 자이언츠(Hello Giants)", "나 멋진가요?(Handsome)"이라는 영어 인사 몇 마디와 농담에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그의 반려견 까오가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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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입은 뒤 '핸섬(Handsome')이라고 묻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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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지난달 스프링캠프를 시작해서는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한 이력이 한 타석도 없는데도 일찌감치 개막전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포지션이 고정돼 놀라움을 안겼다. 당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칭찬하면서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충격받을 일"이라고 확언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기대감에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를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로 꼽기도 했다. 미스터리 박스는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로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는 중견수 위치에서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일각에서는 그의 콘택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력적일지 의문을 표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평의 바탕에는 한국 KBO리그에서 보여준 꾸준한 기록에 있었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정후의 현재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시범경기가 개막하자, 메이저리그도 점차 그 매력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시범경기 8경기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2볼넷 3삼진, 출루율 0.375 장타율 0.500으로 강점으로 평가받은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은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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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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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그보다 인상적인 건 약점으로 평가받던 부분에서도 보란 듯이 재능을 뽐내고 있는 점이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 높은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선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이정후의 콘택트를 60, 파워를 45로 평가했다. 50이 메이저리그 평균으로 60은 올스타 레벨, 45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시범경기 2경기 만인 3월 1일 애리조나전에서는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때 홈런 타구는 시속 109.7마일(176.5㎞)로 이날 양 팀 타자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또 최근 몇 년간 많은 도루를 기록하지 않은 것을 염려해 그의 주력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었다. 이 부분은 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2루를 훔친 데 이어 5일 콜로라도전에서는 후속 타자의 병살타를 방지하는 센스 있는 주루로 찬사를 받았다. 콜로라도전 후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올 시즌 상대팀을 성가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KBO리그 키움에서 한 시즌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고 기대 이상의 주루를 주목했다.

많은 안타로 시속 95마일(약 152.8㎞) 이상의 강속구에 약할 것이란 우려를 지워냈고, 첫 고비였던 좌완 투수를 상대로도 하루 만에 안타를 때려내며 약점을 순식간에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는 10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좌완 투수 카일 뮬러와 프란시스코 페레즈를 만나 시범경기 첫 무안타 경기(3타수 0안타)를 했다. 1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도 우완 투수 조지 커비와 재러드 베이리스를 상대로 각각 헛스윙 삼진,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나 부진이 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좌완 테일러 소세이도를 상대로 가볍게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악순환을 끊어냈다.

나날이 발전하는 '성장캐(성장형 캐릭터)'로서 이정후의 모습은 한국 KBO리그에서 그가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프로에 와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환해 수비 불안에 대한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 '장타가 없다'는 비판에는 2022년 23홈런과 함께 장타율 0.575로 해당 부문 1위를 기록, 타격 5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과 MVP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처럼 한계를 뛰어넘고 메이저리그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많은 한국 야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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