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이강인 90도 허리 숙여 사과했다 "팬들 쓴소리 덕분에 반성, 더 모범적인 사람 되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3.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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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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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밝히는 이강인. /사진=뉴스1 제공
'탁구 게이트' 사건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온 대한민국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축구팬들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황선홍 임시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를 위한 최종 소집훈련을 진행했다.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이강인은 2023 아시안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동안 벌어진 팀 내분 사태,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이강인은 "일단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먼저 이번에 기회를 주신 황선홍 대표팀 임시감독님께 감사 인사드린다. 축구팬들께서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 너무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서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강인은 "저도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는 기간이 됐다.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앞으로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할 수 있는 기간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축구선수뿐 아니라 좋은 사람, 팀에 도움이 더 될 수 있고 모범적인 사람이 되도록 많이 노력하며, 그런 선수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강인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인터뷰가 다 끝난 뒤 허리를 90도 숙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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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에 집중하는 이강인(왼쪽).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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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뉴시스 제공
이강인은 그동안 축구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달 막을 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축구가 탈락했던 대회 4강 요르단전(현지시간 2월 6일) 전날, 이강인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려고 했고,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대회가 끝난 뒤 영국 매체 더선이 처음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인정했다. 축구팬들도 분노했다. 10살 가까이 어린 후배가 선배에게 대드는, 특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충격은 엄청났다. 후폭풍이 거셌다.

이강인은 사건이 알려진 뒤 곧바로 SNS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일부 축구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다.

이후 이강인은 2월 21일 다시 사과문을 올리며 손흥민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간 사실을 알렸다. 이강인은 SNS에 "지난 아시안컵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해 팀 전체와 축구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손)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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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손흥민, 이강인의 화해 소식이 뉴스 화면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이강인과 어깨동무하는 사진을 업로드했다. 또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 일 이후 (이)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축구팬들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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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뉴스1 제공
한편 손흥민은 다시 한 번 이강인을 감싸 안았다. 손흥민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 앞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이강인과 영국에서 만났다. 어제도 (대표팀에서)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이강인이 모든 선수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이 그 부분을 잘 받아들였다"며 "사과를 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다. 선수들도 받아줬다. 덕분에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손흥민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만큼 대표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강인이 영국까지 날아와서 화해를 먼저 했고, 사과 제스처를 보여줬다. 누군가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 필요하다. 이강인이 용기를 내서 뿌듯하다"며 "모든 사람이 실수하고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강인도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단단해지고 대표팀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 멋진,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힘을 실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3차전 홈 경기를 치른 뒤 22일 태국으로 건너간다. 이어 26일 오후 9시30분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C조에 포함된 한국은 2전 전승을 기록하고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 태국 2연전도 모두 승리로 장식할 경우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한국과 맞붙는 '동남아 강호' 태국은 1승1패(승점 3)로 조 2위에 위치해 있다. 월드컵 2차 예선은 각조 상위 2팀에 최종예선 티켓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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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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