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오른쪽)이 22일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PO 1차전 승리 후 레이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
뛰어난 성적이지만 압도적이라고 평가하기엔 어딘가 부족함이 있어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은 취재진이 뽑은 수훈선수로 홀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25점을 기록한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도 있었지만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김연경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었다.
흥국생명은 2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에서 김연경의 맹활약 속에 세트스코어 3-1(22-25, 25-13, 25-23, 25-23)로 역전승을 거뒀다.
역대 여자부 17차례 PO 중 1차전 승리팀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모두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따냈다.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흥국생명이다.
1세트를 내준 뒤 맞은 2세트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66.67%로 7점을 몰아치며 손쉽게 2세트를 팀에 안겨줬다.
서브를 넣는 김연경. /사진=KOVO |
15-20으로 패색이 짙었던 상황에서 네트에 바짝 붙는 까다로운 토스를 감각적으로 밀어넣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16-22에서도 거의 흡사한 장면이 나왔고 김연경은 다시 한 번 팀에 점수를 보탰다. 이후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타고 한 점씩 따라붙기 시작했다. 메가의 오픈 공격을 막아내는 김수지의 결정적인 블로킹이 나왔고 윌로우의 퀵오픈 이후 정관장의 세트가 길어지며 네트를 한 번에 넘어온 공을 김연경이 다이렉트킬로 득점을 성공시키며 21-23으로 바짝 추격했다.
이후 김연경이 서버로 나섰다. 예리한 서브에 정관장은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이후 윌로우의 오픈 공격, 레이나의 블로킹으로 이어지며 23-23 동점을 만들었다. 김연경의 서브는 계속됐고 윌로우가 다시 한 번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24-23 세트포인트. 이번에도 서브를 날린 김연경은 지아의 백어택, 메가의 2연속 오픈 공격을 모두 몸을 날려 받아냈다. 김연경의 끈질긴 수비는 세트를 끝내는 윌로우의 오픈 득점으로 연결됐다.
3세트 득점은 단 3점이었으나 양 팀 최다인 디그는 10번 시도해 9차례 성공시켰고 서브 또한 가장 많은 8번이나 넣었다. 그만큼 김연경의 서브 때 득점이 많이 나왔다는 방증이다.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흥국생명 김연경(왼쪽)이 정관장 박은진을 앞에 두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
경기 후 만난 김연경은 "어려운 경기를 했다. 쉽게 갈 수 있었던 상황을 시즌 초반 때 그랬는데 경기를 이끌어갔고 2세트를 잡아내고 3세트도 흐름을 넘겨줬는데 선수들과 끝까지 하자고 말했다"며 "그런 경기 뒤집어 이긴 경우가 많아서 서로 얘기하면서 할 수 있다고 푸시해주다보니 잡아낼 수 있었다. 3세트가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3세트를 잡아내는 윌로우의 득점이 나오자 김연경은 웜업존의 동료들에게 달려가 격하게 포효했다. 그는 "윌로우가 오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고 경기를 할 때 잘할 때 즐기면서 서로 재밌게 하다보면 긴장감도 사라지고 경기 잘 되더라"며 "윌로우도 그런 걸 알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분위기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격려하면서 해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윌로우를 믿고 후위에서 수비에 치중했고 윌로우가 막판 직접 매듭을 지어 따낸 세트라 더 의미가 남달랐다.
김연경(가운데)이 승리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
후위에서 리베로 도수빈이 흔들릴 때마다 다독이고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손짓을 하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김연경은 "포메이션 자체가 (도)수빈이의 범위가 넓다. 리베로라고는 하지만 혼자 그 자리를 다 메우기는 쉽지 않다. 레이나를 상대가 공략하기에 그쪽도 커버 해야 한다"며 "그래도 넓은 범위를 맡는 것 치고 잘하고 있다. 2차전에서 더 잘해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더욱 빛이 나는 에이스 김연경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상대의 블로킹이나 수비를 보고 어디를 (공략할지) 경기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한다"며 "상대가 나를 마크하는 걸 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상황을 돌려보고 어디를 공략할까 생각하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2차전에도 그런 상황이 많이 나올 것. 그런 걸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2승을 거두고도 3연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김연경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잘 해야 한다. 대전 원정에선 초반 분위기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흐름이 우리에게 넘어왔다. 바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작년 일은 생각을 안 하고 싶지만 얘기를 꺼내셔서 생각이 난다. 작년과 올해는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작년엔 워낙 도로공사가 잘했고 3차전부터 우리가 긴장을 늦춘 부분도 있었다. 진 건 인정하되 그걸 다시 하면 안 된다. 2차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연경이 승리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