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에 학력-경력도 위조 논란' 오타니 통역사 미즈하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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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통역사 논란이 메이저리그(MLB)에 크나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알면 알수록 거짓말은 눈덩이 같이 커지고 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4일(한국시간) "오타니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의 공식적인 프로필에 부정확한 정보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이전 통역사였다. 함께 10년 가까운 시간을 동고동락했고 능력 있는 통역사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을 찾아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인 서울시리즈를 치르는 도중 문제가 생겼다. 미즈하라가 다저스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전말은 이랬다. 스포츠매체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하면서 큰 빚을 졌고 이를 오타니가 갚아줬다는 것이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로부터 받은 연봉은 8만 5000달러(1억 1400만원)였는데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3년엔 무려 450만 달러(6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결국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빚 해결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지난해 10월까지 오타니가 갚았다고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빚만큼 거짓말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가 도박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지금까지 이야기의 주인공인 전 통역사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미즈하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미즈하라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그의 과거 이력에 대한 핵심 사항이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러한 의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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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수년 동안 LA 에인절스 미디어 가이드에는 미즈하라가 2007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졸업했으며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사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했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디 애슬레틱은 "대학은 미즈하라가 졸업한 것은 물론이고 이 학교에 다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며 "학교 대변인은 디 애슬레틱에 '우리 대학 기록에는 미즈하라 잇페이라는 학생이 UC 리버사이드에 다녔다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UC 리버사이드는 미즈하라가 다른 이름으로 학교에 다닐 가능성이 있는지, 또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다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오타니 재임 기간 동안 미즈하라의 이력을 믿었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MLB 통역사 근무 이력도 허위인 것으로 보인다. 오카지마는 스프링 트레이닝 전인 2012년 2월 17일 보스턴에서 방출됐는데 에인절스 미디어 가이드에는 미즈하라가 '2012년 보스턴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오카지마의 통역을 맡았다'고 기재돼 있다. 이는 분명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번주 초 보스턴은 미즈하라가 팀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즈하라 잇페이가 레드삭스에서 통역사로 일했다는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보도돼 여러분께 알린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스턴 구단은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즈하라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고용된 적이 없으며 투수 시절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사도 아니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파일을 철저히 확인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즈하라와 오카지마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0년 미즈하라가 오카지마의 통역사였다는 게 2021년 닛폰닷컴 기사에 나와 있지만 2010년 4월과 5월 보스턴 글로브의 기록 보관소에 따르면 신카와 료가 오카지마의 통역으로 기재돼 있고 그해 팀 미디어 가이드엔 팀 통역사로 2명이 적혀 있지만 미즈하라의 이름은 없었다.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가 에인절스와 처음 계약한 2018년 이전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도 미즈하라가 등장하는 결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에인절스의 검증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는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 매체는 "솔직한 답변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한 팀의 미디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미디어 가이드를 제작할 때 표준 프로토콜은 미디어 관계 부서와 나머지 직원 간의 신뢰에 따른다"며 "부서에선 각 직원의 이력서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 미즈하라가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당당하게 허위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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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미즈하라에 대한 문제는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인물의 계좌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이어는 미즈하라와 함께 포커 게임을 한 인물로, 그의 계좌에는 오타니의 이름으로 45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이 송금된 것.

다저스 선수단에 이 내용이 공유된 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MLB 서울시리즈 1차전이 열린 20일 밤으로 경기 종료 후 클럽하우스에서 회의를 가졌고, 미즈하라가 자신의 비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해결해줬다는 내용도 설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 것이 아니고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대변인에 따르면 오타니는 20일이 돼서야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사실일 경우 남의 돈에 함부로 손을 댄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것도 60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훔친 중범죄가 적용될 수 있다.

미즈하라는 그제서야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오타니의 소속사를 통해 "분명 오타니는 이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오타니 역시 나로부터 이에 대한(불법도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또 내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이것이 불법도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걸 배웠고, 교훈을 얻었다. 스포츠 불법도박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전 입장이 거짓말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스포츠 도박은 미국 38개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오타니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2018년부터 상당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즈하라는 학창시절 축구 골키퍼였지만 1995년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야구에 관심을 가졌고 2007년 오카지마 히데키(당시 보스턴)의 통역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투수 크리스 마틴 등의 통역사로 일했는데 당시 신인으로 입단한 오타니와 만나게 됐다. 오타니는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고용해 동행을 시작했다.

통역 역할은 물론이고 때론 친구였고 때론 운전기사 역할을 포함하는 매니저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엔 주차장에서 캐치볼 파트너로 변신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밝혀지는 미즈하라의 거짓말에 범죄 사실에 대한 의구심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리즈 이후 미국에서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해야 하는 오타니에겐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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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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