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끝까지 ⅔이닝 3실점이라니... 그런데 자책점은 단 1점, 마지막 등판서 무슨 일이?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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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메이저리그(ML) 개막전 로스터에 드는 데 실패한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마저 망쳤다.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3개의 안타와 볼넷을 내주고 3실점을 허용,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자책점은 단 1점뿐이었다.

고우석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팀이 5-4로 앞선 9회 초 올라와 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이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은 고우석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자신의 구위를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등판은 중요했다.

전 경기 아쉬움을 만회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평가전에서 1이닝 2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때 샌디에이고는 5-2로 앞선 상황에서 고우석을 9회 올려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시험했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이재원에게 투런포를 맞아 1점 차 불안한 세이브를 거뒀다.

그런 고우석에게 22일 미국으로 돌아온 후 첫 등판이 마지막 시범경기였다. 그것도 팀이 한 점 차 앞선 상황에서 9회에 올라간 건 샌디에이고 구단이 다시 마련해준 기회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고우석은 다소 불운했다. 처음 마주한 벤 윌리엄슨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제구가 잘됐고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커브(시속 130.7㎞)로 첫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두 번째부터가 아쉬웠다. 제이크 안치아가 친 타구는 3루수 그레이엄 폴리 쪽으로 향했다. 스탯캐스트상 시속 (시속 160.8㎞)의 타구를 잡으려 폴리가 껑충 뛰었으나, 타구는 글러브에 맞고 좌측 외야로 향했다. 기록지 상에는 안치아의 안타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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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고우석(오른쪽)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에서 9회말 1사 1루에서 투런포를 허용했다.


악셀 산체스의 타석은 더욱 불운했다. 수비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산체스는 고우석의 9구째 높은 공을 공략해 2루수와 우익수 사이 외야로 보냈다. 시속 72.7마일(시속 117㎞)의 느린 타구였지만, 2루수 닉 맥클러리와 우익수 카이 머피의 사인이 맞지 않아 안타가 됐다. 2사 1루로 끝날 상황이 1사 1, 2루가 돼 위기가 계속됐다. 이어진 빌 나이트의 타구는 2루수 맥클러리가 확실하게 팔을 양쪽으로 뻗어 수신호한 뒤 잡아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이닝이 끝나야 했을 상황.

그러나 고우석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2스트라이크 2볼에서 R.J.쉬렉에게 던진 5구째 직구(시속 150.6㎞)는 완벽한 실투였다. 어정쩡하게 몸쪽으로 향했고 이 공은 2루수 맥클러리의 키를 훌쩍 넘어 5-5 동점을 만드는 1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위기는 계속됐다. 브록 로든에게 볼넷을 허용해 다시 만루가 됐고 고우석은 에이든 스미스에게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스미스는 뚝 떨어지는 시속 88.9마일(시속 143.1㎞)의 커터를 쳐 유격수 앞으로 보냈다. 하지만 여기서 유격수 레오달리스 데브라이스가 급하게 1루 송구한 것이 뒤로 빠지면서 순식간에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시애틀의 7-5 역전.

결국 고우석은 미치 밀러와 교체돼 마운드를 떠났다. 밀러가 추가 실점하지 않고 샌디에이고가 9회 말 한 점을 만회하는 데 그치면서 고우석은 패전 투수가 됐다. 이로써 고우석의 시범경기 최종 성적은 6경기 동안 승리 없이 2패, 5이닝 11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9실점(7자책), 평균자책점 12.60으로 마무리됐다.

고우석은 이후 트리플A 팀 엘파소 치와와스가 아닌 더블A 팀 샌안토니오 미션스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엘파소 구단이 속한 곳은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로 예로부터 타자 친화 구장으로 악명 높은 리그다. 지난해 퍼시픽 코스트 리그 평균자책점은 5.69로 엘 파소 구단은 그중에서도 6.52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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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뉴스1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발표한 지난해 파크 팩터 통계에서도 엘 파소의 홈구장은 리그 평균(100)보다 12점이 더 났고, 124홈런으로 10개 팀 중 3번째로 많은 홈런이 나왔다. 반면 샌안토니오가 속한 더블A 텍사스 리그는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 4.79로 상대적으로 투수 친화적인 리그다. 샌안토니오의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4.27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BA의 파크 팩터 통계에서도 샌안토니오의 홈구장은 리그 평균보다 6점이 덜 나왔고, 홈런은 62개로 10개 팀 중 최저였다.

미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지난 21일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굳이) 타자 친화적인 환경에서 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A.J.프렐러 사장과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프렐러 사장은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과 인터뷰에서 "(고우석과) 우리는 약속을 했다. 우린 그에게 꼭 맞춰주려 한다. 2021년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고우석에게도 학습 곡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도 첫해에는 메이저리그 경기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했고, 고우석도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 역시 고우석의 마이너리그행에 "내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고우석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오프 시즌을 약간 늦게 시작했고 캠프에 있던 다른 선수들만큼 빠르게 몸을 만들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불펜 투구를 지켜봤고 그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시즌 어느 시점에서 팀을 도울 일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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